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마리아, #076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 2
제자에게 들려주는 청년의 역사Ⅳ
시대 읽기
#076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 2 – 유럽의 쇠퇴 미국의 부상, 러시아 혁명과 사회주의 확산, 민족자결주의의 대두
총력전의 결과 유럽이 초토화된 반면, 전쟁 후 미국은 지역의 강국을 넘어 점차 세계 강국의 위상을 갖게 됩니다. 참호전의 영향으로 전쟁이 지지부진할 때 미국의 참전은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전쟁 당시 중립국이었던 미국은 1917년 독일이 U-보트를 활용한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중립국의 비무장 상선을 공격하자 이를 계기로 참전하게 되었고, 참전 선언 한 달 만에 징병을 제도화하여 약 1,000만 명의 남성을 징병 등록했고, 다음 해에 이르러 한 달에 30만 명의 병사들을 유럽으로 파병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식량과 보급품이 대서양을 건넜고, 미국의 호위 체계는 독일 잠수함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냈습니다.1)
미국의 참전으로 승전이 확실시되자 참전 다음 해 미국 대통령 윌슨은 전후처리를 위한 ‘14개조 원칙’을 발표하였고, 국제 평화 유지를 위해 국제연합의 전신인 국제연맹 창설을 제안합니다. 물론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의에서 윌슨의 주장은 패전국을 철저하게 응징하기 원했던 유럽 승전국에 의해 거부되었고, 미국 의회는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면서 미국은 다시 고립주의 노선을 선택하게 됩니다.2)
하지만 1921년 워싱턴 회의를 개최해서는 군비 축소를 주도하여 미국·영국에 비해 일본의 주력함 비율을 축소시켰고, 동시에 일본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열강들에게 인정받았던 산둥성 이권을 다시 중국에 반환토록 하여 일본의 팽창을 억제시켰습니다. 그 결정은 일본에게 굴욕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군부를 추종하는 우파 세력의 반발 속에 일본 총리가 암살되는 정치적 혼란이 발생합니다.3)
유럽 동맹국은 전쟁 중과 전쟁 직후 미국에서 빌린 110억 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노력했고, 패전국 독일은 동맹국들이 부과한 가혹한 배상금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배상금 상환은 원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프랑스가 독일을 침략하여 다시 전쟁 발발 위기에 처하자 미국은 이에 개입하여 독일에 돈을 대여해주어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을 해결합니다. 독일은 미국으로부터 대부한 돈으로 영국과 프랑스에 배상금을 지불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이 자금으로 미국에 빌린 채무를 갚았습니다. 이렇게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은 미국 은행과 기업에 엄청난 채무를 졌으며, 이러한 경제적 연관성은 세계대공황이 일어날 때까지 지속됐습니다.4) 1920년대 고도성장으로 ‘번영의 시대’를 누린 미국은 이제 정치·경제적으로 유럽의 국가를 압도하게 됩니다.
전쟁 기간 중 눈여겨볼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러시아 혁명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는 영국, 프랑스와 함께 참전했는데, 계속된 패전 속에 1917년 레닌을 중심으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새롭게 수립된 레닌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탈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사회주의국가의 연합인 소련을 건설합니다.
19세기에 등장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부패로 미래에 사회주의 국가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유 재산을 부정하고 재산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폭력적인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파괴한다는 ‘이론’이 러시아 혁명으로 현실에서 구현되었을 때 세계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힘썼는데, 미국은 사회주의자·급진주의자 등을 탄압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여 ‘적색공포(Red Scare)'라는 상황을 조성하였고5), 일본은 치안유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주의자를 비롯한 반정부·반체제 운동을 탄압했습니다.6) 반면 소련은 사회주의 세력 확대를 위해 약소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는데,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3.1운동 이후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이 활발히 전개됩니다. 이로써 세계는 자본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대립하는 양상을 띠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처리 문제는 파리강화회의에서 논의되었는데, 그보다 일 년 앞서 미국 대통령 윌슨은 전후 처리 원칙으로 ‘14개조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경의 재조정, 비밀외교의 폐지, 군비 축소, 국제연맹 창설 등 국제주의적 이상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윌슨은 국제사회가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이를 실행할 근대적 기구를 만들기만 한다면 인류는 평화로이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자비롭고 관대한 평화를 이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윌슨의 평화 원칙은 유럽 연합국에 의해 거부되었고, 패전국에 상당한 배상금을 부과하게 됩니다.7)
비록 파리강화회의는 승전국의 패전국에 대한 확실하고 가혹한 응징으로 결론이 나지만, 14개조 원칙에서 강조된 ‘민족자결주의’는 강대국의 지배를 받는 약소민족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불러일으킵니다. 민족자결주의란 각 민족은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파리강화회의에서 이 원칙은 실제로 패전국의 식민지에만 적용된 것이었지만,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은 한반도에 전해져 일제강점기 최대의 민족 저항 운동인 3.1운동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8) 3.1운동 과정에 대해서는 김마리아의 청년 시절 읽기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1) 주디스 코핀 외,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 하, 소나무, 2021, 519-520쪽
2) 에이미 추아, 『제국의 미래』, 비아북, 2009, 354쪽
3) 마리우스 B. 젠슨, 『현대일본을 찾아서』2, 이산, 2013, 797쪽
4) 앨런 브링클리,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3, 휴머니스트, 2022, 200-201쪽
5) 앨런 브링클리,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3, 휴머니스트, 2022, 59쪽
6) 한국사사전편찬위원회, 「치안유지법」, 『한국근현대사사전』, 가람기획, 네이버 지식백과
7) 앨런 브링클리,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3, 휴머니스트, 2022, 48-50쪽
8) 「민족자결주의」,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