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서예도 영어도 문자의 영역인데,
서예는 나와 한글의 관계를
긴밀하게 해 주었고,
영어는 나와 세상을 이어주었다.
고요히 내 손이 그려가는
문자를 바라보는 기쁨과
영어를 타고 온 인연들이
내게 준 기쁨은
다르면서 같았다.
그 안팎의 연결감이 긴밀할수록
태초의 무언가가 유출되었고
유출의 상태는 내게
재료는 무궁무진하고
작은 일이
큰 일이라고 말했다.
작은 것에 훅 빨려 들어가
자신을 잃어버릴 줄 모르면
큰 것에 이를 수 없으니
거창한 의도를 품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