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한 서점을 추모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많았다. ‘하나의 서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사라진 서점 전체를 아우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풀어내면 좋겠다’, ‘분량이 있을까’, ‘있었던 곳이 사라진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 공감하기 좋을 거다’ 등등 피드백을 받으니 역시 줏대 있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해야겠더라. 동시에 자잘한 고민들이 밀려왔다. 추모하는 게 뭔데? 어떻게 추모할 건데? 무슨 이야기인데? 등등. 그러면서 계속 부평문고를 통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중에도 확실한 것은 이 책이 나중에 부평문고가 그리워질 때 열어볼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평문고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2차 리서치를 시작했다. 외장하드를 뒤져서 부평문고와 관련된 사진을 뒤져봤다. 당연히 부평문고를 찍은 사진은 없었다. 서점가는 데 카메라를 들고 가진 앉으니까. 다행히 서점에 갔다온 듯한 사진은 몇 개 발견했다. 동생이 책을 들고 자랑하는 사진이나 엄마 없는 토요일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진들. 그리고 나서는 인터넷 세상에 떠도는 부평문고의 사진을 찾아 헤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누군가의 블로그를 읽으며 2010년 누군가와 현재의 내가 부평문고에서 만났다. 인터넷 세상에 내가 기억하는 옛날 부평문고의 모습이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로 올라오면서 부평문고 안에서 있었던 변화들이 떠올랐고 결국에는 부평문고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발견했다. 나와 달리 용기 내어 부평문고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물은 이도 있었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둔 이도 있었다. 긴 시간 여행 끝에 만난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덜 외로워졌다. 2차 리서치를 통해서 얻은 건 부평문고가 문을 닫을 조짐들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하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부평문고는 입구가 두 곳이었다. 앞 문과 뒷 문.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건 뒷 문이었다. 좁은 뒷 문으로 서점을 내려오면 사람들의 발길이 끝내 닿지 않는 분야의 책들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예를 들면 전문 분야의 과학이나 수학이나 컴퓨터, 정치 이런 분야들. 뒷 문을 통해 앞 문 쪽으로 걸어오면 점점 더 대중적인 분야들로 변한다. 처세, 문학, 문제집, 아동서적, 만화책까지. 그 중간에 바짝 붙으면 최대 10명도 앉을 수 있는 고객 쉼터가 나온다. 그곳에서 자주 책을 읽었다. 어렴풋이 결제하지 않고 책을 읽어도 딱히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던 기억이 났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책을 사는 것에 목적이 있었기에 각자 사고 싶은 책을 다 골랐으면 그 책들을 한 아름 안고 그곳에서 기다렸다. 동생이 재밌는 책을 골라오면 나도 질 수 없어 다시 원정을 떠나곤 했고 그렇게 끝나지 않는 책 쇼핑을 했다. 그 이후의 기억은 대략 이렇다. 어느 순간 뒷 문이 막혔고 우린 돌아서 앞 문을 통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부평문고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피스디포’라는 문구점이 그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부평문고가 가진 책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즐겨 앉던 고객쉼터는 한 쪽 구석의 기둥으로 밀려나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가 되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오피스디포가 문을 닫았다. 그 절반의 공간이 그저 아까운 빈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계속 그렇게 조금씩 부평문고는 문 닫을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첫 개업을 했다던 1992년 혹은 1993년부터 내가 그곳에 처음 간 2007년 즈음을 지나 2023년이 되기까지. 손님이 오길 기다리면서, 자신 안에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느끼면서, 작아지는 자신을 자각하면서, 그럼에도 다시 올 수도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