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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Oct 06. 2022

회심(回心), 마음을 돌려보자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회심(回心):
* 마음을 돌려먹다
 *사악한 마음을 돌려서 착하고 바른길로 돌아간 마음     

입사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딸은 3년째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회사 옮기고 싶다.”, “너무 따분하다.”, “너무 힘들어 죽겠다.”, “팀에서 10년째 근무했던 사수가 이번에 다른 대기업으로 옮겼는데, 거기서 다들 바보라고 한대. 한 직장에서 너무 오래 있었다고.”, “내년에 외국에 가서 취업해서 1년 산다면 허락해 줄 수 있어?”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한다. “엄마는 28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딸에게 할 말이 별로 없다. 나도 교대를 나와서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 교직을 천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보람이 있었지만, 상대할 사람이 많았다. 특히 직위를 이용해서 갑질을 일삼았던 교장, 교감의 서슬 퍼런 눈빛과 1년에 1명씩은 만나는 문제 행동 학생과 그 뒤에 있는 학부모들과의 갈등은 ‘이직’에 대한 막연한 꿈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선생님’ 명함을 버리지 못한 것은 사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교육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초등학교, 학원밖에 없었다.

둘째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첫 월급은 50여만 원이었지만 20년 이상을 근무해야 노후에 받을 공무원연금을 포기할 수 없었다.


톨스토이는 50살이 될 무렵 가슴에 찬바람이 들어오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가?”를 고민했다고 했는데 나도 그랬다. 이제 몇 년만 더 근무하면 퇴직연금을 받고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었나?’

‘나는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바른 방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나?’

‘퇴직할 때 내가 교육계에 기여한 바가 있을까?’ 등 꼬리를 물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현실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이직은 포기하고 연금 나올 때까지 학생과 학부모, 동료 선생님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자’

마음을 고쳐먹을 무렵에 읽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 『왜 일하는가』를 유튜브 방송에서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 책으로 사서 읽었다. 서문에서 딱 내게 맞는 글이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가능한 무아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딪쳐보라. 그러면 분명 스스로를 그토록 옭아맨 무거운 짐들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상하지 못한 미래의 문을 열릴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라.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더없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인생 방정식=능력 ×열의 ×사고방식”

-이나모리 가즈오, 서돌 『왜 일하는가』-

 

내 삶의 목표를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는 것으로 설정하니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고, 내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방학 동안 읽고 수업의 얼개를 짰고,  교과서를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학 책, 그림동화, 전시회, 여행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하루에 책 1권을 읽어가는 다독가가 되었고, 책을 통해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깊어졌다. 일상에서 교육자료를 찾기 시작하자 손톱을 깎을 때만 쓰던 신문도 구석구석 읽게 되었다. 금요일 신문에 소개되는 여행지와 문화 소식은 삭막했던 내 삶을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가가 되게 해 주었다.    

  

이제 나는 선생님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 아니 선생님이란 직업이 너무 좋다. 그래서 떠나지 않고 싶다. 연금만 나오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선생님’이란 직업을 더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이직하고 싶다!’에서 ‘선생님이 천직이다’라는 마음으로 회심만 한다면 학교란 참 좋은 곳이고 ‘선생님’은 버릴 수 없는 타이틀이다.      


<마음을 바꾸고 성장하는 선생님>

-매년 아이들과 새로 만나 매일 웃기

-매년 새 선생님을 만나 친구 되기

-매년 좋은 학부모를 만나 인생 배우기   



  


선생님이 마음을 바꾸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여행하면서 본 것, 느낀 것을
아이들과 친구처럼 나누면서
교실에서 행복을 매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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