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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an 13. 2023

9.무기력 즐기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뭘. 해야 해?


 가끔씩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찾아온다.


 유명한 그 멘트처럼.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지난주 일요일에 소화도 되지 않고 온종일 머리가 아프더니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동치미는 소화가 될까 싶어서 무를 한 입 베어 먹었는데 모두 다 게워냈다. 그리고 한 삼여 일간 조금씩 먹으며 몸을 회복시켰다. 잘 먹지 못하니 몸이 축축 처진다. 힘이 없고 기분은 한참 가라앉고. 일어나 앉기도 싫고 계속 눕고만 싶다. 출근은 해야 하니 바쁘게 일을 하긴 하는데 활력이 돌지를 않는다. 어라? 일 하다 보면 몸이 루틴을 찾아오던데. 웬일일까. 평소 무기력해질 때는 일부러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했었다. 그래 걷자. 점심을 가볍게 먹고 30분 이상 걷는다. 빠르게 걸을 필요도 없다. 그저 걸으면서 몸에 활기를 주려는 거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도 기분이 올라오지를 않는다. 왜일까... 왜일까... 너 왜 그러지? 내 마음아 왜 그러니...


 한참 생각해 보다가, 멈추었다. 어쩌면 정말 바쁘게 긴장 속에 살다가 이렇게 무기력이 찾아오는 것은 나의 몸에 쉼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일부러 움직였는데도 기분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쉬라는 신호였을텐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난 움직인 걸까? 긴장이 극으로 치닫아 몸에 신호가 온 것이다.

 제발 좀 쉬라고.


 문득, 나의 2-30년 후를 상상해 본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게 한가해질 그때는, 이 바쁜 시기가 그리울까?
 흠... 지금의 나는 그때의 한가함이 벌써부터 그리운데.


 너무나 바쁘게 살아온 사람은 정년 후 한가로움에 적응하지 못해서 더 우울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평생 출퇴근을 반복하고 오늘이 몇일인지 나는 누군지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온 패턴이었다가 출근하지 않고 매일매일 바쁜 일 없이 사는 시간은 어떨까. 그때를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무기력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딱히 아픈 곳은 없지 않은가. 그저 힘이 솟지 않을 뿐. 딱히 뭐. 문제 될 것이 있는가.


 무기력을 어쩌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인데 기분이 축축 처질 때는,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 지루함을 미리 경험해 보는 거다. 으응? 그저 나는 여유가 넘치는 상태이다, 로 생각을 전환해 보는 거다. 지금 처지는 몸상태를 어쩌지 못해 힘겨워하지 않고 그냥 이런 나의 상태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지켜보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상태가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몸에 활기가 찾아오겠지. 정말 계속되는 거라면 정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진짜 어디 아픈 것이다!)


 조퇴를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커피숍에서 일주일만의 커피를 마시고 나의 몸을 카페인으로 적셔준다. 갑자기 활력이 돋는다. 집에 돌아와서 집안 청소를 조금 하고 뻐근해진 등을 주무르고 눕는다. 카페인 덕인지 마음을 돌본 덕인지 몸에 활기가 솟는다.


 이렇게 무기력함을 즐기기로 한다.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아니니까.
 왜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해!
 좀 쉬어.
 열심히 하려는 마음, 넣어둬 넣어둬.


정말 심심해 보이기도 하는 고요한 한옥 같은 내 노년 떠올리기
밥심인가 빵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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