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의외로 공개수업에 필수품인 것.

by 갈리버






입학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에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에만 근무해 봤기에 초등학교 시스템은 잘 모른다. 초등학교는 이렇게 빨리 공개수업을 하나 싶어 놀랐는데, 3월의 학교는 정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때 업무 분장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새 업무를 익혀 나가야 하기도 하고, 학급 꾸리기, 수업 준비, 아이들 파악하기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그런데 이 와중에 공개수업이라니, 선생님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휘몰아치는 3월을 맞이하고 계셨다.







공개수업이 시작되었고, 교실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학부모들은 교실의 분위기, 내 아이의 태도, 선생님의 수업 방식 등을 살폈다. 아이들은 부모가 왔는지 확인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수업에 참여했다. 아마 그 순간 가장 긴장한 건 바로 선생님이셨을 것이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연세가 조금 있으신 베테랑 선생님 같으셨는데, 그럼에도 조금 떨려보이셨다. 아무리 오래 해도 첫 만남은 긴장되는 법인가 보다.



둘째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그동안 잊고 지낸 것들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입덧을 하며 '아, 맞다. 입덧 때문에 죽다 살아났는데, 이번엔 입덧이 언제 멈추려나.' 하며 괴로워한다. 출산의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에는 '아, 이 통증을 내가 잊고, 미쳤다고 둘째를 낳는다고 했었구나!'하고 깨닫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신생아를 키우며 밤에 쪽잠을 자다 보면, ‘내가 이 짓을 또 하고 있네’ 하고 한숨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분명 했던 것인데 잊고 반복한다. 첫째와 둘째는 또 달라도 너무 달라서 해본 것인데도 새롭다.



육아처럼, 학교생활도 매년 반복되지만 그 안엔 언제나 새로움이 숨어 있다. 작년과 똑같은 달력 위의 3월이지만, 아이들도 다르고, 학부모도 다르고, 교사도 다르다. 매년 반복되는데 매번 새롭다. 분명히 작년에 다 했던 일인데,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매년 찾아오는 공개수업도 매번 긴장되는 것일 테다. 이때 학부모들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작은 리액션을 보여주면 교사는 힘을 얻는다. 교사가 힘을 얻으면 수업은 점점 더 매끄러워지고, 아이들도 긴장이 풀린다. 긴장감이 감돌던 교실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번 공개수업에 앞서 아이들에게는 과제 하나가 주어졌었다. 수업 시간에 돌아가면서 발표를 할 테니 발표할 내용을 준비해 오라는 것이었다. 발표 주제는 '내가 잘하는 것'이었고, "저는 1학년 _반 누구입니다. 제가 잘하는 것은 ___입니다." 정도의 짧은 발표였다. 나는 아이가 유치원 졸업 발표 때 시원시원하게 잘 발표하기도 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자기소개 발표에서 연습한 대로 아주 발표를 잘했었다고 담임선생님께 들었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아니었나 보다. 그간 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종이에 적어서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아이를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공개수업 날 아이는 교실 앞에 서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발표했다. 그 와중에도 준비한 멘트는 빠짐없이 말하긴 했지만, 그렇게 자신 없어하는 아이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당황했지만, 이때도 필요한 건 부모의 미소와 끄덕임이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부모가 아이의 목에 초콜릿 금메달을 걸어주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잘했어. 최고였어." 나의 미소에 아이가 더 큰 미소로 화답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개수업에 앞서 많은 것들이 신경 쓰인다. 신발은 어떤 걸 신을지, 외투는 어떤 걸 걸칠지, 이 차림새는 너무 과할까, 너무 없어 보일까 고민한다. 다른 학부모들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좀 나눠야 하나 싶어 부담을 느끼며 갈등한다.



그런데 사실 그런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학부모가 정말로 공개수업에 가져가야 할 것은 미소와 긍정적인 마음이다. 따지고 보면 교실 안에는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힘써 키우고,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자라난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탄 선원이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서툴러도 함께 노를 저어야 하는. 때로는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때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대하면 어느덧 다음해 2월, 우리는 목적지에 닿아있을 것이다.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를 아는가?

“너 내 동료가 돼라!”

우리, 그렇게 멋진 동료가 되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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