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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이 대확행이 되는 과정

151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카페에서 책 읽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일이다.






소확행이 아니라 대확행

그러나 아기가 태어난 뒤로는, 그 소소했던 일조차 거창한 일이 되어버렸다.


축복이랑 같이 나가볼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날씨는 여전히 너무 쌀쌀했고 축복이는 외출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게다가 첫 아이다 보니 육아템도 미비하고, 안 그래도 쫄보인 나는 더 겁이 난다.


혼자 나가볼까. 내가 없다면 나 아닌 누군가가 축복이를 봐야 하는 건데. 바쁜 남편한테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내 여유를 위해 친정 부모님께 부탁하는 것도 죄송하.





그래도 콧바람 좀 쐬볼까

그래도 오늘은 친정부모님 덕분 짧은 여유가 생겼다. 이 시간을 야무지게 누려야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망설여진다. 유기농 장보기? 헬스장 가서 운동? 카페 가서 책 읽기? 친구와 전화?


유기농 장보기부터 탈락이다. 인터넷으로 주문자.

친구와 전화. 그럴 여유 없다.

아,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임신 전 나의 넘버원 취미가 헬스였다. 나름 자칭 타칭 '헬창'이었는데 이제는 배가 볼록 나온 아줌마가 됐다. 아직 7kg나 더 빼야 하는데.


많은 선택지를 뒤로 하고 그래도 카페에 가야겠다. 책을 읽어야겠다. 나는 어떤 일을 하기 전 관련 분야의 책을 쌓아두고 읽는 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못한 분야가 육아이다.


임신기간에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축복이가 태어나고는 초보 엄마의 임무 완수에 급급해 짬이 안 났다. 그러니 아기에게 뭐 하나 할 때마다 '이게 맞나' 하는 아리송한 느낌이 따라붙는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이론적 기반을 좀 세워놔야겠다. 책을 읽자, 책을.




몬테소리 교육

교대시절 유아교육 시간에 몬테소리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내 아기가 생기면 꼭 적용해보고 싶던 교육이. 그게 벌써 언제야. 다시 공부해 보고자 몬테소리 관련한 책을 읽고 있다.


세상에 갓 나와 혼란스럽고 불안할 아기를 위해 들어 올릴 때도 동의를 구하라. 아기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행동해라. 아기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세히 알려줘라.


아기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관한 말이 인상 깊었다. 이런 디테일 육아인스타나 유튜브에 안 나온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1시간 반 만에 집으로

나는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다. 축복이는 젖병을 거부하는 아기다. 그러니 혹시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 되어 부랴부 집으로 돌아간다.


집 밖에 못 나오던 사이 찬바람이 봄바람으로 바뀌었다. 내 옷만 겨울이라 머쓱하다. 햇살이 따뜻하다. 진짜 봄인가 보다. 이제 축복이랑 함께 나올 수도 있겠지.


짧지만 충만했던 외출은 끝이 났다.

축복이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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