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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은 농담이 아니야

대부분의 농담은 농담이 아니야.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모순이지. 아무도 농담을 할 생각으로 농담을 활용하진 않잖아. 진지하게 그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 활용하는, 정신의 위안이자 영리한 전략이지.


일상에서 누군가 농담이라는 장막을 이용한다면, 가장 주의 깊게 기억해야 할 언급이야. 외견이나 태도보다 확실하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려주지. 중요한 건, 다른 기준으로는 타인에 대해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겠지만, 농담이라고 덧붙인 언급은 확고한 전제로 여겨도 무방하다는 거야.


물론 진정으로 농담인 농담도 있어. 대상에의 사랑이 담겨있는 농담이지. 이번 시간엔 이런 농담은 다루지 않을 생각이야. 이런 농담은 듣기 전부터 화자의 애정을 느끼기 마련이라, 전혀 다른 성격의 현상이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아부나 아첨을 그런 농담과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해.


농담은 정말 보편적이고 유용한 전술이야. 때로는 책임을 떠넘기고, 상대를 농락하며, 실수를 주워 담는 행위가 돼. 1대 1의 상황에서 농담을 파악하는 기술이 떨어진다면, 상당히 난감해질 정도야. 부디 희망적이고 선한 메시지에 속지 않길 바라. 사람이란 동물은 언제나 남보다 우월해질 틈을 바라는 동물이고, 권력의 성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존재야. 인류가 얼마나 악독하게 지구의 정점에 서있는 건지 한 번 생각해 봐……. 당신이 조금만 어리숙해 보인다면, 모두가 여러 수단을 동원해 당신을 깎아내리고 있을 거야. 농담은 비교적 귀여운 도구에 속할 정도로 말이야.


농담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유의 모순 덕분에 예술적으로도 발달한 문화야. 농담이 장난을 품고 있는 건 정말 천재적인 구조니까. 내가 보기에, 누구도 그저 즐기기 위해, 어느 쇼를 소비하는 게 아니야. 시원하면서도 껄끄러운 펙트 체크를 위해 코미디를 보고, 환상이 없다는 걸 믿기 위해 마술을 보는 거야. 내 생각에, 두 분야 모두 농담이라는 스킬의 한계에 도전하는 거 같아. 전자는 사회적 한계에 후자는 시각적 한계에 말이야.


모든 가상의 상황을 농담에 포함하는 것도 가능할 거 같아. 영화나 만화, 소설 등은 그 자체로 환상적인 농담이야. 디지털 공간을 생각하면 좀 머리가 아파오지. 분명 농담 같은 기술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당신은 분명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를 거야. 이것도 어찌 보면 농담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지. 농담처럼 여겨온 환상적인 세상을, 최대한 실제 속에 가져오는 거대한 시장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어. 코드 속에 디지몬 세계를 꾸리고, AI라는 전자적 자아를 활용하며, 실시간으로 돈을 움직여서 자본사회를 끊임없이 견고하게 하는 세상. 정말 농담 같은 세상 아니니? 농담 아닌 농담의 무수한 향연에 정신을 빼앗기는 요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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