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tra monologue
얼마 전에 좀 귀여운 일이 또 있었음
요새 맨날 귀엽고 실없는 소리만 하는 이유는 연말에 춥잖아요 사는 게 고행이고
무슨 큰 시련이나 와야 고행이 아니라 다리 꼬고있다보면 뻗고 싶고 그러다 보면 눕고 싶고 그것도 지겨우면 또 일어나 달려야 되는 이 얄짤없는 무상함에 아침에 해 뜨면 또 접속해서 하루종일 플레이 해야한다는 게 어이없... 이런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누군가가 축 처질 때 같이 처져있는 것도 사랑이지만 저는 그런 물귀신 재질은 아니라서 그냥 귀여운 소리나 하기로 이번 생 캐릭터를 잡았다는 말씀입니다
암만 그렇기로서니 저라고 맨날 이렇게 희희낙락 좋기만 하겠어요 그저 매일 좀 살만하도록 지난 사십여 년간 매일 조금씩 미세 조정해 왔을 뿐이죠 에브리데이 조금씩 수정 나는 수정주의자니깬
지난 글에 그 어떤 이스트(-ist,주의자)도 아니라고 해놓고 또 봐봐 이 무상한 에고여 이래서 삶이 고라는 겨
그래서!
그 귀여운 일이 뭐였냐면ㅋㅋ
아 진짜 생각하니까 또 귀엽네
아니 한 히스패닉 초등학교에 글씨를 쓰러 갔어요 전 직장 동료들이랑 현지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종합선물세트처럼 이것저것 보여주는 거 하는데 ('찾아가는한국문화원'이라는 정부 사업이 있음) 나는 한글 강의하고 애들 이름 써줬거든요
25분을 한 세션으로 4-5학년 아이들한테 각각 설명했는데 솔직히 준비를 좀 많이 했어요 아이들한테 설명을 하는 거니까 이건 도무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를 했지
근데 막상 아이들이 커다란 강당에 우르르 앉아있는데 보니까 생각보다 어리고 내가 준비한 게 하나도 안 먹힐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 스크립트는 단상에 살포시 내려놓고 냅다 소리 지름
"얘들아! 오늘은 두 단어만 기억하믄 돼 알았징?"
"네에!"
"자아, 따라 해! 한글!"
"한글!"
"세종대왕!"
"세종대왕!"
이러고 수십 장 짜리 파워포인트를 빛의 속도로 넘기면서 핵심만 휘리릭 짚어주고 바로 애들 이름 써주고 다 끝나고 빠이빠이 하는데 누가 내 등을 콕콕 찔러 뒤로 보니까
통통하고 인자하게 생긴 남자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세상에ㅜㅜ 프리다칼로 남편 유년 버전같이 생겨가지고 진짜 귀여워서 돌아가실 것 같은데 뒤에 또 한 명이 더 옴
ㅋㅋㅋㅋㅋ
조그만 애들이 우르르 안아주면 얼마나 심장 터지는지 알아요? 일주일치 에너지가 삽시간에 충전 돼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