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모르게 삐뚤어지고 싶은 날이 있다. 하찮은 예술가의 반항이다. 반복되는 삶에 대한 것일지도 혹은 나약한 스스로를 향한 분노일지도 모른다.
이연 작가의 <겁내지 않고 그리는 법>에서 작가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건 감정을 견딜 비위’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뇌리에 꽂히는 문장들이 대략 3-5권에 한 번 씩 나오는데 오랜만에 나의 가슴에 박힌 문장이다. 너무 공감돼서 책을 읽다가 심장을 부여잡았다. 하루 종일 작업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울렁거려 속이 메쓰꺼울 정도다. 그렇게 매 순간 고민을 한다 해도 한 순간에 멋들어진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니니 가끔은 작가인 척하는 스스로를 견딜 수가 없다. 스스로의 욕망에 지친다면 그건 헛된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 내려놓고 싶다. 굳이 이렇게까지 뭘 해야 하나 싶어서. 책 하나로 너무 멀리 와버린 탓에 돌아갈 길을 모르겠고 더 나아갈 길도 모르겠다. 아직도 길을 잃었다.
백수인 내가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반항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삶을 잘 살아내고 싶어 하는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은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결론이 났다. 나에게 넘쳐나는 건 시간. 그걸 마음껏 낭비하고 싶었다. 오후 4시 침대에 들어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있는 집, 조용한 내 방. 고립된 예술가가 된 것만 같아 알림 없는 휴대폰은 더욱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내 엄지는 의미 없는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영상들을 보았다. 정말 시간을 헛되이 쓰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 난 또 울고 있지. 흐르는 눈물에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이유를 찾으려는 시도를 해버렸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진단을 내리길 좋아한다. 어릴 때 병원 놀이를 좋아했었는지 잠깐 생각했다.
창작자의 비위를 강하게 하는 방법은 어찌나 저쩌나 기록이라는 결론이 났다. 내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을 기록해 놔야 한다. 취약한 감정과 견딜 수 있는 감정, 나를 무너지게 하는 감정들을 알아야 한다. 알고 나면 견디는 노련함도 생기겠지만 견디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다. 언젠가 또 속이 울렁거리게 된다면 속이 쓰리지 않게 맛있는 걸 먹으라고. 그리고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이 금방 나오는 작은 일들을 해보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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