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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Jun 25. 2023

[인터뷰] 순간의 서사, 선의 노래 - 유유

애니메이션에서 드로잉까지

UU 작가는 본명이 유유입니다.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작품도 작가만의 개성을 담아낸 독특한 그림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멋진 그림에 반해 컬렉팅을 했지만 사실 영국 Royal College of Art에서 애니메이션 석사과정을 졸업한 애니메이터이기도 합니다. 주로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Holland Animation Film Festival , Animatricks Festival, London International Animation Festival 등 다수의 영화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현재는 디지털 드로잉을 통한 NFT아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3년 JN갤러리에서 진행한 ‘Paused’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NFT아티스트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Paused라는 이름은 ‘일시정지된’이라는 뜻으로 유유 작가만의 드로잉 감성이 물씬 드러나는 작품 시리즈입니다. 영화나 영상의 한 장면을 ‘일시정지’ 한 상태로 캡처해 그렸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인데 아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근황을 알려주세요. 

요즘에는 대부분 시간을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소소하고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쌓아가고 있습니다.

Boy and lamp(UU)


NFT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NFT가 생기기 이전부터 필연적으로 디지털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처음 갤러리에서 단체전으로 참여했던 작업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Tiny Tidy Tide- Woman, Flower and Window 중 일부(UU)

불과 10년 전인 그 당시 만해도 디지털 파일로 저장이 가능한 이미지나 영상 작품을 단일 작품으로, 전시 까지는 가능하더라도 소장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Julian Opie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처럼 작품과 스크린을 하나의 오브제로 만든 경우는 예외였는데 그 방식은 제가 실행하기에는 여러 부담되는 요소가 있었어요.

Julian Opie의 LED 스크린 애니메이션 [출처 : Jared Sych]

그동안 저는 시간, 장소, 재료등,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에 걸림돌을 낮추기 위해 디지털 드로잉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작업물의 최종 형태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이었습니다.

Carnation(UU)

Beeple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NFT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전의 디지털아트의 한계로 느껴졌던 작품의 소유권 및 판매에 대한 문제를 NFT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지털 작업을 다른 매체로 변환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예술가들에게 또 하나의 창구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To be content(UU)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3명 꼽는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존경하는 분들은 많지만 특히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합니다. 이들은 끊임없는 시도와 작업량, 매체에 제약을 두지 않는 실험,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깊은 사유 끝에 나온 그들만의 사물을 보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그들만의 방법에 항상 감탄합니다.

Breaking news is nothing to do with me(UU)


작품들을 통해 알리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는 시기나 시리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명확할 때도 있지만 요즘에는 제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발견하는 장면들을 그립니다.

Green Tree at Car Park(UU)

주인공 같은 주제, 그러니까 모두가 의식해서 바라보고 있는 사물이나 인물 보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관객과도 저의 그러한 시선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은 Paused 시리즈를 진행하며 점점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But mine isn't even the biggest expense(UU)

Paused 드로잉 시리즈도 영화나 영상매체 에서의 장면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의도적으로 영상의 원래 스토리, 캐릭터에서 오는 특징과 제가 그려내는 그림을 계속 분리하려 했거든요. 작품 속 캐릭터나 그 작품 자체를 연상케 하는 대표적인 장면들보다, 스토리 전달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장면들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Well I'll take my chances(UU)

연속된 이미지를 시간 순서에서 떨어뜨린 낱장의 이미지로 볼 때, 저는 비로소 이 장면들을 원래의 스토리를 연상하도록 하지 않는 이미지 그 자체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느꼈습니다.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와 ‘어떻게 내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의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지금은 이런 방식을 조금 더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찾아보는 중입니다.

Man with Pizza Slices(UU)


좋아하는 예술 장르나 NFT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작업들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관심을 둡니다. NFT 작품 중에서 딱 한 사람을 꼽아보자면 Jake Fried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Jake Fried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종이에 그림을 계속 덧씌우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내는 작가입니다. 

Brain Wave(Jake Fried)

그전에 작업한 프레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미 프레임이 덧씌워졌기 때문에 수정을 할 수 없는 방식이죠.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수정 불가능한 방식이 얼마나 작업하기 까다로운 지 알 겁니다. 비슷한 방식을 시도해 보는 사람들은 있지만, Jake Fried처럼 복잡한 그래픽과 많은 양의 프레임으로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작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전공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특이한 이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학사로는 시각 디자인을 석사로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IT기업에서 인포메이션/멀티미디어 디자이너로 활동했었습니다. 특이한 점을 꼽자면 전공과 일 모두 주어진 것과 조금 방향이 다른 것에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It's all true(UU)

시각 디자인 전공을 할 때에는 상업적인 디자인보다 여러 재료로 드로잉을 해보며 개인 작품을 하는 작가로서의 접근법에 관심을 뒀었고, 애니메이션을 전공할 때에는 Experimental Film, Film Editing에 관심을 가져 새로운 에디팅 방식 자체를 작품으로 만드는 시도를 했었어요. 


It's not my fault(UU)


주요 NFT 작품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주요 NFT 작품은 “Paused” 시리즈입니다. "Paused"는 초기의  moving image에서 멈춘 순간부터 지금의 제 경험에서 멈춘 순간들까지 저의 표현 방식에 집중해 그린 그림들입니다. 제가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리는 대상보다 ‘나를 통해 어떤 그림이 나올 것인가’였습니다. 

But...how...how do we get there?(UU)

스토리를 전달하는 목적이 있는 연속적 이미지를 어느 순간에 멈춤으로써 원래의 목적성을 지우고 이미지 자체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며 장면들을 그려냈습니다. 제가 선택한 장면들과 그 이후 조합되고 만들어진 장면들은 그때의 어떠한 끌림에 의해 선택되었는데, 보통은 그날의 개인적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표현을 실험하듯이 작업을 하였습니다. 또 그림을 그릴 때 기존 미디엄의 재료에서 오는 질감을 모방하는 게 아닌, 디지털 기기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에 대한 연구를 하며 시리즈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Really(UU)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Paused 시리즈의 초반 작업에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첫 시도에는 항상 날 것의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별개로 진행하는 핸드폰 드로잉 시리즈인 Smaller Drawing 도 좋아합니다. 

3 artists(UU)

그릴 대상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그려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이전에 Life drawing을 할 때에 느꼈던 여러 제한 요소들을 이 시리즈를 그리는 동안 다시 느끼고는 합니다. 그런 제한 요소들이 오히려 작업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NFT아트 분야에서 구체적인 목표나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정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로 살고 싶습니다. 목적지의 깃발을 향해 간다는 느낌보다, 시간이 흘러도 그동안의 작업들에 대해 스스로 애착을 갖고, 작품들과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예술가로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We sell ice(UU)

자신의 예술관 혹은 자신의 예술을 정의해 본다면? 

지금 제가 하는 것들에 정의 내리기에는 이른 단계라 생각이 듭니다. 작업을 계속해 나가며 그때마다 발견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그것에 집중하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Will you get in?(UU)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시도도 계속해서 해보고 싶습니다. 재료의 특성과 제한에서 오는 결과물의 변화는 쉽게 손대기 어렵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합니다.

Just give me a second(UU)


인물화를 그린 작품에서 사람 얼굴의 눈이 비뚤어져 있는데 어떤 의도가 있나요?

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선, 형태에 집중하던 시기에 그런 결과물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관객의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할 생각으로 그린 건 아닙니다. 다만 작업을 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선들이 있고 그 우연성이 그림에 어울린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 느낌을 따라 가려합니다. 

No Idea(UU)


작품 안에 글자가 쓰여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어떤 이유인가요?

Paused 시리즈 몇몇 작품에는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를 볼 때 나오는 자막을 그대로 시각요소로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텍스트가 들어가면 우리는 느낌이 아닌 분명한 내용을 읽게 되는데, 연속된 시간에서 떨어져 나온 이미지 위 텍스트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질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Urine and wood ash(UU)


현재의 작품 스타일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나의 선을 찾는다’는 느낌은 학창 시절 즐겨 참여했던 Life Drawing 시간에서 많이 훈련된 것 같습니다. 시간과 재료가 제한된 상태에서 그림을 그릴 때 흔히 원래 알고 있는 대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그 당시 들었던 ‘그리는 대상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관찰하라’는 조언이 지금까지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품도 있는데 애니메이션 작업도 계속할 예정인가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혼자의 힘으로 제작하기에 특히 시간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 현재는 드로잉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다시 진행해 볼 계획이 있습니다.



사심 가득 내 맘대로 감상기

영상의 핵심인 연속 화면으로 구성되는 이야기를 정지 화면으로 재구성해 낸다는 발상이 굉장히 신선합니다. 부자연스러운 듯한 여러 소재들을 하나의 화면에 조합해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하는 점도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입니다. 눈이 비뚤어진 얼굴은 과감한 왜곡과 변형이 있음에도 기괴하고 어색하기보다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한 마디로 ‘볼매’라고 할까요? 

“Paused” portrait(UU)

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유명인이나 유명 사건이 소재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그림 자체가 매력 있을 뿐, 어떤 스토리나 이야기를 보고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스토리와 관계 없이 각자 알아서 상상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Floating(UU)
Falling Down(UU)

사실 지금도 많은 NFT아티스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유명인들과 뜨거운 이슈를 패러디하거나 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도지코인에 투자한 일론 머스크, 비트코인 창시자로 불리는 나카모토 사토시 같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유명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도 부지기수입니다. 

Ah(UU)

NFT아트에서 대중적인 소재를 통해 컬렉터들의 눈을 끄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식상하리만큼 많아져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합니다. 오히려 일상적 관찰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소재들을 활용하고 고민하며 뚝심 있게 자신만의 선과 스토리를 창조해 나가는 유유 작가의 시도들이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감상해도 좋고, 같은 작품이라도 다음에 다시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I'm thinking I should go see mom(UU)

유유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FOUNDATION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더리움으로 가격을 제안(offer) 한 후 작가로부터 제안가격으로 수락을 받아야 구매가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On the plane(UU)


• 2023년 JN 갤러리 개인전 'Paused'

• 2023년 Roun Gallery 단체전 'Matter and Digital' 외 다수

• 2014년 East-West Art Award (EWAAC) 수상 외 다수

• 2014년 LIAF(London International Animation Festival) 외 영화제 다수 참여

• 영국 Royal College of Art, MA Animation 전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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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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