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서재필,#025 서재필의 장년 시절

제자에게 들려주는 청년의 역사2

by 연결고리

주요 업적과 생애 요약


#025 서재필의 장년 시절



미국으로 돌아간 서재필은 국내 문제와 거리를 두었고, 그가 다닌 고등학교의 미국인 후배와 함께 상회를 설립하여 사업에 몰두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간 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조선은 일제에게 국권을 강탈당하고, 미국에서 소식을 들은 서재필은 조선의 멸망 원인을 일제의 제국주의 탐욕보다는 자신의 개혁을 거부하고 방해했던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가 겪었던 두 번의 망명 경험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감정적인 반응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나 사고가 더욱 미국인이 되어 버린 그는 이제 단독으로 상회를 차릴 정도로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성공시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당장의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권피탈 후 다시 10년이 지나고, 그가 56세가 되던 해에 국내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납니다. 장년이 된 서재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는 미국에서 한인사회를 규합하여 다시 민족운동에 뛰어듭니다.


그는 3년간 민족운동에 자신의 시간과 재산을 바치며 열정적으로 헌신했는데, 그 과정에서 번창했던 사업이 기울어 결국 파산하게 됩니다. 이후 청년 유일한(뒤에서 다룰 인물)의 부탁을 받아 잠시 유한 주식회사의 사장직을 맡거나 생계를 위해 의료분야에 종사하면서 일제가 패망하기까지 다시 20여 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냅니다.1)


1945년 일제의 항복으로 광복을 맞이하지만, 남한에는 미군이, 북한에는 소련군이 각각 주둔하였고, 한반도는 극심한 좌우 대립이라는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됩니다. 미군정은 국내 정치 문제 해소를 위해 84세의 서재필을 미군 최고 고문직에 임명하여 귀국시키는데, 이는 미국으로 망명을 떠난 지 무려 5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대립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남북이 갈라진 채 1948년 남한 단독으로 5.10총선거 실시가 결정됩니다. 이때 김구를 중심으로 한 중도 세력은 남한 단독 선거를 반대하면서 5.10 총선에 불참합니다.


이 때문에 선거에서 이승만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이승만 반대 세력들은 서재필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하지만 서재필은 대통령에 입후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고, 자신은 미국 시민이며 또한 미국 시민으로 머무를 생각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군정에 미군 최고 고문직 사임 의사를 밝힙니다.


서재필은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 정부가 구성되자 정부 수립 다음 달 다시 미국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그 다음해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2)


서재필은 지식인으로서, 관리로서, 혁명가로서 자기를 희생했으나 반역자로 몰려 가족을 모두 잃었고, 살아남기 위해 홀로 타국에서 삶을 이어갔지만, 조국을 위해 다시 돌아와 근대적 개혁을 위해 힘썼고 그를 싫어하는 정치 세력에 의해 다시 쫓겨났습니다.


3.1운동 소식에 독립운동의 불을 지피기 위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용했고, 광복 이후 국내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노년에 조국을 찾았으나 결국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재필은 실로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며, 격동의 시대만큼 굴곡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고,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강조하였지만, 그러면서도 민족을 잊지 않았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민족을 위한 숭고한 삶을 살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재필은 갑신정변 당시를 회고할 때 자신을 ‘나라를 위해서는 생사를 돌보지 않는 피 끓는 청년’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3) 이제 청년이 처한 시대 상황과 청년의 도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서재필기념회, 『선구자 서재필』, 기파랑, 2011, 15-16쪽
2) 서재필기념회, 『선구자 서재필』, 기파랑, 2011, 59-60·67·72-73쪽
3) 서재필기념회, 『선구자 서재필』, 기파랑, 2011, 23쪽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나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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