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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누군가의 하루도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라며

by 어거스트


2023년 4월 5일(수). 브런치 내 서랍에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가 아닌 상태에서는 작성과 저장만 가능하다. 나의 이야기를 덤덤히 써 내려간 다음 저장 버튼을 꾹 누른다.


2023년 4월 7일(금). 이 정도 글 실력으로. 재미없는 흔한 주제인데. 일기 같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소심한 생각을 안은 채 내 서랍 속 하나의 글을 슬쩍 꺼내어 이틀 내내 몇 번이고 보고 있다. '안 되면 다음 기회에. 만약 잘 되면 이 또한 정말 감사한 기회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리얼리즘과 꾸준함을 남겨보자. 나의 다짐과 성장 과정을 정성으로 꼭꼭 써보자. 나는 나를 또 한 번 기록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2023년 4월 10일(월) 오전 10시 52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가슴 떨리는 메일을 받았다. 용기 내 도전해 낸 기쁨과 앞으로 그려나갈 노력이 기분 좋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눈치 살피며 브런치를 기웃거렸다. 하고 싶다고 겁도 없이 해봐도 되는 걸까 나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용기 내어 작가 신청에 도전했다. 운 좋게 단 번에 선정되었고 지금 이렇게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은 아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감히 꿈도 못 꿀 일이 아니라 과감히 꿈꾸는 용기가 중요함을 더 잘 안다. 그러기에 아무도 뻔하다는 무책임한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도 내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한발 물러나 구경만 하다가 과감히 발을 들였고 관심 때론 무관심에도 꾸준히 글을 썼다. 구독자 한 명 열 명 천천히 백 명이 되고 나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한동안 에디터픽 인기글에 머물렀다. 글을 모아 처음 브런치북으로 엮었을 때는 글 하나가 아니라 책이 소개되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했었다. 그리고 메인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을 때 잠깐의 이벤트일지라도 나는 기뻤다. 이제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은 넣어두자. 대단한 성과가 아닐지는 몰라도 그저 생각만 하던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분명 한 뼘 더 성장했음에 잘했다 고맙다 뜨겁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뻔한 일이 너무 뻔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용기 내어 움직이길 바란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냥 하자. 나쁜 짓만 빼고.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어른이 되는 일은 여전히 서툴다.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매일이 버거울 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들이 있다. 아침을 조금 더 일찍 열고 이불을 개고 물을 마시고 책을 펼쳤다. 기적 같은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이 평범한 루틴이 나의 하루를 단단하게 채우고 나 자신을 힘 있게 일으켜 세웠다. 꾸준함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별일 없는 날이 고마운 날이 될 만큼 나는 나의 삶을 따스하게 대하고 있었다. 살림은 나를 돌아보는 일과도 닮아 있다. 쓰고 닦고 채우고 비우는 반복 속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다. 그 모든 행동은 결국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삶의 가치와 연결된다. 집안 살림살이들이 나의 손끝으로 하나씩 정리가 될 때 일상의 균형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를 책임지기 시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때론 무식이 무기가 되기도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어쩜 순탄한 매일을 살아내기란 꿈꾸는 특별함 만큼이나 귀하고 대단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침에 눈 뜨면 내 시간을 챙기고 보리차를 끓이고 식사를 준비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기를 민다. 매일의 하루가 부지런히 길고도 길다. 시간은 없어서가 아니고 안 써서 문제가 된다. 꼭 새벽이 아니더라도 고요하게 누리는 시간은 의지대로 만들 수 있다. 주방 불이 꺼지고 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면 다시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 생겨난다.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마무리해보자. 그 즐거움 또한 알차고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의 그 단순함과 무식함이 삶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Dear.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네. 저는 아직입니다. 크게 이룬 것은 없어요. 빠르게 가는 요령도 몰라요. 주어진 자리에서 내 몫을 해내며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느리지만 매일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은 정말 재미없는 일상이지만 언젠가 진짜 감동 있는 이야기로 매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요.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의 모든 것. 저와 여러분의 성장 이야기 끝까지 함께 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매일의 습관이 내가 된다'

'쓸모는 있고 없고 가 아니라 찾는 것이다'


From. 어거스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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