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장 편한 언니와 이야기할 때조차 막연한 답답함이 찾아온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를 부정하고, 자괴감이 든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처음엔 신나서 말을 쏟아낸다.
그런데 말의 꼬리가 이어질수록 불안해진다.
‘이 말을 해도 될까? 괜한 말을 한 건 아닐까.’
그 불안이 대화보다 커진다.
결국엔 ‘아… 괜히 말했어. 말하지 말걸.’
이렇게 끝난다.
말을 할수록 나는 나를 의심한다.
너무 과했나, 자랑처럼 들렸나.
타인의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또 자랑하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하고 나를 부정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적 친구들이 내게 말했다.
“쟤 또 자랑하네.”
“돈 많다고 자랑하나 봐.”
그때부터 나는 내 말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그저 아무 뜻 없이 일상의 대화를 나누던 건데,
그 말들이 내 입을 막았다.
‘혹시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
그 의심이 쌓여, 대화 후엔 늘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은 **‘말해도 괜찮은 나’**를 관점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나는 그동안 말의 힘을 알기에 늘 조심했고,
그 조심히 쌓여 나를 중심에서 밀어냈다.
결국 나를 가장 매몰차게 몰아붙인 건 나였다.
이제는 다르게 믿고 싶다.
내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 마음이 말속에 담겨 있었다는 걸.
그리고 일상의 작은 대화 속에서도,
“너, 말해도 괜찮은 사람이야.”
그 말 하나면 충분하다는 걸.
대화는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다.
자책 속에서도, 그 말들이 나를 조금은 살린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래도 오늘, 참 잘했어.
대화를 무서워하면서도 그걸 이겨낸 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