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들려주는 청년의 역사1
현재의 청년은 과거의 청년보다 더 심각한 빈곤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인 청년도 40%가 넘었다...
청년 10명 중 4명(37.1%)은 ‘생활비가 부족해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500건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가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26만500명으로 집계됐다. 1970년 101만 명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 자연감소 현상은 2019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고립청년은 물리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의 이유로 내부적으로 고립상태인 청년을 뜻한다. 은둔청년은 집 안에서만 지내며 6개월 이상 사회와 교류를 차단한 청년을 일컫는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최근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2020년 한 해에만 1만7명의 20대가 자해·자살을 시도한 후 응급실에 내원했다... 1)
“청년의 때가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라며 무신경하게 말하는 일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시대가 청년들에게 희망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청년의 때를 처음 경험하는 젊은이들은 이 시기에 어떤 신념을 갖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누군가 그들의 멘토가 되어 상담해주고 도움을 준다면 이 시대 청년들이 현실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은 청년들에게 그렇게 친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은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그저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거나 나 혼자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더 나아가서는 기성세대의 잘못을 반복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위기를 바로잡고, 불의에 저항하며, 불가능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청년의 삶’, 그 본질은 점점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청년을 청년답게 보내지 못한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될 시기의 사회는 분명 지금보다 더 절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획하지 않았던 휴직을 갑작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몰아치듯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삶을 멈추고 보니 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언론에서 쏟아내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청년’이 되어 버린 졸업한 제자들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복직을 몇 개월 앞두고 녀석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넘게 연락이 닿지 않은 녀석들을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만난 녀석들이 약 100명 가까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찾고 있고, 또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교사로서 처음 가르쳤던, 그래서 지금은 30대 중반이 된 제자부터 이제 막 졸업한 스무 살 제자들까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삶을 견디고 있는 녀석들의 이야기는 기사로만 막연히 읽었던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 취직 문제, 직장 갑질, 결혼 문제, 고독 문제 등이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였고, 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녀석들이 모두 예의가 바른지라 어떻게 선생님이 먼저 연락을 주시냐면서 모두들 기쁘게 만났지만, 재학생 때도 마땅히 자신의 고민을 나눌 대상이 없었던 녀석들은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자신의 상황과 불안한 처지 때문인지 인생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대견하게 성장했고, 그 바른 모습에 이 사회에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지금의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격려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청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만나서 이야기해주고, 말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이렇게 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은 이왕이면 ‘역사’에서 역경에 도전했던 선배 청년의 삶을 통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청년은 가진 것이 없고, 실력도 부족하며, 사고도 아직 서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기성세대가 바꾸지 못한 현실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신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이끄는 주체는 기득권 세력이 아닌,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청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9명의 청년 도전사를 통해 청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9명의 청년 도전사를 시작하기 전에 ‘청년(靑年)’이라는 용어의 등장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청년’이라는 용어는 이 글의 배경이 되는 ‘개화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개화기(開化期)’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역경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는 신분제도로 닫혀 있던 전통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긍정적인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1900년 전후 우리나라의 개화기는 서양 세력의 침략, 일제에 의한 개항, 서양 문물의 수용, 신분제도의 타파 등 국권이 위협받고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초래되는 격동의 때였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위기는 그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고, 이 시대적 문제를 극복하고 역사적 사명을 감당할 새로운 주체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시 역사를 개척해가는 사람들에게 신조어를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청년(靑年)’이었습니다.2)
결혼 전에는 소년, 결혼 후에는 장년으로 불리던 때에 새롭게 등장한 ‘청년’은 신분제도로 차별받던 시대가 끝나자 직업·출신·성별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젊은 층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위기의 때에 과거와 이별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존재. 그들이 청년이었고, 나라의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청년’이라는 용어는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됩니다.3)
세상의 부조리를 만든 것은 ‘기성세대’이고, 세상을 바꿀 힘도 ‘기성세대’에게 있는데 볼품없고 가진 것 없는 미숙한 청년에게 시대의 위기를 극복해달라고 무거운 책임을 요구할 때, 청년들 자신은 반감을 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집단·가문·신분이 강조되던 전근대 시대가 극복된 이후 개화기의 계몽 활동,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쟁, 광복 후 한국전쟁·4.19혁명·5.18광주민주화운동·6월 항쟁 등 위기의 순간마다 청년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며 여러 분야에서 역사를 개척해 왔습니다.
기성세대 중에서도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개혁 중에 갈등이 발생하거나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행동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사회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누군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험난한 역경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 그 ‘누군가’를 역사에서는 ‘청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청년이 포기하면 다음 시대는 더욱 정체되고, 청년이 미워하면 다음 시대는 서로를 더욱 혐오하고, 청년이 불의하면 다음 시대는 더욱 불공정해질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탓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를 불평하던 청년들은 20년 후 기성세대가 됩니다. 지금의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려고 도전하지 않으면 20년 후의 청년들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불평하듯이 20년 후 기성세대가 될 지금의 청년들을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기성세대가 된 지금의 청년들은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요? 20년 후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은 할아버지 세대의 잘못 때문이라고 변명하게 될까요?
시대마다 위기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지금은 전쟁도, 식민지배도 없지만, 경제력·나이·성별·지역·정치성향·국적 등으로 차별하고 특정 세력이 집단화하여 다른 세력 위에 서려는 싸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기득권층은 집단별 서열을 정치적으로 고착시켜 전근대적 신분 사회로 역행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개화기의 위기처럼 지금도 역사를 새롭게 개척할 주체들의 활약이 필요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제강점기가 결국 막을 내린 것처럼, 청년들의 활약으로 지금 시대의 위기도 분명 언젠가는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시대의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과거와 이별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존재’라는 청년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응원합니다.
1) 조민영, 「19~34세 청년 40% “난 빈곤하다”…실제 순자산 빈곤율 ↑」, 국민일보, 2022.2.27
이현정, 「청년층 빈곤율 10년 전보다 훨씬 나빠졌다」, 서울신문, 2021.9.21
박상섭, 「코로나 첫해 전체 자살률 줄었지만 20대는 증가」, 한국보험신문, 2022.6.20.
곽민규, 「고용한파 속 청년 경제고통지수 최고치...체감실업률 급증」, 스마트에프엔, 2021.11.14.
박세미, 「출산많은 1~4월도… 신생아 역대최저 8만명」, 조선일보, 2022.6.20.
임주형, 「출생아 74개월째 감소… 1월 결혼 건수도 최저」, 서울신문, 2022.3.24.
이지훈, 「월 사망자 수 역대 최다… 인구 30개월째 ‘내리막’」, 아시아투데이, 2022.6.23.
주애진 외, 「굶으며 버티는 청춘…청년 37% “돈 없어 끼니 거른 적 있어”」, 동아일보, 2021.4.19
이민아, 「작년 연간 출생아 수 26만500명…51년만에 4분의 1로 감소」, 조선일보, 2022.2.23
이성희, 「서울시,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한다」, 경향신문, 2022.4.7.
안용성, 「결혼 안 하거나 늦게 하거나… 2021년 혼인건수 ‘역대 최저’」, 세계일보, 2022.3.17
2) 강준만, 「청년」, 『선샤인 지식노트』, 인물과사상사, 2008 - 네이버 지식백과
3) 소영현, 「청년과 근대 : 『少年』을 중심으로」,『한국근대문학연구』6, 한국근대문학회, 2005.4, 4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