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의 싸움

기술사 이야기

by 리마커블

IT업에 종사하는 나로서 IT 기술 분야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기술사에 매력을 느껴 도전하고 합격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자격증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기술사에 대해 함께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기술사"란 해당 기술 분야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응용능력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국가기술 자격법」제10조에 따라 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말한다.
- 기술사법 제2조 -


신입사원 때 처음 알게 된 후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지만, 회사 업무가 익숙해져 갈 때쯤 다시금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기술사 학원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시험이기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압박이 밀려왔다. 아주 오랫동안 시험의 난이도와 강도를 예상하고 뛰어들었지만 극한으로 몰고 가는 시험은 회사와 가정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나로서는 상당한 심적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계속 시험을 보았지만 58~59점대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걸어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너무나 신중히 고심하며 시작한 만큼 나의 머릿속에는 포기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아서일까? 이 길이 맞는지 셀 수 없이 고민하였지만 내 앞을 가로막는 벽에 멈추지 않고 내 인생의 가보지 않은 그 길을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가 보았다.


지금도 같이 공부를 시작한 동기 중 아직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시험은 정말 극악한 시험이 아닐 수 없다. 중도 이탈자도 많고 매번 새로운 선수들로 교체된다. 그렇게 물갈이되는 게 서로에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하게 외로운 홀로서기의 시험인 것이다.


한겨울 창가에 앉아 눈발을 맞아가며 시험 보던 시간, 400분의 시험을 보며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어가며 의지를 다잡던 시간,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피곤한 얼굴로 맞았던 신선한 공기 그 모든 것들이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기술사 시험의 1차 관문은 쓰기 시험으로써 살면서 지금껏 이렇게 많이 써본 적도 없을 것이다. 쓰기에서 시작해 쓰기로 끝나는 시험이기에 모든 지식을 정리하여 쓰는 훈련을 해나갔다. 주어진 시간 동안 전체 문제를 소화해야 하기에 손이 멈추면 안 되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나와의 싸움인 것이다. 무한히 써보며 고통 속에 공부한 시간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이 시간들이 글 쓰는 데 밑바탕이 되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 굳이 그런 걸 따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IT업에 몸을 담고 있는 나로서는 해당 분야의 최고의 자격인 기술사를 도전해보고 싶었다. 신입사원 때 공부하던 선배의 모습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결국에는 도전하였고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자격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 중 하나는 지금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전개하는 능력이다. 왜 내가 이렇게 쓰게 되었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쓰면 더 강력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깨달을 수 있었다. 깊이 있게 사고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는 통찰력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간절함으로 나와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이 어떤 분야에 있든지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지는 그런 자격이나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한 분야에 이론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가 되어 세상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길 바란다.


공부하면서 지치고 힘들 때마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 산악인 힐러리의 말을 떠올려보고 의지를 다잡곤 했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정상을 향해 다시 나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아, 너는 자라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자라날 것이다. 나의 기술도, 나의 힘도, 나의 경험도, 나의 장비도 자라날 것이다. 나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기어이 네 정상에 설 것이다.”
- Edmund Hill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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