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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30. 2024

[프롤로그] 제 추억을 공짜로 팝니다.

“너는 약간 추억팔이를 잘하니까.... 그런 회사를 만들어봐.. 하우투두 추억팔이... ”


난 뭘 잘하지? 뭘로 먹고살지?라는 질문에 친구가 답한 말이다. 평생 동안 나를 괴롭힐 이 질문을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던졌다. 그전까지는 사회에서 정해준 인생 시간표대로 사느라, 또 노느라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친구에게 당장 직무랑 연결할 수 있는 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잘하는 걸로 돈 벌고 싶어서 질문했는데, 추억팔이를 이야기하면 어떡하냐?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추억팔이의 귀재다.


추억을 떠올리며 보내는 시간도 많고, 그 시간을 좋아하며, 심지어 기억력도 좋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일치. 완벽한 재능이자 적성이다. 무엇보다 아무 보상이 없어도 그냥 한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당연하게 힘든 일도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후, 그때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나에게 설명한다. 그때의 사진이 있다면 함께 보면 더 좋다. 그리고 지금의 감상과 해석을 곁들인다. 끝. 이 간단한 과정이 너무 재밌다.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과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내 인생을 내가 너무 사랑하나 보다.


사실 최근까지도 나는 내가 추억에 빠져 사는 것이 창피했다. 왜 그런 말 있지 않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추억에 빠져 산다고. 내가 현재를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재미있게 추억 여행을 하다가도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물론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추억 여행하는 날도 많았지만. 그러다 문득 친구가 해준 말도 생각나고,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재미있는 현재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과거고 추억이니까 내가 인생 전부를 추억을 파는 데 쓰는 것도 아니고 당장 재밌는데, 그리고 나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경우도 많은데,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기도 했다. 아 그래 이왕 하는 거 판 깔고 열심히 팔아보자.


어디선가 본 글에서 그랬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공간에서는 재능 취급을 받지 못하고 돈벌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다른 시공간에서는 재능으로 추앙받으며 큰돈을 벌 수 있을 수 있는 거라고. 공감한다. 아쉽게도 내게 능력이 없어 시공간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심지어 추억팔이하는 법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능력도 없다. 그냥 꾸준히 하는 것도 재능이라는데, 여기서라도 내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 내가 유일하게 '그냥' 하는 일. 기록으로 남겨보련다. 그저 읽는 이에게도 재미가 있길 바란다. 이 브런치북을 시작하는 지금 벌써 재밌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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