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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Apr 14. 2024

공정과 불공정 사이

불공정하다는 말에 뭐라고 답을 해야 했을까

공명정대(公明正大)
일이나 태도가 사사로움이나 그릇됨이 없이 아주 정당하고 떳떳함


좋은 말이다. 실천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달리 많이 놓치고 살아온 인생에서 보자면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은 하지만 세월을 보내다 보니 원래 세상에서 공정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약직은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다. 보통은 2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1년에 재임용평가는 형식상으로

지나치기 마련인데 이번달에 평가가 있는 선생님들 중에 실제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거의 없었던 평가점수로 미달로 계약이 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문서 전달을

하게 되었는데 이미 1차적으로 사수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기는 했지만 그분들의 마음은 이미

상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주장은 주관적이고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찌 되었던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느낌으로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실행하려고 하는데 그 현장에 있게 된 것이 어떤 경험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일을 못했다고 그럼 그놈은 일을 했어?

흥분한 채 계속 말을 쏟아내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실제로 이분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는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의 평가는 안 좋았다.

그런데 이 분이 억울한 것은 본인이 일을 잘했는데 억울하다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도 일 못하는데 왜 나만 탈락시키냐 하는 게 주장이었다.

여기서 불공정함은 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걸 평가하는 사람에 대한 불공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본질은 일에 대한 평가가 맞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어울려서 하는 일이다 보니 다른 관점도 존재하기는 하다.

어찌 되었던 여러 경로로 파악한 바로는 일을 잘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를 평가하는 사람에 대한 언급도 이유는 있다는 정도.

또 다른 분은 법적조치까지 언급할 정도로 소히 열이 받은 상태인 것이 한 눈에도 보였다.

본인이 계약 안 되는 것이 억울한 것이 아니고 그걸 평가한 사람에 대해서 반감이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주장이라는 것이 묵시적 동의가 여럿 있었다.


근태도 엉망이고 거짓말하고 휴가라고 가버리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자가 되냐?

이 분의 주장 핵심은 일을 더 엉망으로 하는데 정규직이라서 평가를 안 받고 계약직만 평가를 받고 심지어

그게 근태가 엉망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고 말을 하였다.

이 부분이 참 아이러니하게 정규직이지만 이 직군은 승진이 정해져 있어서 도달하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연봉은 호봉에 따라가니 일을 잘한다고 성과급이 있거나 일을 못한다고 손해가 없다 보니 일부 근태가

엉망인 것은 어느 정도 동의가 된다.

오히려 계약직이지만 더 잘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봤다.

이 부분을 해결할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

지금 내 역할은 재취업 지원에 관한 문서 전달과 설명이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순 없어도 그게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계약해지에 따르는 그분들의 삶에

변화가 당장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

윤태호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을  tvN방송사에서 드라마로 2014년에 방영하였던 드라마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미생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오래전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재활훈련을 하면서 가장 많이 재생했던 드라마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은 보시기를 추천한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영업사원 계약직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공감을 일으켰다.

(물론 후반에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 냉소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계약직의 애매모호한 위치에 대한 묘사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꽤 많은 시간을 듣고 그분들이 말을 맺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

개인적으로 근무평가에 대해서는 낮은 이유는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문제는 그걸 평가하는 관리자의 모습이다.

과연 누가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평가를 하는 사람이

엉망일 때는 그걸 수긍하기 어려울 문제인데 엉망이어도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차이가 생기는 것 또한 무시 못할 현실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계약이 연장되지 못한 사람들의 객관적 과실이 분명 존재하기에 구제가 어려운 부분도 있을 테지만

공통적으로 평가자에 대한 공정성 제기가 많았다.

비단 여러 곳에서 이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는 문제이고 이를 위해서 협상하거나 타협 또는

묵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결론을 내고 있지만 관여되는 역할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상황들을

마주치게 된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막상 본인도 계약직이 되고 나서야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엄청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 갈 주역이 되겠다거나 사회운동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던 일에 대해서 조금은 제대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존재해도 현실에서 그것을 제대로 반영되거나 현실적 구제 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나름 정부에서나 사회에서 그런 환경 변화를 위해서 개혁도 하고 다시 후퇴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계약직에게 사회제도는 아직까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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