이름하여 '안 미룸' 티켓
미루기 장인입니다.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다가 피를 봐서 그런지, MBTI 끝 글자도 P입니다. 양심상 하루 전날 밤을 새웠던 벼락치기는 2학년 2학기 기말에 들어서자,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발등에 불이 붙었다는 관용구가 무색하게, 발등이 잿가루가 되어야 시작하는 미룬이입니다. 아마 삶도 미룰 수 있다면 미룰 모양이에요.
온몸이 타는 건 막아야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다가, 램프의 요정 지니한테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 요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줍니다. 소원의 개수에 주목했습니다.
미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즉시 실행하도록 하는 세 장의 '안 미룸 티켓'을 날마다 안고 살아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기 귀찮을 때, 티켓 한 장을 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죠.
그런 무지막지한 권력을 가진 티켓이 딱 세 장만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세 장을 다쓰면 뭐 예전처럼 신나게 미루고요.
하면 할수록 쉬워집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이 있잖아요. 미루는 습관도 결국, 이전의 수많은 미룸이 쌓인 결과입니다. 미루지 않는 습관을 만들려면, 반대로 '안 미룸'을 쌓아야겠죠.
세 장의 티켓으로 의식적인 훈련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택지가 '미루기'인 현 상황에 돌파구가 되리라 직감합니다. 효과가 있는지 알려면 해봐야겠죠.
일단 오늘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나의 하루에 지니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지니라는 상상의 존재는 당장 거울 앞에 비치는 현실의 존재일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