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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Oct 10. 2022

관찰(觀察), 보이는 대로 생각하기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관찰(觀察):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직접 선물한 화제의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팩트풀니스(FACTFULNESS).     


이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13개의 문제를 풀었는데 나는 6, 남편은 5개를 정답으로 골랐다. 절반도 못 미쳤다.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 놀랐다. 나름 상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난생처음 점수로 확인했다.


남편은 1개를 더 틀렸으니 도토리 키재기이다. 그런데 늘 나보다 더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날 구박하고 비웃었는데, 이젠 내가 더 상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판명이 났다. 1개를 더 정답을 골랐으니까.  

   

팩트풀니스(FACTFULNESS)오답률을 확인하고 나서도 습관적으로 우리 부부 둘은 상의를 참 많이도 한다. 50점끼리 서로 토의하다 보니 늘 뭔가 결과가 반반 치킨처럼 결과는 반만 좋았나 보다. 특히 너무 틀려서 뼈아픈 문제로는, 10년 동안 오른 집값이 곧 내린다면서 13년 무주택으로 있다가 꼭지에서 집 산 것, 고혈압 위험수치이면서도 약 안 먹고 버틴 일, 전화금융사기 전화도 딸이라고 생각하고 은행 계좌 열어준 일, 뼈 이상과 근육 이상 구분 안 하고 어깨 회전근 파열을 방치한 것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떠오른다.     


작년 56일 밤 9, 나는 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어깨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밤에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 선생님, 이상 없나요?

당직의사: 뼈에는 이상이 없어요. 깁스하시고, 소염제 4일 치 나갑니다.     

이 말을 나는 내 생각대로 해석했다.

나의 어깨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이상이 없다라는 말은 팔 다친 것을 소홀하게 생각하게 했고, 깁스를 1주일도 하지 않게 만들었다.  소염제도 3일도 제대로 먹지 않고 버렸다. 간에 2.5cm 혈종을 5년 전에 확인한 뒤로는 약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주무르며) 여보, 나 어깨가 왜 이리 안 났지?

남편:(‘나도 다 겪어봤어라는 표정으로) , 중학교 다닐 때 아팠던 팔꿈치가 지금도 저려. 괜찮아. 서서히 좋아져.

: 그래, 그날 너무 심하게 부딪치긴 했었다.      


낫는가 싶던 어깨는 한 달이 지나갈 무렵부터는 팔꿈치까지 저리고 왼쪽 팔 전체에서 근육통이 느껴졌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형외과에 가서 초음파 사진으로 확인하니 어깨 회전근이 파열되고 그 주위에 심한 염증이 꽉 차 있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회전근 파열이란 단어가 주는 위압감으로 개인 정형외과에서 나오자마자 종합병원 수준의 정형 전문병원에 갔다. 그리곤 바로 MRI를 찍었다. 저녁에 찍으면 십여만 원 싸다는 병원직원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MRI 결과를 보면서 의사는 어깨 회전근이 파열되었네요. 수술은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 다쳤을 때 깁스만 4주 동안 했어도 저절로 붙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먼저 갔던 개인 병원 의사와 판박이로 똑같은 말이었다.


응급실 당직 의사가 분명 뼈에 이상 없다라고 했었는데 이제와서 후회해도 너무 늦어버렸다.  어깨 회전근이 딱 끊어진 초음파와 MRI 사진을 보는 순간 나의 무지와 게으름에 환멸이 느껴졌다. 바보스러운 조언을 해준 남편에게도 화가 났다.


? 중학교 때 다친 곳이 아직도 아프다고?”      

하여튼 난 그 뒤 어깨 회전근 주위에 1달 동안 엉겨 붙어버린 근육들을 풀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도수 치료를 1년 동안 받았다. 실비가입 20여 년 만에 처음 크게 병원 신세를 졌지만 도수 치료는 과잉 치료라면서 손해 사정사를 파견해서 면담을 받기도 했다. 1년 동안 병원비로 700여만 원을 썼고 실비보험사에서 200만 원 정도 받았다. 치료비의 80%와 도수 치료 20회 정도만 인정받은 셈이다. 아파서 치료받는 것은 뭐든 실비가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내 생각일 뿐이었다.      


왜 나는 돈도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는 팔을 만들었을까? 근육과 심줄은 엑스레이로 찍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엑스레이를 전적으로 믿은 것(신뢰할 판단 자료가 아님), 또 옆에서 조언하는 우리 남편이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내가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상의할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 3인이라는 것을 병원 세 군데를 전전하면서 깨달았다. 친한 의사는 없지만, 의사 부인은 있는데 왜 생각을 못 한 거지? 와 진짜 나 자신이 이토록 한심할 수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썼어도 여전히 내 왼팔은 성치 않은 팔이 그 한심함의 결과물이다.     


시골 출신에 땅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이 주말농장을 하는 곳에서 5년 전 함께 근무했던 정 선생님을 만났다. 이분도 바로 옆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나는 여름이라서 슬리퍼를 신은 선생님의 발가락을 보자 깜짝 놀랐다. 발톱 10개 중 8개가 무좀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해있었고, 2개는 아예 발톱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 언니, 발가락이 왜 그래요?

언니: 무좀인데 10년도 더 됐어. 우리 남편도 무좀 있는데 죽어야 없어진다고 해서 병원에 안 갔어. 그리고 무좀약이 너무 독해서 위가 안 좋은 나는 안 먹는 게 나아.

: 언니! 아저씨가 의사예요? 우리 남편도 요즘 무좀 치료받는데 약은 1주일에 한 알인데 위에 전혀 이상 없던데요. 얼른 피부과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보세요.     

그 선생님은 병원에 가셨을까요? 아닙니다. 절대로 한 번에 병원에 가면 꽉 막힌 샘이 아니지요. 그 뒤 3개월이 지나서 발가락 사이가 터서 피도 나고 통증이 오자 그제야 병원명을 다시 물어보셨답니다. 약을 먹으면서 발톱을 관리하자 이틀 만에 쓰라림에서 벗어나고 일주일이 지나자 차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물론 무좀약 복용으로 인한 위장 이상이 없었단다.  

        

왜 선생님들은 특히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믿고 살아갈까요?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     

첫째 이유는 대부분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던 모범생이기 때문이다. 

모범생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공부를 잘하다 보니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둘째 이유는 선생님 자신들이 책과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만나는 사람도 아무리 둘러봐도 선생님들뿐인 환경 탓과 교과서와 지도서를 늘 보기 때문에 독서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신문도 아침마다 보고, 신간 도서 중에서 인기도서도 읽고, 교과서에 인용할 자료를 다양한 인문학, 고전 도서도 틈틈이 읽으며 필요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그럼 생각한 것을 믿는 선생님이 아니라 본 것을 믿는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기 생각을 ‘의심’부터 해야 한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책을 사서 13문항을 풀어서 충격을 받고, 천천히 끝까지 읽어가면서 세상의 변화를 눈으로 글로 확인하면 좋다. 책은 도끼다에서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돼야 한다.”라고 박웅현은 말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판단을 신중히 하는 태도가 길러진다.     


둘째, 다양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세무에 대해서는 관련 부동산 책, 인터넷 뉴스, 유튜브 강의로 정보를 수집한다. 또 정부 국세 상담센터도 이용하면 좋다. 아주 친절하고 무료이면서 거기가 공휴일은 제외하고 24시간 내내 상담해준다. 우리나라 참 친절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맘만 먹으면 손품과 입품으로 만으로도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셋째,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3인 이상 만나야 한다.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필요하다면 유료 전문가를 3명 이상 만나서 상담하면 좋다. 얼마 전 둘째 언니가 건강검진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1차)에서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갑상선암 전문병원(2차)에 가서 다시 확인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갑상선암 수술 전문병원(3차)과 명의 의사를 찾아 수술했다. 부동산구입이든, 세금상담이든, 병원이든, 자녀교육이든 3번은 상담을 받자.


‘사실 충실성’

첫째,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한스 로슬링, 김영사,『팩트풀니스(FACTFULNESS)』

  
         

    <통찰력 있는 슬기로운 교사 생활 비법>     

-한스 로슬링,『팩트풀니스(FACTFULNESS)』사서 문제를 풀고 읽기

-김난도교수의 매년 발간되는 트랜드 코리아 10월에 읽기

-다양한 장르의 책 많이 골고루 많이 읽기

-무료, 유료강의 듣기

-전문가와 유료상담하기


선생님, 사실확인성을 높여가며 판단의 오류를 줄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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