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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Jun 25. 2023

[인터뷰] 생과 사, 연옥의 풍경 속으로 - 심모비

하나의 생명, 하나의 죽음

심모비 작가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를 거쳐 일본 도요타 그룹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NFT아티스트입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일본 나고야에서는 10번째 개인전을 열며 단체전을 포함해 통산 55번째 전시를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꾸준한 오프라인 전시와 더불어 NFT아트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컬렉터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독특하고 정교한 세계관과 메타버스 진출까지 염두에 둔 심모비 작가의 예술세계를 소개합니다. 

일본 나고야 열 번째 개인전

 

작가님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클림트와 에곤 쉴레, 몬드리안을 좋아합니다. 특히 몬드리안과 리히터는 제가 살고 있는 도요타시의 도요타시 시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려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와 무라카미 타카시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한국 작가들 중에선 김환기, 박서보 작가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Composition with red, blue, yellow(Piet Mondrian_왼쪽) / Universe 5-IV-71 #200(김환기_오른쪽)

그리고 대학 시절에 나얼 님에게서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노래는 물론이고, 나얼 님의 작가로서의 콜라주, 페인팅도 매우 좋아하는데, 미술과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두 장르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얼 님에게서, 디자이너와 작가라는 두 직업을 병행하는 것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얼 작가의 작품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 삶이 말라버려 한 마디도 할 수 없던 때 
폭포수처럼 내게 쏟아져
나의 낱말이 되어주던 너에게
061 SIM_Scenery(감사의 연옥)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061 SIM_Scenery(감사의 연옥)입니다. 헤어진 사랑에게 전하는 저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연애를 하던 때, 어느 순간 제 눈앞에 감사의 연옥의 이미지, 컬러가 그려진 경험이 있었고, 이미지를 기억해, 시간이 흘러 차근차근 화면에 소중히 옮긴 작품입니다. 


전공이나 소개하고 싶은 이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홍익대학교 본교 미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 전공과 회화(서양화) 부전공을 수료했습니다. 대학 입학 때부터, 자동차 디자인과 아티스트 전시 활동을 병행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먼저 자동차 디자이너로 자동차 회사에 취직한 후에, 전시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폭스바겐 독일 본사, 현대자동차 독일 센터, 현대 기아 자동차 양재 본사 등에서 디자인 경력을 경험하고 현재는 일본 도요타 그룹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오자마자 연옥 작품 제작을 시작해, 전시 활동을 시작해 23년 4월 현재까지 9회의 개인전을 포함해 50회 이상의 전시 활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일본과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있고, 이외에도 아테네, 밀라노, 제노바, 바르셀로나, 푸에르테벤투라, 런던, 두바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2년도에는 27회 춘사 국제 영화제에서 참여 작가로서 박해일 배우님께 남우주연상과 함께 제 연옥 작품 030 SIM_Scenery(아픔의 연옥)을 부상으로 드렸습니다. 

030 SIM_Scenery (아픔의 연옥)

또한 5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홍보대사로서 활동하며 009 SIM_Scenery(모세의 연옥)을 시상대에 올라 미술상과 함께 직접 시상할 수 있었습니다. 

009 SIM_Scenery

올해에는 이탈리아의 갤러리 “플로렌스 컨템퍼러리”에서 선정한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5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플로렌스 컨템퍼러리 선정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50인'


주요 NFT 작품이 탄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 연옥 작품들은 모두 “ㅇㅇ 의 연옥”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주로 두 글자(음절)의 개념을 주제로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에게서 받은 영감과 주제의식을 표현한 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Black Sabbath”의 “Heaven and Hell”이라는 명곡으로부터 제작한 025 SIM_Scenery(안식의 연옥) 이 있습니다. NFT 마켓 플랫폼 Opensea에 리스팅 되어 있고요.

025 SIM_Scenery(안식의 연옥)
Black Sabbath - Heaven and Hell (Live B-Side)

또한, 한국 가수 중에선 대가수 임재범 님의 오랜 팬이라, 많은 연옥 작품을 그분의 음악을 통해 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중국 NFT 마켓 플랫폼 Bybit에 리스팅 한 051 SIM_Scenery (고해의 연옥) 이 있습니다. 그분의 명곡 '고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고요. 

"사람의 절망과 허무는 제게 버려, 그녀 앞에는 아름다움만이 있게 하소서." 라는 고해 무대의 내레이션과 곡에서 얻은 저의 해석으로 표현된 작품입니다. 

051 SIM_Scenery


NFT아트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연옥 세계관 SIM_Purgatory는 1만 점의 작품으로 완성될 계획입니다.

1만의 작품들은 소설의 구성요소 <배경> <사건> <인물> 이 3가지 축을 따라서 시리즈가 진행됩니다.


001  - 1000 <배경>

1001 - 2000 <사건>

2001 - 3000 <인물>


3001 - 4000 <배경>

4001 - 5000 <사건>

5001 - 6000 <인물>


6001 - 7000 <배경>

7001 - 8000 <사건>

8001 - 9000 <인물>


9001 - 10000 피지컬 연옥 시리즈


이 세 축의 시리즈를 진행하며 작품을 모두 NFT로 블록체인 위에 아카이빙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인물>의 축의 연옥 작품들은 연옥 PFP로 제작됩니다. 종교적 개념을 저만의 해석으로 표현할 연옥 PFP 작품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073 SIM_Scenery


팬들과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일본 나고야 지역에 살고 있어서, 제 컬렉터 분들이 나고야 여행을 오시면 함께 맛집 투어 가이드를 해드리고 싶어요. 팬 분들에게 점심 인증 사진을 자주 공유하는데, <심슐랭 리스트>로 통하는 제가 선정한 맛집 리스트의 장소를 다니며 함께 일본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예술 외의 다른 취미가 있으신가요?

작가 윤라희의 오브제

2019년도에 한국 스트릿 패션 브랜드 그리쉬 GRISH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어, 두 시즌 그래픽 디자인을 전담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옷을 좋아하게 되었고요. 스트릿 브랜드를 주로 좋아해서 미국 브랜드 중엔 Supreme, 일본 브랜드 중엔 Kapital, Kolor를 좋아합니다. 한국 브랜드 중에는 어텐션로우 제품도 좋아합니다. 역시 쇼핑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겨 앤티크 가구부터 모던 가구도 좋아합니다. 현재 제 위시리스트에는 윤라희 작가님의 오브제 작품과 스튜디오 신유의 테이블이 있어, 언젠가 모두 소장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예술관이나 세계관을 소개해 주세요.

저의 연옥 세계관, SIM_Purgatory는 "하나의 생명을 낳는 것은, 하나의 죽음을 낳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페인팅 프로젝트입니다. 생명을 낳는 것의 책임감, 생의 허무와 찬란함, 죽음 등의 주제로부터 생/사 이전의 세계, 생/사의 섭리로부터 자유로운 대안공간인 '연옥'을 표현합니다. 

094 SIM_Scenery

작업 방식은 먼저 펜과 마커 등을 통한 1차 채색 완성, 그리고 이를 스캔하여 디지털에서 완전히 작품을 재구성해 2차로 완성합니다. 이 두 단계의 작업방식은 각각 ‘연옥의 관찰 방식’, ‘연옥의 존재 방식’을 의미합니다. 유화 등의 물리적 재료로 작업할 경우, 그 자체로 오리지널이 발생합니다. 이는 언젠가 소멸하는 유한한 것, 즉 ‘생’이기에, 생/사가 존재하지 않는 연옥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을 전부 디지털로 완성하고 있습니다. 

064 SIM_Scenery

제가 표현한 연옥의 풍경들은 현세를 본 따 만들어진 모습으로, 작품의 영감이 된 현세의 주제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은 없으며 넘버링만 존재합니다. 작품 사이즈의 비율도 모두 동일한 A4 비율의 작품을 고수합니다. 

098 SIM_Scenery / '최선의 고백' 가사
098 SIM_Scenery 역시 연옥 시리즈 중 하나로 작가가 좋아하는 가수 임재범의 노래 '최선의 고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노래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최선의 연옥'이라는 주제로 작품이 품은 절절한 사랑과 고백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저자 주)


제가 추구하는 연옥은 "Reality-connected afterlife" 즉 현실 연계형 내세입니다.

작품은 전부 NFT와 실물 리미티드 에디션이 동일한 수량으로 존재하며, NFT를 구매하시면 추후 동일 수량의 실물 작품을 주문 구매하실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합니다. 실물 에디션의 구매권이자 디지털 인증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오프라인 전시에서 작품들은 NFT 포함 가격으로 판매되어, 작품을 구매하신 컬렉터께 NFT를 함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테네 The Holy Art Gallery 전시

또한 앞으로 패션디자인의 경험을 살려, 미래에는 동명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SIM_Purgatory를 론칭하고, 제 페인팅을 활용한 굿즈, 패션 제품들과 NFT를 제공하여 NFT와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 자체를 더욱 키우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활동을 통해 Defi와 메타버스, NFT 컬처를 물리적 시장, 문화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컬렉터 분들이 구매하신 NFT들로 직접 꾸미고, 준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자신만의 메타버스 내세‘를 제공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 혹은 계획이 있으신가요?

먼저 다양한 연옥 작품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축에 해당하는 연옥의 인물 작품, 연옥 PFP 시리즈들을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동양적인 요소가 많은 연옥 작품들을 그려왔는데, 서양적인 요소와 함께 다양한 문화권의 연옥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을 제작하려 합니다. 

026 SIM_Scenery

본업인 자동차 디자인을 살려 다이내믹한 조형과 메카닉 형태들이 결합된 연옥도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전시로는 아프리카의 초원, 밀림, 남극, 북극 등 오지에서도 연옥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환경, 또는 아주 원시적인 풍경의 장소에서 연옥의 공간을 펼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사심 가득 내 맘대로 감상기

심모비 작가의 세계관은 방대하면서도 명쾌합니다. ‘연옥’ 시리즈로만 총 1만 개의 NFT아트를 제작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1천 개씩 할당된 테마들 덕분에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의 섬세한 성격만큼 로드맵이 조밀하게 구성되었고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집니다. 

052 SIM_Scenery

현재까지 제작된 연옥 시리즈 작품들은 ‘배경’에 해당하는데 이 시리즈가 완료되면 다음 페이즈(PHASE)인 사건-인물로 이어지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배경 작품들도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사건’의 축에는 어떤 이슈들이 등장하며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집니다. 

오픈씨 컬렉션

마지막 축인 ‘인물’의 경우에는 NFT의 주요 형태인 PFP-‘프로파일 사진’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프로필(인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주요 NFT형태 중 하나-로 제작된다는 부분도 기대감이 큽니다. 추상적인 느낌의 배경에 많은 NFT컬렉터들에게 익숙한 PFP형태의 작품이 나온다면 대중성까지 겸비한 시리즈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폴스타 아트갤러리

개별 작품에서 시작한 연옥의 방대한 서사시가 작가의 평생에 걸친 작업과 함께 눈앞에 펼쳐질 듯합니다. 세계관이 지나치게 크거나 추상적일 경우 컬렉터들이 따라가기 벅차거나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지만 심모비 작가는 배경-사건-인물의 세 축을 만들어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점을 잡고 NFT예술 로드맵이 따라가는 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016 SIM_Scenery

심모비 작가는 아티스트 중에서도 NFT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작가는 동일한 실물 작품과 NFT작품을 함께 만들어 실물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NFT작품을 접하게 하고, NFT작품 구매자에게는 실물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두 분야의 접점을 찾으려 합니다. 파인아트와 NFT아트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요즘, 이런 시도들은 현실적이면서도 NFT아트 시장 확대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컬렉터가 구매한 NFT들로 직접 꾸미고, 준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자신만의 메타버스 내세‘를 제공한다.”는 비전 또한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메타버스 내세라니. 제목만 들어도 빨리 체험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요? 메타버스에서 작가가 마련해 놓은 연옥의 길을 따라가다 예기치 않은 인물을 만나면서 나만의 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Toyota Municipal Museum of Art(연옥의 풍경 : SIM_Scenery)

작가는 연옥시리즈의 브랜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NFT는 언젠가 메타버스의 주요 재화가 될 텐데,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브랜딩은 매우 중요합니다. 메타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방문하는 곳은 이미 브랜드를 구축해 놓은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이키, 루이뷔통, 구찌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NFT와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입니다. 심모비 작가의 연옥 세계관 역시 메타버스 세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준비하는 브랜딩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심모비 작가는 작품의 퀄리티와 더불어 독보적인 세계관, 뛰어난 NFT이해도와 기획력, 컬렉터들과의 활발한 소통 능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NFT아트는 예술적 요소만이 아닌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세계관, 커뮤니티 등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에 적합한 재능과 의지를 갖춘 심모비 작가의 활동을 더욱 눈여겨보아야 하겠습니다. 



컬렉션

https://opensea.io/sim_moby

https://opensea.io/collection/sim-purity-a

https://foundation.app/@SIM_Moby

https://www.bybit.com/en-US/nft/my-center/?uid=28858e4f-cffd-4b3f-b45f-d59425e71d5e

https://3space.art/artist/64


소셜 미디어

https://twitter.com/Sim_moby

https://www.behance.net/jasonsim

https://www.instagram.com/sim__moby (개인)

https://www.instagram.com/sim_moby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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