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나 - 소설

“초롱아, 개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니?”

?

“음~. 솔직히 좀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오~~, 어떤 점에서 그렇디?”


“솔직히, 잘 이해되진 않아. 개를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정의하지만, 사람들이 가족에게 목줄을 채우는 식이지.”

“넌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들리는걸.”

보리는 표현이 거침없네.

“반쯤은 맞아. 난 개를 사육하지 않으니까. 내게 강아지 친구란, 초록 들판에서 만나는, 다른 생명과 같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대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행위이기도 해.”

“제법인데, <어린 왕자>의 여우가 한 말이지만.”

ㅎ,

“나도 그 정돈 기억하고 있다고~.”


“네 말대로 잘 이해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그게 어떤 것에서 발생하는지, 영 모르는 것도 아니야. 이럴 때 우리가 항상 해온 방식이 뭔지 알고 있니?”

그래, 보리도 다른 애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정말 사소한 것부터 추론을 이끌어내는, 개똥철학 말이지. 나도 슬슬 자신 있다고!”

푸른이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만, 괜찮아. 틀린 말은 아니니까. 요즘은 딱히 대화에 끼어들지 않게 되었고.


“정답이야. 나도 그걸 좀 해보려 해. 먼저, 개가 우리를 인식하는 방식을 정의해 보자. 개는 거의 예외 없이 주인을 사랑하는 존재야.”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

“바로 그거야! 덧붙이지면, 나쁜 인간은 수두룩하다는 거지. 우리도 그들에게 사랑을 돌려주기도 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있어. 하지만, 개는 어떻게 내 목을 묶어놓는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

“…….”

“…….”


“우리 셋 다, 그런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 물론 우린, 애견을 진심으로 사랑했지. 그들도 우리를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하게 사랑했을 거야.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우린, 주종 관계 속에 녀석들을 묶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야.”

하…


“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게 우리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방식인 게 아닐까? 그렇게 해야만 안심하고, 녀석들을 곁에 둘 수 있어서일 수도 있어. 그들에게 목줄 같은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내린 거야.”

!!

“하지만 난, 녀석들을 사랑하는 걸.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방식은 그런 식이 아니야.”

“하지만 넌, 그 방식을 거부할 수 없지. 녀석들을 산책시킬 때, 목줄을 안 할 수가 있니? 그들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넌 분명, 네게 쏟아질 수도 있는 무수한 비난을 이겨낼 수 없을 거야.”

…….


“그래, 그 말은 맞아. 혹시나 녀석들이 어르신이나 아이에게 달려들 거 같아, 두려워. 동시에 내가 그들을 풀어서 산책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부당하게 생각할 거라서 두렵지. 네 말대로 우린, 녀석들에게 목줄을 채울 수밖에 없어.”

그래도 아직 뭔가…

“그걸 알더라도, 우린 아직 이 문제에 뚜렷한 의문을 가지고 있어. 진정 그런 이유로, 다른 존재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걸까? 목줄이 필요 없는 조건을 갖출 수 없는 걸까? 사회적인 시선을 제외한, 녀석들과의 관계의 정체란 무엇일까?”

뭐야,


“너도 그런 찜찜함을 느끼고 있고만!”

“그래, 나도 네가 어떤 식으로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 알아. 하지만 우린, 그런 감정만 앞세우고 살아갈 순 없어. 동시에, 사랑하는 존재에게 목줄을 채우는 현실을 지나치면서 살 수도 없는 존재지. 우린 이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보리는 역시 따듯한 친구였어. 다만, 나보다 좀 더 현실을 보고 싶을 뿐이야.

“결국, 의미 없는 시도일 수도 있지만.”

푸른인 차가운 녀석이야. 아마, 흐르는 대로 살고 깊은 거겠지.


“아무튼 시도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야. 다시 근본적인 문제에 돌아와서, 우리가 개를 사랑하고, 개도 우릴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란 어디에 있을까?”

흠~,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개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개가 우리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지.”

“푸른아! 넌 정말~!”


“아하하! 초롱아, 진정해. 푸른이 의견도 틀린 말이 아니야. 우린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으니까. 우리가 아무리, 반려견이 주인을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해도, 그건 딱 잘라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개나 다른 생물이 진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까.”

…….

“오히려, 우리가 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따지는 게, 훨씬 간단한 문제일 거야. 적어도 이건,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직접 이입할 수 있으니까.”

“그거, 전적으로 찬성이야. 불편한 진실부터 확인하는 거지.”

푸른인 항상 저런다니까. 왜 기싸움을 하는지…….


“뭐, 부정하진 않을게. 적어도, 이 관계를 시작하는 주체는 인간 쪽이니까. 이 관계에서 개에게, 우리와 같은 선택권이 있다고 주장할 순 없지. 인간이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관계라고 여겨야 해.”

…….

“물론, 전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야. 최초로 인간의 가축이 된 개과 동물은, 인간과 ‘생존의 이점’이라는 협력을 이뤄냈을 거니까. 아마 서로의 사냥에 도움이 되었거나, 어두운 밤을 함께할 ‘동료’ 같은 거였겠지.”

“예전에 읽었던, <소년과 개>처럼 말이지?”

“맞아! 정말 적절한 비유네. 처음엔 그 소설처럼, 단순하게 시작하는 관계지만, 인간은 순식간에 이 관계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어. 여기엔, 인정하기 힘든 필요악이 있지.”


“그게 뭐야?”

“개는 우리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개에게 너무 많이 바라고 있다는 거야. 대표적으로, 서로 완벽하게 의사소통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지. 개는 그런 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어서, 10가지 정도의 신호체계만 완성하면, 하등 불편한 게 없으니까.”

…….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아. 그들의 의중과는 별개로, 그들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요소는, 우리에게 작지만 확실한 ‘불신’을 만드는 법이거든. 이 ‘불신’은 십만 년의 시간을 살아온 인류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생존의 법칙이야. 그들과 완전히 소통할 수 없고, 어떤 언약도 받아낼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와 다른 생명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소이자, 우리만의 오만이니까.”


“그것도 조금 쉽게 얘기해야 할 거 같아. 정확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푸른인 또 불편한 부분을 확실하게 짚었어.

“그래, 우리의 나약한 잔혹함 말이지. 쉽게 말해서, 이런 거야. 저 늑대가 우리의 사냥을 도와주는 건 좋은데, 어떻게 저들과 다른 짐승이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지? 우릴 덮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건가?”

“여기엔 아마도, 늑대를 압도할 무력이 필요했겠지. 꽤나 성능 좋은 몽둥이로 ‘교육’을 해줬을 거야. 거기에 ‘교육’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거나 난폭한 녀석은, 선택하지도 않았겠지.”

…….


“그들은 우리보다 소리에 민감해서, 밤중에 닥치는 침입자를 감지하는 것에 탁월했을 거야. 하지만 그건, 동굴 안보다 입구 쪽에서 이뤄졌겠지.”

“그렇게 우리와 그들의 공간이 분리된 거야. 지금 같은 위생관념이 없었어도, 우리는 서로 같은 식탁에 있을 수 없고, 같은 공간에 잘 수도 없었던 거지. 자연스레 분업을 이뤄내고, 그들에게 식량을 뺏기거나, 밤중에 습격을 당할 위험을 줄인 거야. 그 모든 건, 폭력 위에 시작된, 주종 관계의 성과지.”

…….

“표현이 좀 과하지 않아? 눈치 좀 챙기지.”

“하…, 아직 다음이 남았을 텐데?”


“자연스레 우린, 늑대의 가족도 돌보게 되었어. 진정한 의미로 늑대를, ‘가축’의 범주에 둘 수 있는 행위지. 세대가 지날수록 더 인간을 잘 따랐고, 더 온순해졌어.”

“그들의 유전자를 지배해서, 우리의 입맛에 맞게 바꿨다는 거지. 녀석들은 더 인간에게 순종적인 종이 되었어. 체격은 작아졌고, 발톱과 이빨은 무뎌졌지. 마치 우리에게 위협이 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듯이 말이야.”


“……. 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인간과 개는, 더 친밀해질 수 있는 외형과 정신을 갖추게 된 거야. 인간은 그들을 반려자로 인식하고, 개는 우리에게 헌신하는, 강력한 계약이 성립된 거지.”

“‘계약’이라는 건, 철저히 인간적인 관념이지만 말이야.”

아이!


“푸른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못나게 구냐! 꼭 한 마디씩 불평을 늘어놔야겠어?”

“괜찮아, 초롱아. 쟨 나한테 항상 저래. ^^”

얜 또 어찌 이리 평온하대?

“누구한테나 불만이 가득 찬 거지! 오늘은 유독 표독한 느낌이고!”

“내 주장이 그렇게나 불편하고 맘에 안 들었어? 틀린 말은 아니라는데!”

푸른이랑 나는 분명,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을 거야. 보리의 평정심이 처음으로 흔들리는 눈치였거든.

“자, 자. 둘 다 일단 진정하자~.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건 아닐 거야~~.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

“넌 진짜 보리 아니었음 죽었어.”

“누가 할 소릴.”

이거로 유혈 사태의 가능성은 사라졌어.


그래, 내가 먼저 숙여줘야 시작할 수 있겠지~.

“난 너무 비관적으로 이 현상을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우리가 좋아하는 개념으로도 충분히 개와 우리의 화학작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때, 좀 짐작이 가시려나~.

“오~. 어디, 얼마나 성장하셨나 볼까.”

쟨 끝까지 자존심 세우네! 넌 오늘 제대로 걸린 거야!


“그래, 바로 ‘무한무성생식’이라는 개념이야. 앞에서 말했듯, 우린 개의 유전자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어. 이 변화란, 자연에서 발생하는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선 것이었지. 처음엔 늑대, 여우, 너구리였던 놈들이, 공식적으론 340여 가지의 견종이 되었으니까.”

“물론 다른 종(species)으로 분리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breed)가 늘어난 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포유동물에게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난 거지.”

역시, 보리! 나이스 어시스트!


“좋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푸른인 꼭 날 시험하고 싶은 거 같아.

“‘무한무성생식’이란, 존재와 존재 사이에 끊임없는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서로 변화한다는 개념이야. 우리가 개와 접촉할수록, 서로에게 물리적, 심리적 변화를 유발한다는 거지. 그렇게 끊임없이 서로를 변화시킨 결과가, 개에겐 정말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거야.”


“그래, 그게 내가 얘기했던, 유전자를 지배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 거지?”

올 것이 왔네.

“내 말은 그게, 일방적인 지배는 아니었다는 거야. 물론 관계의 주도권이 인간 쪽에 있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걸 단순한 ‘지배’라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직감이 들어서 그래. 그래서 ‘무한무성생식’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본 거야. 어쩌면 여기에 돌파구가 있을지도 몰라.”

“흠, 글쎄. 내 입장에선 잘 가다가 또 감정론으로 돌아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단 말이지. 실제로, 너도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거잖아.”

“이제 그걸 극복해 볼 거라니까!”

“그래~. 어련하시겠어~.”

이 년이 진짜!!


“이~~쯤에서! 우리와 개의 관계를 다시 조명해 보면 좋을 거 같아. 분명 조금은 다른 결과를 내릴 수 있을 거야. ^^;”

보리는 오늘, 몇 번이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네. 푸른인 맘에 안 드는 눈치지만 ㅎㅎ.


“난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어. 우리는 진정으로 개를 알 수 있을까? 녀석들은 우리와 같은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진 않아.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들과 ‘인사불성 상태’의 단점을 가지고 가야 하지.”

분명 푸른이 눈치를 보고, 하는 말이야. 표정이 조금 밝아졌거든.

“그런 건, 어떤 게 있을까?”

“특정 상황에 녀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상은 해도, 확신은 할 수 없다는 거야. 그래서 우린, 동원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최대한 구축한 거지. 아까 얘기했던 목줄을 채우거나, 자는 곳을 구별하거나, 일부로 순종적인 녀석이 번식하도록 조정하는 거 말이야.”


‘어쩌면 이게 더 잔혹한 생각인지도 몰라.’


“그럼, 그런 모든 구속이 ‘확신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만들어졌다는 건가? 무슨 양자역학 같은 건가?”

푸른인 참 묘한 말을 할 때가 있어. 보리도 마찬가지지만.

“ㅎ! 맞아, 난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도 않지. 우리가 이 계약을 두려움 속에서 시작한 동시에,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집중하고 싶거든!”

?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우린 개의 정식 품종이 344가지가 될 때까지, 무한무성생식한 동반자란 말이야. 야생을 벗어나 가축화된 개과 동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타자는, 인류라는 말이야. 녀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간화되었고, 인간도 개와의 교감으로, 아주 조금은 개과와 유사한 존재가 되었을 거라는 말이야.”

!!

“하! 미친놈.”

그럴지도…….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해볼게. 우리는 진짜, 개가 어떤 존재인지 모를까? 처음에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짚어보자고. 분명 우리가 개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너무 다양해서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반려견이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신하고 있었어. 녀석들은 분명, 우리의 모든 제도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헌신을 다 하는 존재라는 건, 의심하지 않았지.”

“그건, 우리가 개에게 거의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구나!”

“바로 그거야!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신뢰를 키워나갔다는 증거는, 이미 오래전에 확보되어 있다는 거지. 우리와 개가 서로 수없이 만져대었기 때문에, 녀석들의 종류가 300가지가 넘어가는 거고, 인간은 개의 사랑이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는 거지. 이게 신뢰의 성과가 아니면, 뭐겠어!”

누군가 푸른이의 어두워지는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하지만 여전히, 같은 걸 다르게 말하고 있을 뿐이야..”

우린 푸른이의 마지막 무기를 기다렸지.

“목줄에 묶여서 지배당해도, 개는 여전히 우릴 사랑해. 동시에 우리도, 이 현상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솔직히 말해서 난, 이런 관계에 소름이 끼쳐.”

뭔가 고해성사 같은 말이야. 우린 한동안 말이 없어.


보리가 시작할 눈치야.

“사랑을 나누는 존재에게 사슬을 묶을 수 있는 건, 어떤 정신병일까? 차라리 <소년과 개>처럼 최후의 생존을 위해, 여자 아이를 개에게 먹이는 사이가, 더 평등에 가까울 수도 있어. 그만큼 나도 소름이 끼쳐.”

“그렇다면 어떻게,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너도 알고 있잖아. 사실, 세상은 잔혹한 거니까. 나라고 다른 대답을 가지고 있진 않아. 그거도 알고 있지?”

…….

“그래…….”



둘이 납득하는 동안에 난, 시간이 좀 필요했어. 아까까지의 흥분이, 갑자기 식어버린 거니까. 이렇게 될 거면, 여태 잘 얘기한 것들이 뭐가 되는 거지? 세상은 잔혹하다는 게, 어떻다는 거지? 그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기에,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생각해 낸 놀라운 발견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일 정도로 잔혹한 세상의 정체……. 난 여태 세상의 잔혹함을 어떻게 알고 있었지?


간단해, 들판에서 늘 있는 일이야. 모든 건, 어떤 것을 먹지. 내가 아무리 ‘존재’가 부정당해선 안 된다는 철학을 완성해도, 모든 것이 ‘존재’를 부정해야만, 내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그게 세상의 차가운 잔혹함이야.


이거에 대해 내가, 어떤 결론을 내렸더라? 그래, 이 먹이사슬이란 건 미시적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이치를 생각하면 ‘존재’를 평등하게 순환시키는, 불완전한 장치라고 생각했어.


누군가에게 먹히기에,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와 에너지의 감가상각이 다시 소실되는 거지만, 그 육체는 엔트로피가 낮은 에너지가 돼. 순도가 높은 에너지는 포식자의 운동에 쓰이고, 조금 순도가 낮은 찌꺼기는 흙으로 돌아가며, 그 양분으로 또 다른 생명을 낳는 식의, 완벽하지 않지만 거대한, 자연의 섭리 말이야.


여기까진 전혀 틀리지 않은 거 같아. 자, 이 잔혹함이 개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지? 결국 우린, 녀석과의 불신을 완전히 털어낼 수 없다는 말이야. 우린 친구일 수 있지만, 아무튼 어딘가에 우위가 있다는 거지. 건조하게 말하자면, 이 관계는 포식과 피식의 미약한 연장선상에 있어. 아마 이게 푸른이가 계속 말하고 싶었던, 껄끄러운 진실이겠지.


물론 대부분의 인간이 동의할 의견은 아니야. 나도 푸른이도, 우리가 개를 먹는다고 주장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야. 이건 차라리, 인간이 타인을 진정한 의미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는 진실과 더 유사해. 타인도 믿지 못하는데, 다른 종은 말할 것도 없겠지.


여기까지가 인간과 개의 관계에서 신뢰와 사랑을 제거했을 때 고찰할 수 있는 진리일 거야. 우리는 항상 사랑하는 존재에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족쇄를 채우며 상대하고 있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족쇄가 채워져 있는지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이 다른 존재에 채운 족쇄를 보며, 안심과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야.


이제 나나 푸른이라는 개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녀석과는 늘 티격태격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어. 우리 둘 다, ‘자유’의 노예라는 점이야. 그래서 우리가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거겠지.


우린 둘 다 어딘가에 족쇄를 채우는 일상에 거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어. 정말 꼭 이래야만 하는 걸까? 내가 자유롭기 위해 누군가에게 내 족쇄를 채우는 건, 자유로운 건가? 난 내 자유만큼 사람들의 자유를 바라고 있는 건가?


그래, 이제 좀 알겠네. 여기까지 오니, 이런 생각이 들어. 나 점점 푸른이처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좀 불편한데……. 최대한 티는 내지 말자.


(중략)


“벌써 잘 시간이지만, 몇 가지 더 말해보고 싶은 게 있어, 보리야.”

푸른인 아직도 더 할 거냐는 눈치야.

“뭔데?”

“최초로 인간과 함께한 늑대 말이야. 정말로 우리랑 다른 곳에서 잤을까? 밤 시간을 더 잘 이겨내려면, 서로 안고 잤다고 가정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아?”

푸른이의 눈이 조금 동그래졌어.

“우와, 생각도 못해본 거야! 확실히 그래. 이미 처음부터, 신뢰와 무한무성생식으로 이어지는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어때~, 좀 대단한 발견이지~~.”

“그래, 이번 거 하나는 인정해 줄게.”

!!


“오~, 푸른 선수도 오랜만에 합류하는 건가?”

이번엔 자각이 없겠지만, 또 보리에게 구원받았네.

“시끄러, 이 선비 녀석아.”

으하하하!


이런 식으로 우린, 잠 오기 전의 밤을 만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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