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상대적이라지만, 절대적이라고 믿게 되는 개념이지. 어떤 종교보다 확실한 믿음 아닐까? 물론 시간은 비행기를 타거나 꽤 높은 곳에 갔다 오면, 아주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뒤틀리는 물건이야. 그래도 한 인간의 삶에서, 지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을 벗어날 방법이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이건 여담이지만, 기준이 지구인 게 마음에 안 들면 육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내가 먼 우주여행을 다녀오고, 동생은 지구에서 기다렸다고 치자. 내가 돌아왔을 때, 나보다 수십 년은 더 늙어 버린 동생과 재회할 수 있을 거야. 시간은 상대적이니까. 하지만 생체시계의 입장은 어떻지? 내가 느끼는 수명이 늘어난 걸까? 동생이 빠르게 늙어 버린 걸까? 내 생각에 어떤 중력의 영향을 받든, 몸에게 1초는 1초인 거야. 다른 조건이 같다면, 몸은 착실하게 자신의 1초를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수행하고 있을 거야. 시간은 반드시 앞으로 흐르고, 우린 그 속도의 차이를 느끼는 일 없이, 우리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거지.
본론으로 돌아와서, 난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보다 시간은 평등하게 흐른다는 관념이 조금 더 마음에 들어. 날 조금이라도 착실하게 만들어 주니까. 아무리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시간이 봐주는 법은 없잖아. 1초는 반드시 1초로 흐를 거야. 어떤 방법을 써도 그 1초의 흐름을 피할 방법이 없으니, 시간은 거의 절대적인 거지. 그런 맥락에서 시간은 돈이라지만, 조금 엇나간 말이라고 할 수 있지. 돈은 거의 모든 것과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의 모조품 중 하나니까.
난 이 문제도 마음에 들더라. 아무리 노력해도 반드시 10분이 걸리는 일은 무엇일까? 보통은 좀 더 노력하면 조금 더 빨리 끝내기 마련이지만, 정확히 10분을 세는 일은 10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거야. 시간은 언제나 착실하게 흐르고 있다는, 간단하면서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지.
물론, 우린 그렇게 깐깐한 존재가 아니야. 항상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지. 대부분의 상황에서, 시간은 일단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해. 일이든 취미든 마냥 놀고 싶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야 하는 것 투성이잖아! 한술 더 떠서, 우린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불멸을 가정하며 살아가게 되지. 죽음 속에 사는 건 미친 짓이니까. 때론 우리가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불편하고 거대한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으면서 넘어가기도 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일 때가 많긴 하니까.
그래서 인간은 시계를 발명한 거야. 우리 대신 하루 24시간을 세어 줄 존재 말이야. 정말 재밌는 일 아닐까? 시계를 보면, 수시로 잠에서 깨어나는 거 같아. 별로 안 지난 거 같지만 벌써 몇 시간이나 흘러 있고, 억겁의 시간을 보낸 거 같지만 몇 초 지나지도 않은 걸 확인할 때마다, 난 좀 웃기더라고. 시간은 반드시 흐르는 건데, 난 전혀 그렇게 느끼고 싶지 않은 거야. 아마 나 자신은 영원하다고, 시간 같은 거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겠지? 그리고 시계를 볼 때마다 깨어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