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유 Oct 17. 2022

성찰 중독


새벽 3시. 베개가 다 젖을 만큼 서럽게 울면서 깼다.

평소의 내 수면 주기는 이렇다. 잠들기가 어려운 시기, 잠은 쉽게 들지만 끊임없이 꿈을 꾸는 시기. 이 패턴을 왔다 갔다 한다. 최근에 후자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하루에 꿈을 4-5번을 꾸며 깼다 잠들다를 반복하다 결국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거나 아예 늦잠을 자고 만다.


300명의 창작자와 함께하는 드로잉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페스티벌은 3일 간 진행됐지만 개인 일정과 알바로 인해 설치만 하고 전시를 보지 못했다. 전시가 다 끝나고 철거하는 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눈을 떴는데 내가 너무 서럽게 소리 내며 꺽꺽 울고 있었다. 현실과 반대로 꿈속의 나는 전시를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너는 창의적이지 않아.”부터 시작해서 “그냥 머리수 채우려고 뽑았다.” 등등. 나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말들을 꿈꾸는 내내 들었다. 꿈속의 나는 그 말들을 소화시킬만한 능력도 없고 견딜만한 비위도 없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끌려다니면서 울었다. 그렇게 한껏 상처받고 일어난 새벽 세 시. 꿈이었다는 사실은 위로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최근에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는지 되돌아보고 내 작품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은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꿈을 꿀 이유가 없었다. 꿈속에서 나에게 혹평을 퍼부은 인간은 꿈속 세상의 나였다는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서는 젖은 베개를 확인했다. 한숨이 나왔다.


어떠한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를 검열한다. 자기 검열 모임이 있다면 내가 리더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 자꾸만 의심하고 파고든다. 자신을 믿고 나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내 실력을 보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또다시 노력하다 보면 자기 의심으로 돌아간다.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너지지 않는 자기 확신과 강한 믿음을 갖는 방법은?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이전 09화 나는 선을 긋고 있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