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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에발 자라 제발!

155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웬일로 일찍 자니

하루 종일 기고 슈퍼맨 놀이를 한 우리 축복이는 고단했는지 9시 반에 잠들었..는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20분 만에 일어났다. 마치 짧은 낮잠을 자서 다 잤다는 듯, 눈은 말똥말똥해서는 칭얼댔다. 그때부터 또다시 축복이 재우기가 시작되었다.




샤우팅 하는 축복이

축복이는 요즘 들어 소리를 많이 지른다. 신생아 시절 조리원에서 우리 축복이만 유독 울지 않고 차분해서 '순한 아기'로 인정받았고 그러는 바람에 조리원샘들이 많이 안아주지 않아 내심 서운했던 일도 있었다. 이제 축복이에게 그런 모습은 온 데 간데없다. 목소리도 어찌나 큰지 소리 지르는 걸 듣고 있자면 귀가 아프다.


'우는' 게 아니라 '소리 지른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정말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아아아아-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우리 축복이는 요즘 시시때때로 소리를 지르지만, 자주 지르는 다섯 가지 상황을 추려보면 이렇다.


1. 자기 전에 졸리다고

2. 뒤집어서 엎드려 있는데 힘들다고

3. 입에 뭘 넣어 빨고 싶은데 안 들어간다고

4. 안아달라고

5. 배고프다고


한 달 전만 해도 배고프거나 졸리면 울었던 것과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표현을 한다. 이 상황 중에 가장 강도가 센 표현은 바로 1번, 자기 전의 소리지름이다.





잠들 수 없는 밤

9시 50분에 깬 축복이는 새롭게 터득한 소리 지르기 기술을 시전 했다. 한번 재우느라 이미 체력을 다 써버린 나는 축복이를 안고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내 침대에서 팔베개를 하고 자는 상상을 하며 상상이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며 실행해 봤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더 큰 축복이의 목소리뿐.


이게 다 수면교육을 안 해서 생긴 일 같아서 이제라도 하자 싶었다. 그래서 축복이를 아기 침대에 혼자 두고 자는 척했다. 그랬더니 스스로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울음소리만 커져갔다.


진짜 제에발 자라!!!

힘에 부치니 제에발 잤으면 좋겠단 말이 절로 나왔다. 몸도 마음도 힘드니 이 모든 상황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하루동안 있었던 일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결국 나는 축복이를 안아 들 수밖에 없었다. 축복이도 지쳤는지 안고 방을 돈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잠들었다. 나도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5시에 깨서 새벽수유를 했으니 새벽수유 한 텀 줄이기는 성공이다. 너무 늦게 잠들었으니 성공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다시 아침

아침에 일어나 어제 울고 잔 축복이를 마주했을 때 어색한 기운이 감돌 줄 알았다. 하지만 축복이는 어젯밤 일은 다 잊었다는 듯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었다. 어휴, 귀여운 것! 어찌 이리 사랑스럽나!


어제 일이 잊혀진다. 내 눈앞에는 천사보다도 더 예쁜 아기가 있을 뿐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애쓸 축복이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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