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긴 노래가 사는 곳이야.”
(중략)
그곳은 샛노란 잔디밭 같았어. 단순하게 짧고 노란 이파리들이 바람에 선선한 춤을 맡기고 있는 게 보였거든. 어쩌면 노란 리본일지도 몰랐고. 하지만 그건 개나리였어. 아니, 개나리가 맞나? 사실 잘 모르겠어. 내가 알던 개나리랑은 달랐거든. 그건 그냥 개나리만 솟아 있었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걔들한텐 갈색 가지가 하나도 없었단다. 그냥 땅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것들이 서로를 비비고 있었어. 그리고 굉장히 푹신해 보였어. 개나리는 작은 꽃이지만, 이곳의 녀석들은 크기가 다양하고, 몇몇은 당연하다는 듯이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다녔어. 마치 새로운 녀석이 떠오르는 걸 도와주려는 거 같았지…….
이쯤 되니까, 절대 개나리가 아닐 거 같아. 일부러 한 녀석을 찌부러뜨렸어. 너무 진짜 같은데?! 아니, 이건 진짜 살아있는 개나리잖아!? 녀석은 한동안 찌부러져 있더니, 죽은 척하는 공벌레처럼 눈치 보며 일어나더라고! 게다가, 특유의 생큼한 냄새도 나!
물론 개나리는 지평선 끝자락까지 들어서 있어. 넌 그 광경에 압도되어선, 휘청대었지. 하지만 표정만은 상기되어선…….
중요한 건, 이건 너무 이상한 광경이야. 어딘가 이상하고, 엽기적이야. 아무리 개나리가 푹신해 보여도, 뛰어들고 싶지는 않을 텐데, 그러고만 싶어……. 뭔가 불편해. 하지만 이건 처음 보는 일이야. ‘뭐지?’하는 생각이 날 간질이고, 이곳이 이상한 만큼 나도 이상해지고 싶어. 도대체 이런 감정은 뭐라 부르는 거지?
“우와! 여기 뭐야? 온통 샛노래! 재밌을 거 같은데?!”
푸른일 앞서간 난, 먼저 그곳에 뛰어들면서 뒤돌아봤지. 마치 촬영 세트장 같아. 뒤돌아보면, 분주한 카메라들이 날 찍고 있는, 귀엽고 노란 세트장이라니. 네가 그곳의 감독님이라니…….
“재미? 허! 어이가 없는 놈이긴 하지.”
어, 갑자기 컷? 이 장면이 어때서?!
“어이가 없는 놈이라니? 여기도 누가 살아?”
“그럼, 이렇게 정신없는 곳이 저절로 만들어졌겠냐?”
“정신없다니! 좀 이상하긴 해도, 이쁘기만 한데…….”
“예쁘긴 얼어 죽을… 정신병 걸릴 거 같구만…….”
틀린 말은 아니네. 난 애써 개나리 장판을 살피는 척했어. 그러고 보니, 여긴 되게 푹신하네. 발이 하나도 안 아파! 어떻게 이렇게 보드라울 수 있지? …! 여기도 흙이 있어! 이런 곳에서? 뭔가 반가운 기분이야! 어라?
“푸른아, 나중에 봐!”
넌 내 기쁨은 안중에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지만, 나도 이젠 긴장하지 않아. 넌 절대 뛰는 법이 없거든. 네가 천년만년 걸어가도, 내가 1년 만에 따라잡을 거야. 즉, 내가 여기서 좀 여유를 부려도 된다는 말이지. 난 반가운 사람에게 안기듯이, 개나리를 품은 바닥에 뒹굴었어. 그렇게 싱그러움을 충전하곤, 네가 안 보일 거 같으면 일어나, 깡총하고 뛰어가는 거지! 역시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