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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물병에 담는 보리차는 사랑이다

마음의 준비물

by 어거스트


둘째 녀석 유치원 갈 때 스테인리스 텀블러가 무겁다 해서 가벼운 물병 하나를 따로 샀다. 물이 새지 않고 열고 닫기 쉽고 안심 소재에 용량 디자인도 보고. 특히 야외 체험활동할 때 끈으로 메고 다녀야 하는데 쉬운 탈부착과 끈 너비 길이까지 작은 물병 하나 고르면서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편히 꺼내 마시고 챙길 수 있어야 하고 엄마는 쉽게 분해해서 씻고 말려 조립해야 하니 사용하는 모두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위생적인지 하나씩 따져보고 비교해 볼 수밖에.



살림을 하고 아이 키우면서 가끔은 내가 이렇게까지 꼼꼼한 사람이었나 싶다. 사랑 배려가 무엇인지 매일을 온몸으로 알려준다. 아이는 철부지인 나를 더 섬세하고 신중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신비한 존재다.



바뀐 새 물병 덕분에 매일 늦은 밤 미리 보리차를 끓인다. 다글다글 구수한 향이 집안 가득 퍼지면 보리 알갱이 건져내고 작은 머그컵을 꺼내 한잔 따끈하게 마시고 잠이 든다. 이 루틴도 꽤 편안하고 매력적이다. 갓 끓인 따끈함 대신 바로 마시기에 좋은 적당히 시원한 보리차를 담는 매일의 아침.



오늘 더 사랑해 내일도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물병 가득 보리차를 채우며 내 마음도 꾹꾹 눌러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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