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 아이디어를 짜면서 문득 교수님께서 이번 학기는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기존에 하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 혹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매체 등 도전적인 학우들 사이에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부평문고가 큰 소재로 떠올랐다. 사라진 서점으로 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선 리서치를 진행했다. 구글에 ‘부평문고’를 검색해봤고, ‘동네 서점’을 검색해봤고, ‘서점 폐업’을 검색해 보았다. 리서치 결과는 재밌었다. 매년 줄어드는 독서 인구에 관한 이야기는 이젠 놀랍지도 않은, 언급되지 않으면 섭섭한 이야기였다. 그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신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조금의 독립출판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것도 크게 놀랍지는 않은 이야기다. 쓰는 사람이 곧 읽는 사람인 세상. 쓰기 위해 읽는 세상이 된 것이다. 마지막은 지역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 ‘막연히 사라지고 있겠지. 부평문고도 사라졌는데.’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심각한 수준이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우리 동네를 떠올려보니 현재 부평의 3대 서점이었던 지역 서점이 부평문고를 끝으로 전부 사라졌다. 또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단 한곳도 없는 곳이 5곳, 단 한곳만 남은 곳이 42곳이라고 한다. ‘지역 서점 소멸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멸’이라는 말에 왠지 마음이 아팠다.
리서치를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서점이 사라지는 이유는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지역 서점이 문을 닫는 상황을 ‘서점의 고독사’라고 하고, 그렇게 고독사한 서점을 추모하는 책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다. 최종 형태가 책이어야 하는 근거도 만들었다. 왜냐하면 서점과 책은 뗄 수 없는 관계니까. 더불어 ‘죽은 서점을 추모하는 책’은 서점이 죽었기 때문에 탄생했지만 그 서점에서는 절대 팔릴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좋았다. 부평문고를 위해 만들어질 책은 절대 부평문고에 진열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운명. 누군가는 서점이 사라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없어지는 직업이 있고 필요 없어지는 공간이 있는 건데 왜 서점이 사라지는 일에 의미부여를 하냐는 것이었다. ‘그럼 사람도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슬퍼하나요?’라고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혼자 생각했다. ‘인간은 자연스러운 것에도 마음을 쓰는 존재니까요.’라고.
사라진 부평문고를 꼭 기억하고 싶으니까.
더 이상 동네 서점이 사라지지 않길 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