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주의: 89번인 <게임 퍼즐을 끝내기까지>에서 이어지는 내용이야.


누군가와 1대 1로 기술과 심리를 겨루는, 스포츠게임! 이런 나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작품은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었어. 난 이미 <철권>이라는 격투게임을 알고 있었거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지.


내가 <철권>을 시작했던 시기는 <철권5>가 발매하기 전인, 2003년 언저리였어. 당시에 <철권>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란, 동네 오락실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었지. 무서운 동네 형아들이 16대의 <철권 태그토너먼트> 기기를 지배하던 시절 말이야. 덕분에 난, 한눈에 이 게임이 오락실에서 가장 흥미로운 녀석이란 걸 알 수 있었어. 사람을 상대하고, 매 순간 최적의 판단을 해내야 하고, 격투무술처럼 매일 실력을 쌓아갈 수 있는 깊이가 있었지.


하지만, 금방 흥미가 식을 수밖에 없었어. 일단, 반드시 오락실을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 무서운 동네 형아들과 친하게 지내기 싫었거든. 게다가 패배한 사람이 리벤지나 다른 기기에서 플레이하려면, 1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이 너무 싫었어. 부모님이 용돈은 적게 준 건 아니었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유희왕>카드를 사고 싶었지. 내가 신나게 잔돈을 짤랑거리며 오락실에 입장하면, 몇 백 원씩 빌리겠다는 형아들이 흥을 많이 깼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난 <철권> 시리즈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았어. 가끔 오락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새로운 <철권> 기기가 오락실에 들어오는 걸 목격했거든! 그건 <철권5>였어. 한 판에 200원이나 해서, 다들 몇 판만에 <철권 태그토너먼트>로 돌아갔던, 비운의 시리즈 말이야!


그때의 난, 지금의 나로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현명했어. <철권>이 발전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녀석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었거든. 세상에, 지금의 나라면 절대 그런 생각 못 할 거야. 가장 즐기고 싶은 게 눈앞에 있는데, 그런 식으로 침착할 수 있다니…….


물론 내겐 굳이 <철권>까지 투자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어. 당시엔 진심으로 공부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책도 열심히 읽었고, <유희왕>카드로 노는 게 좋았고, TV 애니메이션이 좋았고, 동생이나 친구들이랑 놀거나, PC방에 가는 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철권>의 새로운 소식만은 귀 기울이고 있었어. 언젠가 <철권>을 PC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조금 더 혜안이 있었다면, 그때 뭔가 주식을 사야했…


아무튼 난 1, 2달에 한 번 꼴로 오락실을 들리면서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름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지. 그렇게 가끔씩 <철권>에 투자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보고 들을 수 있었어. 조금씩 오락실을 지배하던 형아들이란 존재가 모습을 감춰갔고, 결국 한 10대의 아지트가 몰락하는 과정을 목격했지.


때로는 <철권>계의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어. 닌텐도처럼 작은 게임기기 안에 <철권>을 깔아, 가지고 노는 친구를 실제로 봤을 땐, 부러워 죽을 뻔했지. 아마 PSP로 즐겼던 <철권6>일 거야. 끝내 내가 그 장난감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기의 버튼이 정~~~~말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야. 아니, 자고로 철권은 말이야! 조이스틱을 뚝딱 거리는 맛으로 하는 게임이란 말이야! 이런 원인 불명의 자부심이 날 지켜준 거야. ㅎㅎ


내가 조이스틱의 손맛을 잊을 수 없었다는 건, 간헐적이더라도 오락실의 마수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유지했다는 말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철권 오락실 카드>라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 내가 바란 건 <철권>을 우리 집 컴퓨터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시대는 내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았어. 분명 PC에서 온라인으로 철권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이 있다고 확신했지만, 오랫동안 정식으로 시도되진 않았지. 몇몇 친구들은 내게 PC로 <철권>을 즐길 수 있는 수상한 프로그램을 여럿 보여줬지만, 여전히 내가 바라는 방식은 아니었어. <철권>은 조이스틱으로! 상대는 로컬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만나야 한다고!


난 간간히 새롭고 감질맛만 나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락실을 들락거렸어. 거의 10년에 달하는 기간이었지. 그 사이에, 우리 동네에서 거의 유일하게 최신 철권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이 망해버렸어.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자주 놀러 다녔던 부산의 오락실을 하나씩 방문하는 여행을 시작했지.


그건 소소하게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일탈의 시간이었어. 한 달에 한 번은 부산에 모임을 가던 시기도 있어서, 주로 서면의 오락실을 들렸지. 틈틈이 혼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기회가 오면, 형편에 맞는 그 동네의 큰 오락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어. 그때는 그게 참 불편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철권>을 가장 열정적으로 즐긴 시기였다는 생각이 드네.


1.PNG 출처: [성남을 기록하다] 추억의 오락실 대광 컴퓨터.. : 네이버블로그


그러면서 <철권 태그2>가 나왔고, <철권7>을 처음 접하게 되었지. 슬슬 이 비싸고 귀찮음이 넘쳐나는 취미에 지칠 때 즘, 새로운 시리즈를 내는 게, 이 업계의 주특기인 거 같아. 음, 2024년이 된 지금도 그래 ㅋㅋㅋㅋ.


실제로 당시의 내게, 매일 오락실을 가면서 <철권> 실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건,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았지. 난 빨라도 격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항상 느끼고 있었어. 게다가 새로운 시리즈의 기계가 나올 때마다, <철권> 한 판의 비용은 매우 높아지기도 했고.


내 기억에 제일 처음 <철권 태그토너먼트>를 즐겼을 때의 단가는 100원에 한 판이었어. <철권5>가 처음 나왔을 땐, 한 판에 200원이었고, <철권6>는 300원이었지. 게다가 <철권 태그2>에선 한 판에 500원을 호가하고 있었어. 마침 내가 고향의 오락실을 등지고, 부산이라는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던 시기라, 500원이란 숫자는 정~~말 충격이었지. 이것이 대도시의 ‘최신 <철권>인가?’하는 느낌. ㅎㅎ


<철권 태그2>는 내 <철권> 인생에 가장 암울한 시기가 되었어. 날 <철권>의 세계에 끌어들인 <철권 태그토너먼트>의 후속작이라, 오히려 더 안 좋은 인상을 준 것도 있지. <철권 태그토너먼트>는 그야말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철권>을 알게 된 아이들에게 가장 섹시한 게임이었어. 게임이 가볍고 템포가 빨라서, 빠른 판단을 요구했고, 매 순간 긴장과 해소가 뒤범벅이 되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었지. 무엇보다 저렴하게 2개의 캐릭터를 다룰 수 있다는 가성비로, 많은 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철권 태그토너먼트>는 <철권4>, <철권5>, 심지어 <철권6>가 줄줄이 출시해도 꾸준한 인기를 누린, 장수 오락실 게임의 아이콘이라 생각해.


물론 <철권 태그2>도 게임 자체는 훌륭했다고 생각해. 게임은 더욱 빨라졌고, 그래픽은 더 좋아졌어. 태그 배틀이라는 장르를 살리는 새로운 시스템 덕에, 더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한 시리즈였지. 하지만 내가 거의 강제로 부산에 진출(?)하고 처음 <철권 태그2>를 접했을 때, 참으로 오묘한 감정이 들었거든. 슬슬 <철권>을 놓아줘야 할까?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2012 ~ 2014년. 이 시절이 내 마음속 <철권> 주식의 저점이었던 거 같아. 안 그래도 가끔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오락실인데, 새로운 시리즈의 가격이 너무 높았어. 게다가 난 <철권 태그2> 출시가 꽤 지난 후에 접하는 유저였기에, 상대에게 승리하기 힘들었지. (이 말은 내가 질 때마다 500원이 추가로 지출된다는 말이야)


무엇보다 <철권 태그2>는 너무나도 어려운 게임이었어. 캐릭터의 기술이나 콤보가 어려워지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새로 추가된 시스템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고, 그 때문에 나처럼 오랜 기간 <철권> 시리즈를 즐기면서도, 게임 감각이 날카로운 사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리즈지.


그때 난, 오락실 격투게임의 한계에 절망하고 만 거야. 더 이상 오락실에 새로운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방문하지 않아. 한 때 오락실에 추억이 있는 사람도, <철권>의 새로운 시리즈를 즐기기엔 장벽이 너무나도 높지.


지금 생각해 보면, <철권>을 만든 <남코>사는 이미 그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거 같아. <철권 태그2>는 물론 고사양의 게임이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갔을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철권6>를 300원에 한 판을 즐길 수 있었던 거에 비해, 500원은 무게가 많이 다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철권>을 만든 <남코>사는 이미 그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거 같아. <철권 태그2>는 물론 고사양의 게임이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갔을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철권6>를 300원에 한 판을 즐길 수 있었던 거에 비해, 500원은 무게가 많이 다르지.


내 말은, 이들이 점차적으로 <철권>을 몇 명의 하드한 유저가 즐기기 적합하게 ‘튜닝’했다는 거야. 그들에겐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실하게 잡아두고, 그들에게 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단 거지. 오락실에 새로운 세대의 유입 감소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흐름이고, 후속작은 전작보다 높은 이윤을 만들어야 하니까.


<철권 태그2>라는 암흑기에, 나 같은 유저는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어. 난 점점 <철권>에 재미를 느낄 수 없었지. 하지만 난 정말 미련한 인간이라, 이런 식으로 미적지근하게 <철권>을 놓아줄 정도로 대담하진 않았어. 그렇게 오락실을 가는 비율을 줄이면서도, ‘다음 시리즈가 어떤지만 확인하는 건 괜찮잖아? 시리즈를 거쳐 온 기술 발전 속도를 봐. 분명 PC로 <철권>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을 거야!’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었지.


대망의 <철권7>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어. 그것도 내게 최고의 타이밍일 때 말이지. <철권7>이 출시한 2015년은, 내가 대학생이 된 해거든. 정말 그리운 시절이야. 다들 알겠지만, 인생에서 게임을 가장 기똥차게 즐길 수 있는 시기는 대학교 1학년인 법이잖아! 당연히 나에게 <철권7>은 거부할 수 없는 여인이었지.


<철권7> 소식을 접하고, 서울에서 처음 그 기계를 만났을 때(대학을 서울에 간 덕분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실물을 영접할 수 있었거든), 난 온몸에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어. <철권 태그2>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래픽의 발전, 전작보다 단순화된 시스템, 슬로모션으로 더 치밀해진 긴장감! 무엇보다 내가 사용하는 캐릭터의 디자인이 몰라볼 정도로 예뻐져 있는데, 누가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땐 몰랐지만, 분명 이건 <남코>사가 나처럼 떨어져 나간 고객을 다시 소집하는, 노림수였던 거야. 안 그럼 한동안 <철권 태그2>의 만용을 잊고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잖아. 안 그럼 한 판에 1000원인 게임에 돈을 넣을 리가 없잖아!


내 용돈은 무서운 속도로 빨려 들어갔어. <철권7>은 내게 그 정도로 재밌었지. 학업이나 대외관계를 제외하곤, <철권7>이나 다른 게임을 할 궁리만 했던 시절이었어. 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네 ㅎㅎ. 그렇게 <철권7>과 다른 게임과의 괴리를 더 자주 느낀 탓에(철권은 무조건 오락실을 가야만 즐길 수 있으니까), 오래전부터 꿔왔던 허황된 꿈(철권을 PC로 즐기는 것)이 빨리 현실이 되길, 강하게 염원하고 있었지. 아무리 그래도 한 판에 1000원은 선을 많이 넘었으니까.


36641822_1854245921288781_2349222135953620992_n.jpg 출처: 철권7FR - 신규 오락실 안내! 수원옆앞에 짱오락실이 새 단장! 짱오락실 수원역점! 주소 : 경기도... | Facebook


이것 또한 <남코>사는 정확하게 예측한 거 같아. 애초에 <철권7>을 공개한 2015년 1월에, <철권7>은 6월에 PC판으로도 오픈할 거라고 발표했거든! 난 이 소식을 듣자마자, 무릎을 딱 쳤어. 그래, 이게 옳게 된 거지! 이제야 게임 제대로 하겠네.


덕분에 난 6월까지, 무수한 1000원을 꾹꾹 아껴갈 수 있었어. 그곳의 지출을 최소화하려 했고, 대신 철권용 조이스틱을 미리 알아보고 구매할 수 있었지. 물론 당일에 실망하긴 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매일매일 <철권7>을 즐기기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어. 당시에 난, 나만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 당연히 노트북으론 어림도 없었고, 본가의 컴퓨터론 겨우겨우 돌아가는 수준이었지.


하지만 난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행동했어. 다른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없는 거도 아니니, 나만의 컴퓨터를 살 수 있을 때까지 참지 뭐! 와우, 지금의 나라면 엄두가 안 나는 인내심이지만, 이미 10년 이상 PC판 <철권>을 기다렸는걸! 기다리는 김에 조금 더 기다리지 뭐. PC판 <철권>이 출시했는걸! 이젠 게임이 날 기다린 차례인 거지! 그렇게 군대를 갔다 오는 2019년까지, 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철권>을 기다리게 할 수 있었어. 이 시기엔 겸사겸사 다른 보드게임을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이 내용은 다음에 다루도록 할게.


맞아. 난 군대에서 탄 월급으로 컴퓨터를 장만했어. 재밌는 점은, 부대에서 <철권 태그2>를 즐길 수 있어서, 나의 컴퓨터 구매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야. 부대의 <철권 태그2> 기계는 나의 <철권> 의욕을 다시 불태워준 동시에, 역시 <철권 태그2>는 할 만한 게임이 아니라는 확신도 심어줬어 ㅎㅎ. <철권7>에 대한 열망에 애간장을 태우는, 21개월이었지.


드디어 난, <철권>을 온전히 소유한 상태에 도달했어. 꿈에 그리던 순간이 눈앞에 있으니까, 이제까지의 인내심이 무색할 정도로 초조했던 거 같아. 내게 컴퓨터라는 기계는 너무 복잡했고, 이제 마음 편히 즐기겠다 싶으면, 모르는 문제가 발견되는 식이었어. 그래픽 카드 설정이나 모니터 최적화, 인터넷 연결 문제, 본체의 배선과 유지 관리 같은 일이었지.


모든 자잘한 장벽이 나와 <철권> 사이를 가로막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몰라. 하지만 난, 기어이 모든 장벽을 걷어냈어. 드디어 약 15년 만에 내 꿈이 정말로 이뤄진 순간을 맞이했지.


2020년은 정~말 열심히 <철권7>을 플레이했어. 이 게임은 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지. <철권7>은 내 승부욕과 스포츠본능을 가장 손쉽게 해결해 주는 수단이 되었어. 결국 난 탁구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


잠시 탁구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네. 탁구는 내게 <철권>보다 재밌고 심오한 스포츠지만, 언제나 내 옆에 두기에 버거운 녀석이었어. 쉽게 얘기해서, 주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탁구를 즐기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거야. 학교를 다닐 때나 군대에 있을 때, 매일 탁구를 칠 동료가 있었던 것과 다르게, 사회 속에서 그런 환경을 찾아내고 유지하기란, 정말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거더라고.


자세한 건 다른 기회에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물론 내가 그 모든 희생을 감당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마침 승부욕이란 욕망을 해소할 대체제인, <철권>을 다시없을 정도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맞아.


난 매일을 행복하게 살았어. 매일 <철권7>을 하면서, 실력을 조금씩 키워갔고, 주로 <유튜브>를 통해서 고수들의 <철권> 플레이를 배워나갈 수 있었지. 매일 누군가와 가상의 주먹을 나누고, 심리전이라는 스포츠에 푹 빠져들고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잘하게 되고, 더 잘 움직이게 되고, 더 많은 기술을 몸에 익히고, 더 많은 사람을 이길 수 있게 되는 게, 내게 더없는 만족감을 주었지.


하지만 어느 것도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난 결국, 이렇게나 열심히 좋아했던 <철권>을 놓아주고 말았어. 처음엔 사소한 불편함이었지. 내가 남들보다 반응이 느리다는 것과 복잡한 심리전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기억하기 싫어한다는 것 등이었어.


이런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내가 현실적인 삶을 시작하던 시기와 겹쳐있어. 부끄럽게도 정말 오랜 기간, 내 삶을 책임지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든. 난 아무런 희생 없이, 평생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건지도 몰라.


일상의 모든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에만 쏟던 아이는, 노동해야 하는 세상에 점점 절망하고 있었어.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운명이지만, 오만하게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지. 내 게으름과 무능함에 대한 절망은 이 책의 다른 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니, 더 언급하지는 않을게.


조금씩 <철권>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시기에, 본격적인 노동은 치명타가 되었어. 정말로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난 <철권>을 멀리하게 되었지. 이렇게나 좋아하던 것을 이 정도의 이유로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난 정말 빠르게 무너져갔어.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고,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착실하고 자그마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시기였지. 어리석게도 난, 그 깨달음 자체에 더 절망하고 말았어. ㅎㅎ, 돌이켜보면 난, 항상 그런 식의 인간이었던 거 같아.


다행히 내 <철권> 실력이 떨어질 일은 없었지만, 점점 견디기 힘든, 고착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 <철권>은 정말 수준 높은 게임이야. 이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선, ‘기분 좋게 때리기’를 매일 더 깊게 해석할 줄 알아야 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도 간단하지 않지만, 자신이 장기간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느꼈을 때, 이 게임을 하고 있는 모든 동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


이해가 어려울 거 같아. 내가 해석하는 <철권>이란, 얼마나 ‘기분 좋게 때리기’를 이해하냐의 싸움이야. 이건 <철권>같은 격투게임이 충족해 주는, 원초적인 욕망과 관련 있지. 가상의 수단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것의 즐거움 말이야. 난 우리 내면에 해소되지 않은 폭력성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거든. 그 정도야 모두 다르겠지만 분명, 많은 걸 잘 통제하는 사회에선 모두가 이 열망을 가질 거라고 확신해.


유저에게 <철권>을 계속 즐기게 하는 가장 거대한 요소는, ‘기분 좋게 때리기’야. 이것을 나는 ‘승화된 폭력성’이나 ‘승부욕’의 일종이라고 정의할 거고. 이런 것은 모든 종류의 게임에 존재하는 거지. 야구를 즐길 때나 체스를 즐길 때, 승리의 기운을 느끼는 순간 말이야. 누군가가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을 들먹일 때, ‘폭력성’의 존재를 부정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모두에게 끓어오르는 열정과 그 승화를 말하는 거지.


<철권>은 우리의 그런 본능에 상당히 충실한 게임이야. ‘기분 좋게 때리기’를 통해 게임을 즐기게 되고, ‘기분 나쁘게 맞기’ 싫어서 실력을 늘리게 되지. 1:1은 승패를 확실히 가르는 것이라, 승자와 패자의 감정선이 더 극명하게 갈리는 게임인 점도 큰 몫을 하지.


<철권>에서 승기를 잡고 그 흐름에 올라타는 건, 거대한 도파민의 파도에서 서핑을 하는 기분이야. 그 흐름에 ‘기분 좋게 때리기’가 가미되면, 더 큰 파도를 만끽할 수 있지.


여기서 중요한 건, ‘기분 좋게 때리기’를 통해 어떤 승리의 파도를 타든, 혹은 ‘기분 나쁘게 맞기’에서 반대 흐름으로 전환하든, 파도를 타는 방법이 동일하다는 점이야. 단순히 파도를 타는 게 좋아서 서핑을 시작해, 경험으로 학습하면, 몸으로 파도타기의 기본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거지.


<철권> 유저는 필연적으로, 이 게임이 기본기의 착실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 단순히 도파민의 파도를 느끼는 것에 벗어나서, 착실하고 냉정하게 기본기를 연구해야만 더 거대한 파도를 더 자주 느낄 수 있다는, 이 게임의 탁월한 매력이자 모순을 발견하는 거지!


여기서 더 재밌는 점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면, 이 파도의 상승효과를 패자도 누릴 수 있다는 거야! 맛 들린 김에 서퍼와 파도의 비유를 더 써보자면, 승자는 몇십 미터에 육박하는 파도에 오르고, 패자는 그 장관을 1등석에서 관람하며, 승자의 안전요원을 기꺼이 봐주는 것 같아. 다만 승자는, 아주 조그마한 실수에도 자리를 내주어야 하지. 그래도 두 사람은 동시에 이 거대한 파도를 끝까지 음미하고 회자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거지.


고로 <철권>이란 게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유저들에게 습득된 거야. 때리거나 맞거나 방어(회피)한다는 과정의 연속인, ‘가위바위보’같은 게임이, 끊임없이 복잡하게 연구할 수 있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거지.


여기까지 이 게임을 파악했을 때, 난 <철권> 시리즈가 무시무시하게 어려워진 또 다른 이유를 알 수 있었어. 방금 얘기했던 모든 특성은, 거의 모든 1:1 종목이 갖추는 덕목(?)이야. 기본기를 알아내고, 끊임없이 단련하고, 그 안에서 빛나는 기지를 통해 상대와 공유하는 파도를 키워내어 상대를 덮쳐버리거나 공유하는, 냉혹하면서 낭만 있는 승부의 세계 말이지.


하지만 <철권>같은 디지털 세계의 서핑이란, 끝없이 그 세계관을 변화하고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탁구나 농구 같은 현실의 스포츠도 룰적인 측면이나 새로운 기술이 연마될 수 있지만, 그것이 펼쳐지는 세계의 물리엔진을 건드릴 수는 없는 거거든.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선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


고로 <철권>의 새로운 시리즈는 필연적으로, 새롭고 복잡해지는 거야. 기존의 유저들이 여전히 <철권>이라고 느끼게끔 기본 틀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 세계가 무한한 가능성을 표방할 수 있는 디지털에 있기 때문에, 무언가 그 버전만의 새로운 특별함을 담아내야 하는 거지.


그런 의미가 <철권 태그2>와 <철권7>에서 크게 터져버렸다고 생각해. 난 <철권 태그2>를 통해 이 세계가 몇 안 되는 고수들의 것인 걸 느꼈고, <철권7>을 통해서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의 크기를 피부로 실감했어.


이 파도가 <철권>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말이야. 내가 결국 <철권7>과 <철권8>에서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고 빠져나온 뒤에, 난 더 이상 <철권>이라는 것에 시간을 쏟지 않아야겠다고 정했어. 계속 <철권>에 관심이라는 레이더를, 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펼치고 있으면, 또 언젠가 넘을 수 없는 파도에 삼켜지고, 절망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그것도 거대한 착각이었어. 결국 난 몇 번 더 <철권>에 속고, 시간을 낭비했지. 그렇게 최근에야 깨달았어. 아, 이미 이 게임은 내가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열정이 되었구나. 그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철권> 유튜브 영상을 찾는 시간을, ‘낭비’라는 식으로 표현하지 말자. <철권>은 계속되는 내 삶의 이유 중 하나다! 아마 <철권>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E스포츠나 여러 영상매체로 즐기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철권>이 만들어내는 서퍼의 본능에 자극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이 파도는 제삼자로서 즐겨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거든! 흔히 말하는 ‘대리만족’에 특화된 게임이랄까? ㅎㅎ


결국 직접 진지하게 해보지도 않을 게임을, 이렇게 긴 내용을 통해 설명한 이유를, 설명해내고 말았네. 그만큼 내 인생에서 ‘게임’이란 장르를 접하고 경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철권>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야. 앞으로도 계속될 게임 시리즈에 <철권>은 중요한 중간 다리가 될 거라 생각하며, 이렇게 헛소리를 남기도록 할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