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는 작은 책조차 가방 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익숙한 듯 항상 손에 들려 있는 건 실버 빛을 띠고 있는 전자 기기.
짧은 거리여도 항상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상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외출을 나가게 됐고, 이 거리를 기회 삼아 읽을 책을 챙긴 나였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로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가 가득 채워진 이곳에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고 책에 집중하려 한다.
한 번 집중하게 되면 들려오던 주변 소리도 점점 잊히고 이 공간에 나와 책, 둘만의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난 지금, 나는 드디어 짧은 반팔에서 벗어나 긴팔로 돌아왔다. 흐린 날씨인 것도 있지만 예전만큼 더운 것들은 많이 사라지고 없었다.
앉아있을 때 읽었던 책은 가방에 넣어두고 환승으로 인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곳이 정해진 듯 다들 삑 - 하며 카드 찍는 소리와 함께 걸어서 통과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동안, 잠시 내려놓고 있었던 핸드폰을 꺼내 들어 메모장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