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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Nov 07. 2023

표고버섯 자급자족


아이를 키우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내 손으로 직접 깨끗하고 바르게 키워 건강한 먹거리를 자급자족한다면 참 좋겠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 둘째 어린이집에서 표고버섯 재배키트를 보내온 적이 있다. 지인이 잘 키워 요리까지 해 먹는 걸 보고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아이와 함께 직접 재배체험을 해보게 되었다.



재배의 첫 시작


배지의 비닐을 뜯지 않고 차가운 물에 완전히 담그기 (2시간-3시간 정도). 물속에 눕혀 담그고 뜨지 않게 눌러주면 되는데 나는 모르고 세워두었다. 그것도 3시간 동안 아주 충실하게 말이다. 표고버섯의 운명은 과연 괜찮을까.


일단 3시간 이후 촉촉하고 묵직한 상태가 되었다. 물에서 꺼낸 배지의 비닐을 가위로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종이받침 위에 세워준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라 좀 징그러울 수 있지만 저 작은 기둥에서 신기하게도 생명이 자라난다니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 예쁜 시선으로 보이더라. 버섯 주인님께서 재배에 참여하셔야 하기에 고사리 손으로 매일 야무지게 분무를 해주었다.


그리고 비닐을 살짝 덮어 윗부분을 끈으로 묶어준다. 물을 먹고 자라는 버섯이니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비닐하우스 효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나는 또 비닐 속에 곱게 넣어 포장을 해버리고 말았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재배 2일 차

콩알만 한 버섯이 빼꼼 자라난 모습이다.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두고 하루 3-4회 정도 충분한 분무를 해준다.



재배 3일 차

이쯤 되면 재배는 순항 중인듯하다. 버섯 주인님은 아침저녁으로 매일같이 재배에 힘을 쓰셨는데, 누나의 도움으로 분무를 하다가 답답했는지 결국에는 물을 콸콸 부어버리는 아주 파격적인 농법을 시도하셨다. 그 옆에서 나는 홍수난 쟁반을 수습하고 잘못 포장된 비닐을 벗겨내 제대로 덮어주었다.



재배 4일 차

이 정도면 아주 성공적! 뿌듯함이 마구 밀려드는 순간이다. 버섯이 참 예쁘다.



재배 5일 차

제법 풍성하게 자라난 모습이다. 버섯갓이 펼쳐지기 전 지금이 수확의 적기인 듯하다. 이미 버섯은 충분히 성장한 상태라 비닐은 벗겨내고 마르지 않도록 적당한 수분만 공급해 준다. 비닐을 계속 덮어두면 갓이 검게 변한다고 한다.



재배 6일 차

신개념 콸콸 농법을 시행 중인 버섯 주인님을 위해 수확을 하루 늦췄는데 이렇게 활짝 피어난 표고이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거기다 솎기 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키워서 틈새에서 자라난 작은 버섯들이 짓눌리기도 한다. 모양보다는 넉넉함을 선택한 결과이다. 당장 수확을 해야 하겠다.



대망의 수확

수확의 기쁨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버섯 주인님을 위해 몇 송이 남겨두고 정성스레 담아서 냉장고에 잘 보관한다. 이후 소고기버섯전골부터 시작해 다양한 요리로 맛있게 남김없이 잘 먹었다.



표고버섯 키우기 팁 요약정리


배지를 물에 완전히 담가주기(2-3시간)

하루 3-4회 충분히 분무하고 비닐 씌우기

햇빛을 피해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서 키우기

필요시 작은 것들은 솎아주기

어느 정도 자라면 비닐 벗기고 물 주기

갓이 펼쳐지기 전 수확하기



사실 아이를 위한 체험이라며 함께 시작했지만 내가 더 신기해하고 즐기고 있었다. 키트를 이용한 표고버섯 키우기 한 번쯤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 건강한 먹거리를 수확하는 기쁨을 느끼는 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정성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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