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일 차 아기 육아일기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첫 뒤집기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축복이는 어렵지 않게 뒤집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육아 선배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뒤집기가 시작되면 뒤집기 지옥이 열린다'고.
축복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는다. 그러다 끙끙 대고 급기야 울기까지 한다. 그래서 내가 다시 되돌려 눕혀주면 바로 또 뒤집는다. 이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 횟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직 지옥이라고 부르긴 이른 것 같다. 아직 뒤집기가 자유재로 가능하진 않아서 뒤집기 마스터가 안 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뒤집는 건 좋은데, 축복이는 그 상태에서 뭔가 더하고 싶은 눈치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걸까. 다른 아기들은 4개월 차에 벌써 배밀이도 한다지만 축복이는 뒤집기도 늦었기에 아직 배밀이는 아닌 것 같고 배밀이를 준비하는 단계쯤 되는 거 같다.
한참 끙끙거리다 머리를 바닥에 푹 처박고는, 한껏 좌절한 자세로 엎드려 있다. 한 20~30초 정도 가만히 힘을 모은다. 그러고선 고개를 쳐들고 다시 용을 써본다. 어떨 땐 소리까지 지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헬스. 무게 한 번 더 칠 때 안간힘을 쓰는 그런 느낌이다. 우리 축복이, 아기 헬창인가! 지금 이 순간 축복이에게는 자신의 몸이 그 어떤 바벨보다도 무겁겠지.
저 어리고 조그만 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고. 잠깐 바닥에 기대어 쉬다가도 스스로 일어나 또 시도하는 게 참 기특하다. 우리 축복이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엄마인 내가 축복이에게 배운다. 무엇이든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두 번에 안 되면 세 번, 될 때까지 안간힘을 쓰며 도전해 보자. 그렇게 안간힘을 쓰다 보면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오늘도 우리 집 작은 헬창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도, 엄마 헬창 모드로 내일을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