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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Sep 19. 2024

두 발 뻗고

자는 날




다음 주 목금토 2박 3일 출장이 있었어. 동부에 있는 대학교에서 글씨를 쓸 계획이었는데,


하나의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선 다자간에 지난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치게 되거든. 나는 이 단계를 행사 당일에 글씨 쓰는 것만큼 성심껏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내 입장만 보지 않고 전체 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습관적으로 내 관점을 털어내려고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어떤 행사는 초반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 취소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합이 안 맞거나, 운이 안 좋거나, 애초에 안 될 일이었거나.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안 될 것 같으니까 대충 하진 않아. 그 느낌에 많이 속아봤거든.


오늘 아침엔 두 달 정도 준비해 오던 쇼가 엎어졌는데,


마지막 취소의 순간까지 내가 두어야 했던 모든 올바른 수를 두었다는

나만 아는 뿌듯함이 솟으면서,


'아... 진짜 이게 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더 바랄 게 없는 거야.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건 행사 후에 발표 나는 게 아니라, 매 순간 눈을 또렷하게 뜨고 이어나가는 움직임 그 자체인 거야. 성공했냐 안 했냐는 내가 매 순간 발표하는 거지. 내 마음을 속일 수가 없으니까.


물론 이건 내 세계관 안에서 그렇다는 거고, 세상엔 결과적, 정량적, 가시적 성공에 치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그것도 맞는 거고.


이 말도 저 말도 맞다는 걸 진정으로 알게 되면, 내 맘대로 치우칠 수 있는 거야.


나는 내 통제권 안에서

내 사단四端을 총동원하여

최선의 수를 다 썼다.

뿌듯-하다.

후련-하다아.

오늘 밤에 두 발 뻗고 잘 것이다아아아.


이러믄서 자꾸자꾸 실실 웃음이 나가지고...


하늘하늘 얄부리한 아디다스 반바지 입고 뛰쳐나가 달리기 한판 하고, 땀 뚝뚝 흘리면서 시원한 물 한잔 마셨어.


근데도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아 이렇게 후루룩 몇 자 적어봤어. 우리 조카들도 두 발 뻗고 자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캔버스에서 한 숨 주무시더니, 오렌지 날개 달고 나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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