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람을 무너뜨려. 매일 울고만 싶은 마음이 커가도, 더 울기 힘들어지는 요즘이야. 울음은 나약한 감정일까? 누군가 내 안부를 물어봐 주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런 일이기에 대답이 정해져 있는 거잖아.
그럼,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뭘까? 마음대로 울 수 있는 세상이 올까? 나약하지 않은 게 있을까? 사실, 안부를 묻는 건 불편한 행위일지도 몰라. 그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야.
요즘 난 전혀 괜찮지 않아. 전에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약해진 자신을 매일 발견하고 있어. 몇 번이나 울어버리고 싶지만, 예전처럼 울어버리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야.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는 건데, 울어서 무슨 소용일까?
물론 소용이 있지. 비겁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세상의 잔혹한 모습을 일단 치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눈물과 함께 모든 응어리를 씻어내야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그래! 중요한 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과 타인을 억압했는가?’야.
내가 이 사회에 내리는 처방은,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거야. 모두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꼭 필요한 사람이 꽤나 많다고 생각해. 자신의 나약함을 의식해 버리고, 어딘가에 원망의 화살을 겨눠버리고 싶은 마음.
누구도 그런 정신을 견딜 수 없어. 뭐가 되었든, 반드시 잊어버리는 좌표가 필요하지. 물론 그런 망각이 오래가는 법도 없지만, 견뎌냈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는 거야. 흠! 매일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모두가 정신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란 녀석은 참…….
'반드시 잊어버리는 좌표'는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어. 그건 카드 탑을 쌓는 것부터 유튜브를 헤매는 것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어떤 거에 중독되어서 진통제처럼 찾게 될지 선택하는 거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내 추천은 더 견딜 수 없어지기 전에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거야. 그것만큼 단점이 적은 좌표는 흔하지 않으니까.
울음의 공간을 확보해보자. 완전히 혼자가 되는 순간 말이야. 정말 힘든 조건이야. 혼자 사는 살림이라도, 펑펑 울어버리는 소리를 누군가 들어버릴 것 같다면 찜찜한 법이잖아. 물론 그런 것에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완전히 혼자가 되기 힘든 세상이야.
울기 위해 특별한 영역을 만들어보는 거도 흥미롭지. 난 울기 위해 헛소리로 가득 찬 글을 쓰는 거니까. 누군가는 종교나 술일 수도 있겠어. 나름대로 울음의 공간을 확보하는 영리한 방법이야. 반드시 이 정도의 하자가 있어야 한다면, 좋은 구색을 갖춘 편이지.
그런 맥락으로, 난 언제나 펑펑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어. 객관적으로 남 앞에서 우는 건 큰 민폐고,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니까. 나부터도, 누군가의 감정이 쏟아져 나오는 게 불편해. 동시에, 감정이란 게 그렇게나 잘 조절되는 물건이 아니란 게 문제야. 울음의 좌표를 확보하는 건 분명 현명한 방법이지만, 울화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는 건 아니니까…….
난 결국, 세상을 원망하고 있더라. 언제 울어버려도 상관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아무리 감정을 기계적으로 느끼는 게 유용해지는 세상이라도, 이런 식으로 허황된 원망을 가질 정도인 걸까. 어떤 확신도 가지고 있지 않아.
다만, 이렇게 생각해. 누군가 갑자기 웃는 것과 우는 것은 너무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 긍정적인 감정에 더 잘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혐오가 앞서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는 없지만, 한쪽에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이 통째로 부정당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이야. 음, 그래. 정말 잘 만든 헛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