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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Oct 17. 2022

진로(進路), 꿈을 키워주는 선생님이 되자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진로(進路):
*앞으로 나아갈 길

진로(振鷺):
*백로가 훨훨 나는 모양, 결백한 현인(賢人)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진로(振鷺) 교육이 더 어울리지 않나요?
아이들의 꿈이 훨훨 날아다니는 교육을 하고 싶네요.

     

오늘 5교시 수업을 하는 데 서현이가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오늘 수업이 올해 한 것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그래? 저번엔 『한밤중 달빛 식당』 독서 활동으로 가게 놀이했을 때 제일 재미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부터는 ‘행복한 우리 반 잡월드’가 1등이에요.”

서현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다른 코너로 갔다.

오늘 서현이는 사진사로 활동 중이니 바쁘다 바빠~     


‘우리 반 행복한 잡월드’는 우리 반 아이들이 진로 축제 둘째 날에 자기의 특기를 살려 직업 체험 부스를 만들어서 재능을 기부하는 수업이다. 2반 선생님이 2학년도 재미있게 활동했다는 말을 듣고 계획한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만 들어도 일단 성공인 셈이었다.      


우리 반에서는 10개의 행복한 잡월드 부스가 열렸다.

 마술사 3명이 운영하는 ‘짭 월드 짭 술사(마술이 영 신통치 않은 아이들)’, 미래의 조향사(향수 만드는 사람)가 운영하는 향수 체험, 제빵의 명장을 꿈꾸는 파티시에와 함께하는 ‘내가 만든 쿠기~ 너를 위해 구웠지’, 연필 화가와 디지털 미술가가 운영하는 ‘예술아, 춤춰라’,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별 점보기’, 들고 다니는 악기 ‘우쿨렐레 학원’, 파브르와 함께 하는 ‘곤충, 식물 만들기’, 현직 유튜버가 직접 강의하는 ‘만화학원’, 사진작가 2명이 운영하는 ‘인생 사진을 찍어드려요’ 등이다.     


나는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별 점보기’ 부스가 재미있어 보여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여 별점을 보았다.     

 내 별자리는 ‘사수자리’란다. 처음 알았다. 직접 사수를 그리고 스티커로 큰 별들을 그리면서 새삼 동심에 세계에 빠질 수 있었다.     


 사수자리를 못 그리니까 천문학자 아람이가 종이를 빼앗아 들고 가서 직접 그려주고 큰 별에는 하트 스티커를 작은 별에는 작은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사수자리의 별점은 ‘항상 당당하며 자유를 추구하고 친구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준다.’였다.

         

 내 별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복도로 지나가는 선생님의 생일을 물어보았다. 별점이 물병자리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어쩜 이리 신통할까? 그 선생님과 별점이 딱 맞았다.     


아이들이 신나게 운영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잡월드’를 보다 보니 교장선생님이 생각났다. 지난번에 우리 반 수업 공개에 출장 때문에 오지 않으셨으니 오늘 행사에 초대하고 싶었다. 또 우리 학년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진로 축제를 내실 있게 잘하고 있는지 솔직히 자랑도 하고 싶었다.      

 

교장실에 가서 말씀드리니 하던 일을 멈추시고 흔쾌히 따라나섰다. 진짜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결재만 받으러 오는 사람만 하루에 몇 번 들르는 교장실에서 외로우셨을지도 모른다.

 “교실을 개방하고 동심의 세계로 초대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교실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오니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전학 온 지훈이는 “이분 누구세요?”라고 해서 순간 확 얼굴이 달아올랐다. 꼭 이런 애가 있다. ‘눈치가 없기는’ 하고 말하고 싶은 애가.     


교장선생님은 향수 코너, 파티시에 코너, 별점 코너, 마술사 코너를 방문하시고 사진사로부터 사진도 한 장 받아가시며 “이 행사 너무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어요. 모든 학년이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차 싶었다. ‘아뿔싸! 어쩐담. 그건 아니라고 봐요~’      


우리 학교는 매년 10월이 되면 3일 동안 진로축제가 열린다. 첫날은 학년 별로 학습준비물을 사서 다양한 만들기 행사를 통한 진로교육을 하고 둘째 날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전문강사들이 와서 10개 이상의 강좌를 운영하는데 미리 아이들이 신청을 해서 2개 장좌를 체험할 수 있다. 셋째 날은 전교생이 함께하는 아나바다 장터가 열린다.      


 학교 일정을 고려해서 우리 학년이 계획한 3일간의 진로 축제 기간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1,2교시(내 인생 자서전 쓰기), 3,4교시(스트링 아트 만들고 판본체로 내 인생의 좌우명 쓰기)     


둘째 날-1,2교시(내 인생의 위인 발표하기), 3,4교시(내가 선택한 직업 전문강사 수업 체험) 5,6교시(우리 반 행복한 잡월드)     


셋째 날-1교시(학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체험활동), 2~4교시(전교생이 함께 하는 아나바다 장터)     


  진로 축제를 통해서 나는 아이들이 진로축제기간 동안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미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학처럼 훨훨 날아다녔다고 생각한다.      


  나는 3일 동안의 진로축제를 미리 준비를 잘하면 웬만한 진로 캠프 못지않은 엄청난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반은 진로 축제를 이렇게 준비했다.      


첫째, 자서전 쓰기를 통해 자기 인생을 시기별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수 있게 했다.

일주일 전에 도화지 한 장을 나누어 주고 접어서 8칸에 인생 스토리를 쓰는 과제를 주었다. 아이들이 미리 준비한 덕에 작은 자서전이 나중에도 보고 싶은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78세에 11살 자서전을 보고 있다’라는 실감 나는 장면도 아이들의 자서전에서 볼 수 있었다. 또 아이들만의 꿈과 동심이 살아있는 동화책 27권이 생겼다.  

   

둘째, 스트링 아트 만들기는 손 조작 활동에 약한 영어 유치원 출신들의 아이들에게 끈기를 체험하는 활동이었다.

 처음에 호기롭게 시작했던 아이들은 조금 지나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반이 고리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이 활동을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던 아이들에게 끈기를 길러 주었던 좋은 수업이었다. 다 엉켜 버린 스트링 아트를 보면서 2시간 내내 한숨 쉬던 율아(옷의 자크도 할머니가 다 잠가주셔서 손 조작이 유난히 더딤)는 다음날 완성해와서 자랑스럽게 내 앞에 놓았다. “율아, 그렇지 이렇게 실패해도 다시 해보는 거지.”    

 

셋째, 내 인생의 멘토 소개는 2주일 동안 찾아 생애, 업적, 본받을 점으로 나눠서 조사하는 과제를 주었다.

조사한 것을 토대로 발표하는 아이들을 통해 나도 모르던 여러 위인들이 본받을 점을 자세히 말해 주어서 뜻깊었다. 아이들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멘토를 찾아가면서 아이들의 꿈 또한 훨훨 날았으리라. 위대한 위인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인류를 위한 선한 일을 했음을 알고 유튜버로 돈을 벌겠다는 7명의 아이들의 꿈이 자연스럽게 바뀌었음이 이 수업으로 얻은 커다란 열매였다.      


넷째, ‘우리 반 행복한 잡월드’를 통해서는 아이들 모두 준비를 너무 잘해와서 깜짝 놀랐다.

내가 몰랐던 직업들을 통해서 나도 아이들도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파티시에, 조향사, 천문학자, 마술사 등 기발한 직업 코너들이 우리 반 모두를 신나게 해 주었다. ‘우리 반 행복한 잡월드’는 특히 2~3주 전부터 하고 싶은 일을 포스트잇으로 신청받아 함께 할 아이들을 짜주고, 너무 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은 적절히 줄여주는 선생님들의 깨알 노하우가 필요했다.       

나는 춤을 출 때 춤만 춘다. 잠을 잘 때는 잠만 잔다. 그리고 아름다운 과수원을 홀로 거닐다가 잠시라도 딴생각을 하게 되면 곧 내 생각을 바로잡아 다시 그 과수원에서의 산책으로, 그 고독의 감미로움으로, 그리고 나에게로 돌려놓는다.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안혜린 옮김, 메이트 북스, 『몽테뉴의 수상록』,65    
 

우리 집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나서 별점을 봤다. 유연성 없는 고집쟁이 남편은 황소자리였다. 기막히게 맞는 것 같다. 딸의 별점도 봤다. 전갈자리란다. 자세히 읽어보니 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맞았다. 은퇴 후에는 별점 봐주는 가게를 차려도 될 것 같다.      


             <꿈이 하늘을 나는 진로교육 >

-수업시간에는 그 수업만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자.
-선생님이 학생이 되고, 학생이 선생님이 되는 수업을 하자.
-학교 행사를 3주 전부터 준비시켜서 알찬 수업을 만들자.
-까칠하고 외로운 교장선생님을 교실로 초대하여 수업을 공개하자.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멋진 선생님이 되자



아이들이 진로교육을 받고 꿈을 찾아 날아가도록 도와 주자.


아이들 속으로 함께 들어가서 했던 3일 동안의 진로 축제로 나는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내가 학생이 되고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는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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