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국 혼자라는 걸 잊어선 안 돼. 타인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 날 지켜준다 할지라도, 내가 선택한 건 이기적이고 비겁한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해. 자기애를 가다듬는 것이 날 행복하게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
매정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야. 누구든 결국 혼자가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사랑 타령을 하는 거야. 사랑을 충전할 곳은 사람뿐이라, 모두가 플러그를 꽂을 곳만 찾고 있다면 어떻겠니? 우린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그래선 결국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내 맘대로 모두가 그런 것처럼 얘기해 버렸어. 그럼, 내가 그런 놈이라고 생각해 버리자. 내가 스스로 혼자가 될 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아까 플러그 얘기를 했잖아. 정말로 그렇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야. 아무도 충전을 못 하는 세상이 아니라, 플러그가 소비되는 세상 말이야. 플러그에 대한 수요가 재화인 플러그를 만들고, 그것에 중독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무서워하고 있다면, 난 별난 놈인 거야. 어리석은 일이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이런 사고가 가장 나다운 행위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런 나사 빠진 의문마저 나태한 자신을 변호하는 핑계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면? 아마 이런 조언을 들을 거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자기만의 세계가 있을 수 있지. 지나친 걱정이야, 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 흠, 많이 피곤해지는 생각이네. 괜한 걱정이야,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어디 있다고 그래?
참 이중적이야. 의문에 계속 붙잡히고 싶은 마음도, 저렇게나 고마운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도, 이 모든 것이 세상의 모습처럼 거짓될 수 있다는 불안함도, 어쩌면 거짓된 건 나뿐일지도 모른다는 절망감도……. 아마 그저 내가 팔랑귀에 일희일비하는,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인 건데. ㅎㅎ
내 선택은 의문이라는 직관에 취해보는 거였어. 정말 많은 시간을 낭비했지. 그 과정에서 이 의문의 정체가 나태하게 살고 싶은, 나의 본능이란 것도 알 수 있었어. 시시비비를 떠나서, 가장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 이 기우 자체란 것을 확신한 요즘이야. 이 기우와 계속 나아가고 싶다면, 결국은 혼자서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였지. 참 귀여운 일이야. 이미 10년도 더 전에 고독한 삶을 마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겉멋에 담은 말이었고, 이제야 겨우 그런 삶에 가까워지고 있어.
덕분에 난 이상한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설령 그 사람이 혼자서 살 필요가 없더라도,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정말 꼰대 같은 생각이지만, 잘 생각한 거 같아. 자신의 이상한 직관을 믿기로 마음먹었다면, 남들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잔혹한 철판이 필요할 거야. 어쩌다 혼자가 되어버려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