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습관은 분명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어. 오래전부터 내 삶에 눌러앉아서, 이제는 거기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리는 녀석이지.
난 사소하지만 나약한 습관을 지니고 있어. 항상 배에 힘을 주는 거지. 방문을 나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 상태로 들어가고, 어느새 배에 힘을 주고 있어. 내 뱃살을 조금이라도 숨기고 싶어서.
난 여태 자신의 왕성한 식욕과 게으름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식사는 인생에 몇 안 되는 즐거움이고, 운동은 가장 껄끄러운 숙제지. 내게 날씬한 몸의 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과 대학 생활 1년이 전부일 정도니까.
내가 기억하는 시작점은 만화 <포켓몬스터>를 한참 보던 시기야. 주인공이 게걸스럽게 식사를 해치우는 장면을 따라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어머니 말론, 난 원래 급하게 먹진 않았는데 갑자기 왕성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대. 흠, 그놈의 만화란……. ^^
물론 만화 탓을 할 건 아니지. 한참 자라는 나이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분명, 주인공의 식사 장면에 크게 매료되었던 것도 사실이야. 생각 없이 나태할 수 있는, 비겁하고도 귀여운 욕망은 매력적이니까. 누구나 그 매혹에 한 번은 빠져 버리기 마련이지만, 난 너무 오랜 시간 꾸역한 잠을 자버린 거 같아. 식욕뿐만이 아니라, 해야 할 모든 일들을 제치고, 즐길 수 있는 모든 여흥 속에 숨어서 살아온 거지.
이 꾸역한 얘기는 다른 때에 하고, 다시 습관에 관해 얘기해 보자. 모든 음식을 빠르게 먹기 시작하면, 금방 거대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야. 난 항상 살이 많은 체형이었어. 10살까진 아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 나만이 뚱땡이나 돼지라는 호칭에 내성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건 걱정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깊은 원망에 가까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고려하지도 않았으니까. 물론,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지만 ㅎㅎ.
하지만 점점 주변의 불안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 걱정과 조언, 표정과 힐난 등이 전부 강도를 높여 다가오고 있었지. 이젠 없어서 우울한, 그 귀중한 관심을 난 여전히 증오하고 있어. 하루는 아버지에게 비교적 큰 잔소리를 들었지. 그는 내 튀어나온 가슴을 찌르고, 배때기에 따가운 싸대기를 날렸어. 당연히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항의지만, 난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
그날 이후, 난 전보다 더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게 되었지. 누군가의 손이 내 상체 가까이 오는 게 싫었어. 반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싫은 표정을 지었지. 상황을 봐야 하는 건데, 지금도 그러고 있어. 말은 안 해도, 아버진 분명 서운할 거야.
난 어떻게든 이 타인에 쏟아 내는 저주를 피하고 싶었지만, 곧 완전히 피하는 것도 살을 빼는 것도 불가능하단 걸 알게 되었지. 정말 비겁한 말을 해 버렸네. ^^ 최대한 그런 소리를 덜 듣는 간단한 방법을 찾고만 있었다고.
어느 날은, 배에 힘을 주면 살이 빠져 보인단 거에 집중했지. 언제나 저럴 수 있으면, 잔소리를 좀 덜 듣지 않을까? 물론 원하는 만큼 살을 집어넣을 순 없는 거지만, 어느 정도까지 항상 힘을 줄 수 있는지 빠르게 알아낼 수 있었어.
물론 그런 행위가 실제로 잔소리를 줄였는지 알 방도는 없어. 난 그 순간 이후로, 한 번도 남 앞에 긴장을 늦춘 적이 없거든. 하나의 민간신앙이지. 내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어느 언저리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부적 말이야. 언제나 배가 살살 아프고 소화가 좀 힘들어지는 건, 일상의 효험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지.
이런 의식적인 습관을 나만 가지고 있다면, 정말 세상 억울할 거 같아.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지만, 분명 누구나 이런 종류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안심하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하고도 무수한 이유가 이런 습관들을 만들고 있을 거라고 확신해.
내 경우는, 타인을 의식하고 불편해하는 방식이지. 동시에 자신의 나태함에 눈을 돌리고 싶은 충동이기도 해! 다른 사람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네. 어쩌면 이게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 서로의 불완전한 습관을 공유하고, 어디에도 없을 안정의 집을 얻는 거야. 기가 막힌 교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