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장 무서워하는 건 때마다 바뀌는 거지만, 거의 언제나 두려워지는 거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야. 내 경우에 그건 아이들인 거 같아.
고등학생이 될 무렵의 어느 날, 난 내가 유독 아이들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물론 그들이 날 해칠까 봐 무서워하는 게 아니야. 다들 예상했다시피, 그들이 나도 모르는 어느 새에 다쳐버릴까 무서운 거야.
내 경우에, 누가 사고의 주범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다치게 하는 거나 내가 실수로 아이를 다치게 하는 건 결국 똑같은 두려움이거든.
누군간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어. 신경을 안 쓰는 정도의 긴장감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 이건 내 거대한 몸뚱이를 원망할 정도로 자그마한 꼬맹이가 내 발치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거야. 내가 그 존재를 못 보고 짓밟아버릴지도 모르는 두려움이야. 혹은 내가 한눈을 판 새에, 상상도 안 될 정도로 황당한 제3의 위협이 그 꼬맹이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
난 아이들이 무서울 수밖에 없는 거 같아. 어리면 어릴수록 더하지. 물론, 거의 모든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이겠지만, 난 좀 더 뭔가 다른 걸 두려워하고 있는 거 같아.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확하게 그게 뭔지는 모르는 상태야.
조금 생각해 볼까? 내가 그들을 싫어하기 때문은 아닌 거 같아. 기본적으로 난 아이들이 좋아. 아마도 그 때문에, 걱정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본다면, 이건 할머니가 날 걱정하는 거랑 크게 다른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 음, 이 방식은 아직 아닌 거 같아.
그럼 아이들이 예측 불가라서 그럴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추론이야.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작은 악마인 건 분명하잖아? 그렇다면 내 두려움은 저항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짜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어. 음, 확실히 이건 유효한 거 같아.
또 뭐가 내게 그만한 거리낌을 만드는 걸까? 좀 부끄럽지만, 약간은 알 거 같아.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거 자체가 싫은 거야. 좀 귀찮은 일이기도 하지만, 난 내가 유치해지는 거에 좀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물론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게 그런 거지만, 아무튼 내가 유치해져야 그들이랑 놀아줄 수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난 좀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거 같아. 하지만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쪼잔하고 유치한 거겠지?
물론 이런 얘기하기 싫지만, 애들이랑 놀아주는 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거짓되게 대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어. 물론 나처럼 쓰레기 같은 감정이나 귀찮음을 의식한다면 그렇다는 거야. 그런 의식이 없다면 그냥 그들이랑 잘 놀아주는 거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야. 오히려 좋은 일이고. 나도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거만큼 가치 있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또 헛소리처럼 이 이상한 생각을 해버린단 말이야. 내가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결국은 거짓된 과장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부터 무서워지는 게 따로 생겨버린단 말이야. 말로 하기 정말 껄끄럽고 자괴감마저 들어버리는 두려움 말이야.
또 어쩌면, 거짓된 거랑은 반대일 수도 있겠어. 나도 이들처럼 순수했던 과거가 있었고, 이들과 대면하면서, 오랫동안 무시해 왔던 진정한 내가 동면에서 깨어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거일 지도 모르지.
물론 내가 이상한 거겠지만, 여기까지 와버리면 난 더 이상한 생각을 해버려. 이 친구는 날 순수하게 대하고 웃어주는데, 난 그 모든 걸 의도하는 조정자일 뿐이야. 이 시간과 여흥을 모두 내가 컨트롤하고 있지. 그러다 갑자기 이 친구가 그 한없이 순수한 눈으로 내 거짓된 행동들을 알아버린다면 난 어쩌면 좋은 걸까?
정말 황당하단 거 알아. 걱정도 팔자지. 하지만 생각해 봤어? 그 순수하고 착한 영혼이 날 통해서 거짓으로 포장된 사회라는 걸 발견해 버리는 상황을 말이야. 내가 그 아이의 빛을 대거 훔쳐버리는 그런 상황을 말이야.
어쩌면 우리가 아이와 잘 놀아주는 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내고 싶어 하기 때문일 거야. 물론 그런 걸 영원히 지켜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런 한계들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거짓이란 것에 치이고 굴려지는 우리의 모습을 잊고 싶은 건지도 모르는 일이지.
모두가 어느 정도는 동심이란 걸 소중히 여기고 향수를 느낀다는 건 그런 이유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 내가 아이를 무서워하는 이유도 아마 그럴 거야.
혹시나 내가 그들 앞에서 내가 무서워하는 추한 모습을 보여 버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들이 그런 두려움을 너무 빨리 발견해 버리는 게 너무나 싫은 건지도 몰라.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거 같아. 그들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저 순수하고 동글한 얼굴에서 사람이라는 거짓을 발견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결국엔 그들도 사람이 되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오래전부터 무서워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정말 괜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