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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패왕 Sep 09. 2022

다크나이트(1) 카오스냐? 코스모스냐?

 

     

     

다크나이트, 이 영화는 과연 무엇을 표현한 영화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견해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조커의 범법 행각과 배트맨과의 투쟁에 중점을 두면 이 영화는 선악의 대립과 권선징악을 구현한 영화로 볼 수 있다. 또, 불법적인 수단으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배트맨과 영웅에서 악당으로 돌변하는 투 페이스 하비덴트를 중심에 놓는다면 이 영화는 새로운 영웅의 자격을 제시한 영화로 볼 수 있다.  시선을 바꾸어 조커의 사회실험을 강조한다면 이 영화는 도덕적 행위의 기준에 대한 공리주의와 의무주의의 대립에 관한 영화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 같은 기묘한 행동으로 악당인지 혁명가인지 구분이 안되는 조커를 중심에 놓으면 이 영화는  이성중심사회를 유지하려는 세력 대 이를 파괴하려는 세력의 대립, 이성 대 광기의 대립이 두드러진, 즉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그린 영화로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1. 다크나이트는 선악의 대립,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구현하는 영화이다.      

배트맨과 하비덴트, 조커는 수시로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고담시민들은 정의를 위한다는 배트맨의 불법적 수단에 염증을 내며 그를 범죄자로 체포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 있어 이 영화는 선악의 경계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선악의 구별 기준이다. 이 기준에 관한 학설은 실존주의 실용주의, 이기주의등 많이 있으나 여기서는 의무론과 목적론(결과론)에 대해서 알아보자.      


1)의무론(칸트의 의무주의)

도덕 판단의 기준을 동기나 의무, 원칙에 두는 입장을 말한다. 의무론은 모든 인간이 지녀야할 행위의 원칙이 의무로 주어져 있다고 본다. 그 의무를 오로지 선의지로 행할 경우에만 선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개인적인 사심에 의한 행위, 어떤 목적을 위한 행위, 무엇에 대한 보상으로 행한 행위는 오로지 선의지로 행한 행위가 아니기에 선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의 행위의 원칙을 규정한  대표적인 것은 법이다. 따라서 법질서를 위반하면 악, 법질서를 준수 하면 선이 된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법질서를 수호하는 고든 경감, 레이첼검사의 행위는 선이 되고, 범죄집단인 조커와 마피아 일당의 행위는 악으로 규정된다. 문제는 배트맨과 고담시 검사 하비덴트이다. 배트맨은 정의로운 고담시를 만들기 위해 불법 폭력을 불사한다. 폭력은 그것이 범죄자에 대한 것이라도 공권력행사가 아닌 한 불법인데, 배트맨은 어떠한 공직도 없는 사인에 불과한 기업체 회장일 뿐이다. 따라서 그는 법질서를 위반한 범죄자인 셈이다. 이처럼 의무론은 냉철하고 엄격하다. 

또 하비덴트는 처음에는 정의로운 검사였으나 연인 레이첼을 잃고 난 뒤부터는 복수심에 불타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다.  

의무론에 따라 선악을 정리해 보면, 고든경감, 시장, 레이첼은 선한 사람이고  배트맨과 하비덴트, 조커 마피아는 악인인 셈이다.      


2) 목적론(공리주의)

 도덕판단의 기준을 행위의 결과나 목적에 두는 입장을 말한다. 목적론에서는 행위의 목적과 그 목적이 실현된 결과와 그 결과가 가져오는 효용성 등을 선악의 판단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목적론의 대표가 바로 공리주의이다. 결과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쾌락)을 가져다 주는 행위는 선으로 판단된다.

 이 기준에 의한다면 고담시의 정의를 수호하는 배트맨, 고든경감, 시장, 레이첼은 선의 대표자가 되고, 다수의 이익을 헤치는 조커와 마피아, 그리고 이에 도움을 주는 부패한 관리들은 악이 될 것이다. 하비덴트는 이 기준에 의해도 선에서 악으로 직행한 특이한 인물이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역시 배트맨이다. 그는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불법수단을 사용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결과론에 의하면 선이나, 의무론에 의하면 악인이 된다.      

 

 2. 다크나이트는 영웅에 대한 영화이자, 현대적 영웅의 자격을 제시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영웅사관에 근거하여 배트맨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고담시를 지키는 이야기 이다. 이에 이 영화가 영웅사관을 지지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1) 영웅사관과 이에 대한 반론(나무위키 참조)

영웅이라 함은 개인적 카리스마, 지성, 지혜, 정치력 등의 능력을 통해 권력을 관철하거나 하여 중대한 역사적 영향을 미친 인간을 말하며, 영웅사관(英雄史觀, the Great Man theory)은  몇 명의 위대한 영웅들의 행적에 의해 역사가 진행된다고 주장하는 역사관이다. 영웅사관은 1840년 스코틀랜드의 토머스 칼라일에 의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역사는 다수 대중이 끌고 간다는 민주주의 사관이 광범위하게 퍼진 후 영웅사관은 쇠퇴를 맞게 된다. 1860년 허버트 스펜서가 영웅사관을 반박하는 논리를 공식화했다. 스펜서는 영웅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며, 그들의 행동은 그들 이전에 만들어진 사회적 환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20세기에 널리 받아들여져 오늘날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브레히트는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한 사회이다 ”라 주장하며 영웅이 없는 민주사회를 옹호했다. 영웅 숭배는 위험한 악습이라고 여겨지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 영웅을 숭배하지 않는 데에 있다.     


2) 새로운 영웅관의 제시

기존의 영웅들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곤 했다. 즉 목적이 정의로우면 수단의 불법이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영웅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리하여 슈퍼맨, 스파이더 맨, 아이언 맨, 배트맨등은 인류를 구한다는 목적으로 법질서를 무시하며 무자비한 살상을 정당화하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러한 점에 의문을 품고 아무런 권한 없는 사인의 자격으로서 고담시의 법질서를 위반하며 범죄자에 대해 폭행 협박 체포 납치를 일삼는 배트맨을 범죄자로 규정한다. 즉 새로운 영웅은 목적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새로운 영웅의 표상으로서 하비덴트를 제시한다. 그는 고담시의 검사로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마피아조직 50%를 재판에 회부해버리는 용기를 보인다. 이로써 고담시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배트맨으로부터 “고담시는 이제 배트맨이 필요없다. 하비가 날 대신할 영웅이다”라며 극찬을 받는다.

 고담시민들은 배트맨을 범죄자 취급하고  하비덴트를 새로운 영웅으로 떠 받든다. 

이처럼 이 영화는 현대 민주주의 법치국가에 타당한 새로운 영웅관을 제시하고 있다.      


3) 영웅의 타락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던 하비덴트는 조커의 사회실험에 의해 연인 레이첼을 잃고 자신의 얼굴 반쪽이 화상을 입고 세상을 경멸한다. 그는 레이첼의 복수에 나서 그녀를 납치한 마피아들과 이에 협력한 부패한 경찰들을 처벌하고 경찰청장인 고든의 부인과 아이들을 납치하여 죽음의 동전게임을 한다. 

영화는 하비덴트의 타락을 보여 줌으로써 타고난 영웅은 없으며 영웅이란 그저 사회 상황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즉 맹목적으로 영웅사관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3. 이 영화는 공리주의와 의무주의의 대립에 관한 영화이다.     

이는 조커의 사회실험 1 2 3을 통해 일관된 주제이다. (다크나이트 조커의 사회실험(1)(2)(3) 참조) 여기서는 한 문제만 다루어 보자. 

 조커는 배트맨 때문에 고담시가 안전한 것이 아님을 보여 주려고 배트맨에게 가면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 

“배트맨 덕에 고담시가 안전하냐?. 배트맨은 가면 벗고 경찰에 자수해라. 그렇지 않으면 시민을 죽이겠다. 난 약속은 칼 같이 지킨다”

조커는 배트맨이 가면을 벗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고담시민을 살상하여 배트맨 때문에 고담시가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때 배트맨은 가면을 벗어야 하는가? 이 문제 또한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공리주의에 의하면 다수 고담시민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하여 배트맨은 자수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의무주의에 의하면, 테러범의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그것은 보편적인 의무가 아니므로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즉 의무주의에 의하면 배트맨은 가면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화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배트맨은 가면을 벗지 않는다. 의무주의에 따른 해법인 것이다.      


4. 이 영화는 질서(COSMOS)와 혼돈(CAOS)의 대립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고담시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이 질서를 파괴하여 카오스를 야기하려는 세력의 대립을 통해 이성 대 광기, 질서와 혼돈의 대립과 그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1) 고담시 질서의 특징

고담시는 인간 이성으로 쌓아 올린 도시이다.  여기서 이성(理性)은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능력'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냉철하고 냉정한 태도가 요구된다. 이렇게 쌓아 올린 사회를 이성중심주의 사회라 부른다. 이 사회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1) 고담시는 경제적 자본주,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이다.

2) 이 사회를 수호하기 위해 고담시는 법에 의한 통치, 법치주의를 그 수단으로 삼는다.  

3) 개개 시민은 확고한 자아를 지닌 불변하는 실체성을 가진 주체적 이성적 존재이다. 

4) 이성적 사회는 토론과 합의를 통해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지켜나간다.( 원칙성)

5) 합의로 이룩한 일들을 예측 계획하고 실천해 나아간다.(계획성), 

6) 어떤 행위가 있으면 어떤 결과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인과성, 필연성)      


(2) CAOS의 사도로서 조커 행위의 특성     

고담시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조커는 무자비한 살상과 가공할만한 파괴를 자행한다. 

그의 목적은 고담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영웅이라는 배트맨의 도덕심의 가면을 벗겨내 그들의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이다. 즉 그의 목적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다. 고담시의 존재 근거인 이성적 질서를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무정부주의적 허무주의자 인셈이다. 

조커의 행위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1) 혼란의 사도

조커는 공권력등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며 시 정부를 무력화 시키려 한다. 판사 경찰 청장등을 암살하고 검사 하비덴트를 부상시키고 병원을 폭파하며 도시 기능을 마비시킨다. 자신을 취조하는 배트맨에게 소리친다.

”난 괴물이 아니야 앞을 내다보는 선각자야. 신념의 사자일 뿐이야“

얼굴의 반쪽을 잃어버리고 투페이스가 되어 버린 하비덴트를 찾아간 조커가 말한다.

”난 혼란의 사도야. 혼란의 가장 큰 미덕은 공평함이지“

 조커는 위장 체포까지 되면서 감옥에 있는 돈세탁업자 라우를 체포하여 돈을 챙긴다. 그에게  받아낸  어마어마한 지폐를 다 태워 버린다. 

”돈만 밝히는 악당 필요 없어, 격조가 있어야지“

이처럼 조커는 악당의 경계를 뛰어 넘는다. 어찌보면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무정부주의의 혁명의 전사라는 느낌마저 자아낸다. 그런데 그는 무정부주의자도 아니다. 무정부주의자는 정부만 없을 뿐 나름의 사회 질서는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질서를 허물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목적도 없다. 조커에게 사상이나 목적이 있다면 그는 카오스의 사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도덕과 법에 대한 조롱이 있을 뿐이다. 목적 없는 파괴와 살상이 있을 뿐이다.     


2) 무계획성- 예측불가성

조커는 계획을 하지 않는다. 아니 계획을 믿지 않고 저주한다. 범행을 모의하는등 계획을 했더라도 이를 끝까지 지키지 않는다. 6명의 강도들이 은행강도를 하는 첫 장면이 그렇다. 최초의 계획과는 달리 사람이 적을수록 배분할 몫이 많다는 꾀임으로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든다. 이는 계획을 본질로 하는 인간 이성에 대한 비웃음이며 이에 대한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투페이스 하비덴트가 자신을 찾아온 조커에게 레이첼의 죽음을탓하며 

”다 네놈 계획이었잖아?“ 라고 원망하자 조커가 말한다.

”내가 계획이란 걸 할 사람으로 보여? 갱이나 경찰들은 계획을 세우지. 자기들만의 세상을 위해 조종하려는 사람들. 나는 그들하고 달라. 그들의 계획의 허점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사람일 뿐이야. 당신도 계획 좋아하다 이꼴 난 거라고. 난 당신들의 계획을 역이용 했을 뿐“

계획을 조롱하는 자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자체 모순이다. 이런 모순에 빠지지 않으려면 계획을 세우지 않아야 한다. 논리적 모순에 빠지지 않고 계획을 본질로 하는 이성적 질서의 해체를 도모하는 조커의 고육책이다.     


3) 우연성

우연성이란 필연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결과가 발생한 것이 동일하더라도 필연성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우연이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조커의 거짓말로 레이첼은 죽고 하비덴트는 우연히 살아난다. (조커의 사회실험 1참조)  또, 조커는 배트맨에게 가면을 벗을 것을 종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차별적 살상을 저지르겠다고 협박한다. 그리하여 그는 판사 경찰청장등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다. 그런 그가 후반부에는 돌변한다. 리스라는 변호사가 거액을 요구하며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려 하자 돌연 그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60분 안에 리스가죽지 않으면 병원을 폭파하겠다“

이처럼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 같은 행보를 보여 준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둘다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의도는 필연성을 금과옥조로  애지중지하는 이성 중심사회를 조롱하고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악당으로 변모한 하비덴트는 레이첼에 대한 복수를 하면서 동전던지기로 결정한다. 앞면이 나오면 살려주고, 뒷면이 나오면 죽인다. 즉 자의적이며 우연에 모든 것을 맏기며 운명이라는 명분을 덮어 씌운다. 

고담시의 사회질서가 필연적으로 이룩된 것이라면 이를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으나, 그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면 언제든지 이 질서를 무너뜨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우연히 이루어진 것은 이처럼 덧없는 것이다. 혼돈 카오스의 세계에서 필연성이란 덕목은 없으며 오로지 우연이 지배하게 된다.      


4) 원인에 대한 조롱- 인과관계 부인

조커는 자신의 입이 찢어진 원인에 대해 매번 다르게 이야기 한다.  첫 번째는 자신을 죽이면 50만불을 주겠다는 마피아를 붙잡고 협박하며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건달이었는데 어느날 엄마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Why are you serious? 하면서 내 입을 찢어 나를 웃게 했다“

두 번째는 하비덴트의 후원회 밤에 침입하여 레이첼을 인질로 잡고서는 

”나의 아내가 도박하고 사채를 썼어 돈을 못갚아 사채업자들에게 칼침을 맞아 입이 찢어 졌지. 수술해 줄 돈도 없었어 그래도 아내의 미소를 찾게 하고 싶어서 내 입에 면도칼을 넣고 찢었지. 그런데 아내는 내 모습이 흉측하다며 도망 가버리고 말았어 “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 함으로써 원인을 비웃고 있다. 이처럼 인과관계를 부정한다는 의미는 이성중심사회를 비웃고 조롱하는 것이다. 카오스의 사전에 인과관계는 없는 것이다.      


6) 자아의 실체성 부인 

조커는 고정 불변한 자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관계의 그물망의 소산일 뿐이라는  생각을 내뱉는다. 위장 체포되어 취조 받는 도중에 배트맨이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가 묻자 조커가 대답한다.

”누가 널 죽인데 너 없으면 누구랑 놀아, 넌 날 완전하게  만들어. 문명인이라는 사람들이 더 추악해져. 저들한테 넌 나같은 별종일 뿐 쓸모 없으면 문둥이처럼 내쳐 질거야“

또 배트맨과 마지막 결투를 하면서 조커는 외친다.

”너란 놈은 나를 절대 죽이지 못해 같잖은 정의감에 날 증오하면서도 날 죽이지 못해. 나도 널 죽이지 못할거야. 너랑 싸우는 게 재미가 없거든 우린 평생 싸울 운명이야. “

이 말의 의미는 악이 있기에 선이 있고, 선이 있기에 악이 존재하며, 영웅이 있기에 악마가 있고, 악마가 있기에 영웅이 있으며, 혼돈이 있기에 질서가 있으며, 질서가 있기에 혼돈이 있다는 것이다. 배트맨이 있기에 조커가 있고 조커가 있기에 배트맨이 있으며.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었다는 것이다.      

조커는 타고난 영웅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레이첼을 죽임으로써 하비덴트를 악마로 변질시키는데 성공한다. 

하비덴트가 고담시의 영웅이 된 것은 그가 검사이고 고담시가  마피아 와 부패한 관리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또한 그가 악당이 된 것도 레이첼을 잃고 얼굴 반쪽을 잃어 버린 상황과 따로 생각 할 수는 없다. 즉 본래 영웅이라는 자아적 실체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관계의 그물망이 그를 영웅이나 악당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고전주의적 실체론을 부정하고 양자역학이나 불교철학이 주장하는 연기론과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절대적 실체적인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상대적인 관계의 그물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실체론을 배격하고 관계론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맺으며

이 영화는 영웅의 자격을 논하고, 사회 실험을 통한 공리주의와 의무주의 대립 또한 이 영화를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승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최대의 미덕은 조커를 카오스의 화신으로 설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광기 넘치는 카오스의 전사 조커와 배트맨을 필두로 하는 이성 중심세력의 대립 투쟁을 그림으로써 이 영화는 재미와 의미, 감동과 예술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한 명작중의 명작이라고 평가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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