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작은 것이라도 성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실무자가 보기에 절대 불가능한 일을 실무를 모르는 관리자는 지시할 때가 있다. 우리 팀장님은 그런 지시를 한 후 실무자인 팀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들은 채 하지 않고 해오라고 하신다. 여태까지는 그 모습을 지켜만 봤는데, 이번 타깃은 내가 됐다.
'그 부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정부에서도 매년 그 부분이 관해 업체와 실랑이하다가 불인정하는 건입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팀장님 귀 근처에도 못 가고 튕겨져 나오는 말들이다. 결국 불가능하지만 팀장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하필 여러 부서에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 일인데, 불행하게도 쉬운 자료가 아니라 그쪽에서도 노가다성으로 한 번 가공 후 제공해야 하는 자료다. 하기 싫어서 계속 제일 후 순위에 두고 작업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른 건이라 처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 아침부터 이 건에 대해 팀장님이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불가능한 사유를 합리적으로 적어본다. 마지막에는 타 기업의 사례를 예시로 대안도 한 줄 적어본다. 메일 내용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볼드체와 밑줄을 그어본다. 마침내 전송 버튼을 누른다.
얼마 후 팀장님이 나를 부른다. 메일 보낸 건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설명을 해드렸다. 무슨 일인지 반대의견을 내지 않고 수긍하신다. 사실 설명했던 내용은 처음 업무 지시를 했을 때 불가능하다며 이야기했던 내용과 다른 게 없었다.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달라진 것은 팀장님의 기분?
오늘 오후에는 선임 없이 나 홀로 회의에 참석하는 날이다. 우리 회사를 대표해서 나와 다른 부서 책임님도 함께 참석하기에 마음이 한결 놓인다.
회의장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회의가 시작된다. 회의의 주제가 명확한 것은 아니었고 안건을 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원활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같이 간 책임님이 운을 띄운다. 그러더니 곧 이야기의 주체가 되셨다. 잘 들어본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한 시간가량 책임님이 회의를 이끌어갔다. 현장검증을 통해 많이 배운 덕인지 내용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른 안건을 이야기하신다.
‘어 이건은 현장검증 때 나왔던 이야기인데...!’
나는 발언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책임님이 말을 끝내자마자 살짝 의견을 덧붙였다.
됐다. 오늘 나의 목표 달성
뭐라도 한마디 했으니 오늘 나의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하고 싶다. 누가 보면 비웃을 지 몰라도, 그냥 하나라도 성공했다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