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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Apr 21. 2024

건국 일기 7

지난 3년간 크리스마스 홀로 지새운다

지난 2022년 12월 크리스마스, 혼자 된지 3년째.

병원에서 입퇴원만 2년을 보내고 수술만 하느라 크게 생각할건 없었다.

그동안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했던 것이 정해져 있었다.

1. 다리를 잘라야하는가 아니면 살려보는가 하는 의사의 판단을 수술할때마다 듣는 일

2.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만 일단 수술을 안하면 죽게 됩니다 - 무조건 수술하게 되는 선택

3. 13전 13패 그리고 강제 포기


그래도 생존확률 50%에서 20%로 떨어졌을때도 살아남아 13번의 수술을 버틴 일

내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들의 노력과 가족들과 지인들의 격려 덕분에 살아 있는 일

계속해서 수술을 반복했지만 더 이상 못하니깐 자연스럽게 처음에는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동안 계절의 변화는 체감할 수 없었다.

2번의 크리스마스는 그래도 병원에서 보내서 그런지 비록 혼자였지만 간호사분들이

예쁜 카드도 주시고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당직 근무자를 제외하고 그 많았던 사람들도 크리스마스에는 조용했다.

그런 경험을 해서 그런지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대해서 별다른 기대감도 생각도 없었는데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니 가족들과 보내야 할 크리스마스에 대한 그리움이

몹시 날 괴롭혔다.

향수병

아 이런 것이 향수병같은 것이구나.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많이 외롭게 지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칭타칭 "초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해 지기도 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느낀 것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혼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정말 죽을 지경직전까지 몰아 세웠다..

이런 사정을 아시는 사수가 정말 많이 챙겨주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닿지 않는 그리움의 현실은 마음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재활훈련보다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세월의 흔적들이 내 마음과 몸을 온전히 쌓아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영화 '패밀리맨'

니콜라스 케이지(잭 캠벨 역), 테아 레오니(케이트 레이놀즈 역) 주연의 2000년도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이다.

이야기 진행이 너무 뻔할정도로 흔한 영화이기는 하다.

어릴때 사귀던 사이에서 성공을 위한 선택으로 서로 헤어지게 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던 남자 주인공 잭은 오랜만에 연락이 온 여주인공에게 연락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떤 사건으로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했다면 일어날 일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선택에 따른 상상력.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반드시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 느끼는

나의 선택과 감정은 일치한다.

특히 여주인공의 대사는 나의 마음을 늘 울린다.

티아 레오니(케이트 역)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도 몰라, 하지만 그 이야기안에 우리가 있다는건 알지 그리고 난 우리를 선택하겠어


잭(니콜라스 케이지)이 케이트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은 돈이 많아서 아쉬움 없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잭처럼 대부분 생각을 할 것이다.

솔직히 전에 내가 살아온 삶의 목표였다는 것을 숨기지 않겠다.

좋은 집, 좋은 물건들로 가족들에게 주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잭의 말에 케이트는 분명하게 말해준다.

잭이 케이트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완벽한 살메 대해

이야기를 할때 케이트는 이렇게 답한다.

오, 잭 사람들은 이미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어

케이트도 꿈이 있고 목표가 있었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을 우선하기에 행복한 가정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한 변호사의 삶도 있을 수 있을테지만 비영리변호사활동으로 남들을 돕고 잭과 함께 이룬 가정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당당하고 지혜로움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5년 동안 침대에서 누워 있다가 3년 동안 혼자 보낸 시간. 그렇게 맞이한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오늘 이 순간도 소중하게 살아갈 수 있는 숨쉬기가 가능하다.

빚이 많이 있지만 이제는 적은 돈이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예전 같은 물질적인 채움은 부족하지만 대신 그 자리에 우리는 대화와 이해를 채우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그 삶에 대해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감사한지를

매일 같이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으로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이기를~

그리고 모든 세상의 사람들에게 전해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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