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부평 문고가 문을 닫은 사건 그 후 몇 번의 이별을 더 겪으며 감정에 무뎌져 갔다. 한창 방황했던 시절 나의 도피처였던 곳은 이제 없었다. 해가 바뀌어도 똑같았다. 새로운 해가 되고 새로운 학년으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졸업 전에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들 하는 4학년 1학기였다. 그렇게 3월 중순쯤 이제 각 수업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대략적인 구상이 되었을 무렵, 나는 문득 내가 하는 모든 작업이 지난 이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직 부평 문고를, 토토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정확히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나면 내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질 테니까. 앞으로의 이야기는 ‘부평문고’를 소재로 한 그림책의 한 학기 작업 과정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