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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an 06. 2023

6.선물로 마음을 들여다본다.

 선물은 즉각적인 행복감을 준다.

 그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선물을 받을 때 또한, 예상했어도, 예상치 못했어도 즉각적으로 기쁨이 반응한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신은 팍팍한 삶에 고마운 은인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셨다. 그들을 못 알아보고 지나치거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 때도 많지만, 다행히도 고마운 이들을 종종 삶의 어느 길에서 만난다. 그들은 힘들게 가는 인생의 길에서 나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심리적인 선물을 못 알아볼 때도 있지만, 알아차리기 위해 감사한 일들을 되돌아보며 노력하곤 한다.



 즉각적으로 행복해지는 물리적인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선물을 받았을 때 순간 기쁘고 행복하다. 내 지인 중에는 정말 만날 때마다 선물을 주는 이가 있다. 가난했던 20대의 학생 시절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게 어색했다. 마음이 더 가난했었던 것 같다. 그분은 자취하던 나에게 생필품을 선물해 주셨다. 뒤집개, 목욕타월과 같은. 그때는 그런 것들이 생뚱맞게 느껴졌었다. 선물이란 으레 특별하고 예뻐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도 그분은 내게 딱 적절한 선물들을 건넸다. 힘든 마음을 토로할 때면 심리서를 택배로 보내 왔고 그분의 지인이 쓴 시집을 건네주었다. 그 사이사이 따뜻한 마음도 함께.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나의 심정을 물어봐 주었다. 시간이 흘러 그분께 받은 선물들을 생각해 보니 그분의 마음이 담긴, 나에게 적절히 필요한 것들이었다. 다소 비싸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물건들이 내 일상에,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선물들은 그가 나를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에게 관심이 없으면, 나를 공감해주지 않으면 생각해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분의 그 탁월한 능력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나도 배울 수 있는 걸까. 아마도 공감 능력을 더 배우면 가능하겠지?


 최근에 열심히 가꾸던 꽃밭을 예기치 않은 의사소통 중의 오해로 잃었다. 몇 년 동안 땅을 일구고 묘목과 모종을 키우던 내 마음에 큰 상처가 났다. 그때 나에게 문득 다가온 이가 있었다. 뜬금없이 차를 마시자고 제안해 왔다. 그는 꽃밭을 키우는 노력에 대해 공감해 주었고 꽃밭을 잃은 슬픔에 대해 함께 분노해 주었다. 그리고 꽃을 가꾸지 않을 때에 꽃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작업에 대해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과일꽃차를 건네주었고, 그다음에는 봉오리 진 백합꽃을 선물해 주었다. 백합꽃은 십여 일 동안 꽃봉오리에서 꽃을 피우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문득문득 꽃향기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향이 스칠 때마다, 꽃이 더 벌어졌을 때, 차를 마실 때, 그를 생각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을 그에게 문자와 사진으로 전했다. 내 행복감을 표현할 때마다 그도 행복했으리라. 그렇게 믿으니 행복감이 두 배가 되었다.


 경제를 생각하는 이들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 미니멀리스트의 입장에서도 예쁜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선물들은 반기지 않는다. 당장의 행복감을 위하여 쓰는 돈은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려는 입장에서 아까운 돈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며 환경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무언가를 사고 내 것으로 들일 때 소비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내 마음이 다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 행복감을 뒤로 빼놓고 아끼고 줄이면 나는 뒷전이 되어 버린다. 내 마음속이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차서 물건과 자연을 아끼고 보호할 때 그 마음이 진짜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가끔 더 의식적으로 자연을 아끼는 노력하면 된다. 지금의 나는 신중히 고민하고 선물을 고른다면 나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행복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딱 나에게 필요한 것. 딱 그에게 필요한 것. 함부로 쓰이고 버리지 않을 것들. 그런 선물을 나에게 그에게 할 수 있다면 행복이 따라올 것이다. 실제로도 많은  연구에서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나누는 이들이 더 기쁘고 성공적으로 더 잘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주려는 마음과 그를 위한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나에게 줄 선물들은 참으로 많다. 나는 나를 잘 아니까. 딱 지금 내가 필요한 것들을 살 때 나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하고 물건을 구입해 보자.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이지만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건데 내가 나에게 사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쇼핑하는 거다. 롤 휴지가 똑 떨어졌을 때. 식용유를 살 때도. '나는 지금 나에게 선물한다. 나에게 선물할 여유가 있어 기쁘다'라고 생각하고 말하면서. 문득 '와아... 나는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선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러는 나를 보며 우리 엄마는 딸이 애틋하여 '왜 그리 궁상맞니'하실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저 발상의 전환일 뿐이다. 기쁨이나 행복은 아주 가까운 데서 끌어다 쓰면 되는 거다. 행복은 자주 느낄수록 더 행복한 법이니까. 로또 맞는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작고 소소한 행복감을 자주 느낄수록 행복감은 내 마음속에서 마일리지처럼 쌓여 있을 거다. 의식적으로 곱씹지 않아도 마음은 풍성해질 수 있다.


 오늘 점심까지 나는 나에게 선물했다.

 겨울에 신을 털 부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은 칼국수.

 식후에 먹은 카페라테.


 오후에 나는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저녁 식사와 간식. "너희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해 줄게."

 불금을 맞이할 자유 시간. "오늘은 게임을 하거라."

 따듯한 포옹과 "사랑해"라는 말.

 

 부모님께 안부를 여쭙는 문자 메시지.


 마음을 보듬는 책 한 권.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이듯, 일상이 선물이듯. 나의 작은 마음 쓰는 행동 하나가 선물이라고 머릿속으로 되뇌어 본다.
1주간 기쁨을 주었던 겹백합꽃. 그 향기가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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