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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Oct 07. 2022

끈기(GRIT), 적자생존을 아시나요?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끈기(GRIT):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힘     


5년 전 저는 난생처음 수첩 쓰는 법 강의를 거금 50만 원을 들여 들었다. 수첩을 그냥 쓰면 되지 무슨 그렇게 비싼 강의를 들었느냐고요?

사실 제가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은 아닙니다.     


2017년 12월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오후.

아침 출근길 유튜브에 강규형 박사의 바인더 교육 예찬 대담이 생각나서 3P 연구소 강의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때 제가 아끼던 후배가 우리 교실에 뭔가를 물으러 왔다가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

후배: 선생님! 50만 원짜리 강의 들으시려고요?

나: 아니, 그냥 검색하고 있었던…. (말도 끝나기 전에)

후배: (엄지 척하며) 멋지세요. 와~ 멋지다.

나: (멋지다는 소리 들었으니 해 볼까?)


생각해 보면 그 후배가 그 오후의 우리 교실 방문 내 인생의 큰 사건이 되었다.     

2018년 1월 나는 난생처음 50만 원을 내고 평생 다이어리라는 솔깃한 광고에 하드가죽수첩, 속지, 펜 등 준비물만 10만 원의 거금을 내고 마련한 큰 가방을 들고 강의에 참여했다. 무료로 하는 강의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강의는 아침 9시에 시작되어 저녁 9시 뒤풀이까지 진행되었는데 다이어리 쓰는 법,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 등으로 온종일 속이 꽉 찬 강의였다.


강의를 듣고 대전 엄마를 뵈러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빈 수첩에 내 인생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엄마 집에 도착해서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으니 그날 강의로 내가 받은 깨달음이 얼마나 컸던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듯 제가 ‘적는 사람, 기록하는 자’가 된 날이었다. 

후배 앞에서 똥 폼 잡으려고 간 강의 덕분에      


제가 28년 동안 선생님을 하면서 매년 3월마다 정자체로 야심 차게 썼던 교육 수첩들은 다음 해 2월이 되면 하얀 백지투성이로 벌거벗겨진 채 버려졌다. 그 수첩들이 과연 몇 권일까? 버려진 것은 수첩뿐일까? 수첩들과 함께 내 인생의 소중했던 추억과 경험은 일 년, 또 일 년, 그리고 20년 넘게 사라져서 백지가 되어버렸다.    


3P 연구소의 강규형 대표는 방황하던 신입사원에서 최고 경영자로 설 수 있었던 것은 20년간 만든 비장의 무기는 ‘500권의 바인더’ 였다고 말했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GRIT』에선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야 끈기를 기를 수 있다”라고 했으며, 『실행이 답이다.』라는 저자 이민규 교수님은 “1% 실행하면 100% 달라진다.”라고 합니다. 다양한 책에서 성장하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뀐다.’라고도 조언합니다.      


저의 삶 역시 바인더를 사고 기록하면서 블로그를 하게 되었고 전과는 달라졌다고 친구들이 말합니다.

“옥아, 넌 전에는 생업으로 선생님을 하고 있던 것 같았는데 요즈음은 진짜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는 선생님이 된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그럼 ‘적자생존’, 즉 끈기 있게 기록하며 성장하는 선생님(직장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평생 다이어리1권과  매년 새로 교육 다이어리 1권, 두 개를 준비해야 합니다.

평생 다이어리는 저의 꿈 목록과 가정기록, 은행 계좌, 온라인 아이디 등 매년 바뀌지 않는 것을 기록해 놓는 다이어리입니다. 교육 다이어리는 매년 담임할 학생이 바뀌기 때문에 준비할 교육 다이어리인데 학생들에 대한 상담기록과 교육일기를 매일 간단하게 적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둘째, 블로그에 손수 만든 자료들과 받은 자료들의 목록을 체계화해서 보관해야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아이디만 있으면 쉽게 만들고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공개를 꺼리면 비공개로 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면 됩니다.


셋째, 아주 작은 수첩, 손바닥만 한 수첩을 사서 늘 갖고 다니면 좋습니다.

 저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빨간 수첩을 하나 사서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적어둡니다. 요긴하게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넷째, 동료들이나 상급자를 만날 때에도 적을 것을 갖고 가서 대화를 나누면서 적자.

지금은 퇴직했지만, 친목회장이자 기록쟁이 김샘은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는데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시청한 것도 죄다 기록해 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 수백장의 메모장이 있었는데 우리와 대화 중에도 기록하셨다.


다섯째,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 적어도 3년 이상 꾸준히 공부하면서 기록해 두자.

예를 들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담당 선생님이면 교과서와 연계된 그림책을 매일 1권씩 읽고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서 블로그에 저장해 두면 학교 수업일수가 190일이니 매년 190권에 대한 자료가 생길 것이다. 학년 수업 공동지도안을 쓸 때도 자청해서 만든다. 저작권을 따로 허락받지 않아도 되도록.   


  

제 딸 수지는 입사한 지 3년 차인데 동기와 함께 주 1회 직장생활 잘하는 법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동기와 둘만의 공유방을 만들어 잘한 점과 고칠 점을 간단히 기록한다니 기특하기 그지없습니다. 덜렁이 딸이 다이어리를 사서 기록하며 3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도 이런 복기(復棋: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 덕분일지 모릅니다.      

브런치 작품을 읽다가 한 작가가 어릴 때부터 서른이 넘을 때까지 쓴 일기장을 글로 묶어서 올린 것을 보았습니다. 작가의 부모님이 어린 시절 일기장을 모아 둔 것도 대단하고, 작가 자신이 서른이 넘어선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은 위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선생님이 된 지 28년이 된 나의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후회가 해마다 교육 수첩을 꾸준히 기록하고 보관하지 않은 것입니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적자생존).”

“기록하지 않는 자, 성공할 수 없다.

남과 다른 성공을 꿈꾼다면 삶을 기록하라!”

-강규형, Starrichbooks, 『바인더의 힘』     


우리 반 아이의 끈기는? "숙제 밀지 말기"  선생님 말씀: 밀면 안된다. 넘어진다.



                 <기록하며 전문가가 되는 선생님>

-매년 교육 수첩을 제대로 3월 부터 2월까지 꾸준히 쓰기

-개인 하드에 교육자료를 체계적 항목별로 분류하여 저장하기

-블로그에 비공개, 공개 등으로 자료를 저장해 두고 수업에 활용하기

-좋아하는 한 분야에 매일 10분씩이라도 공부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 10년을 기록하기  

-수첩이 없을 땐, 늘 나와 한 몸되어 움직이는 핸드폰에 사진과 메모장에 기록하자.


교사의 경험은 모든 것이 아이들의 교육자료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다른 말로 고쳐 말하고 싶다.


"선생님이 기록한 사진과 글은 모두

수십년 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위한 소중한 교육자료가 됩니다."

1번은 평생 다이어리 2번은 올해의 교육수첩 3,4번은  나와 다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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