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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Mar 14. 2024

아이 물병에 담는 보리차는 사랑이다

마음의 준비


둘째 녀석 유치원 갈 때

스테인리스 텀블러가 무겁다 해서

가벼운 물병 하나를 따로 샀다


물이 새지 않고 열고 닫기 쉽고

안심 소재에 용량 디자인도 보고


특히 야외 체험활동할 때

끈으로 메고 다녀야 하는데

쉬운 탈부착과 끈 너비 길이까지


작은 물병 하나 고르면서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편히 꺼내 마시고 챙길 수 있어야 하고

엄마는 쉽게 분해해서 씻고 말려 조립해야 하니

사용하는 모두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위생적인지

하나씩 따져보고 비교해 볼 수밖에


살림을 하고 아이 키우면서 가끔은

내가 이렇게까지 꼼꼼한 사람이었나 싶다

사랑 배려가 무엇인지 매일을 온몸으로 알려준다

아이는 철부지인 나를 더 섬세하고 신중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신비한 존재다


바뀐 새 물병 덕분에

매일 늦은 밤 미리 보리차를 끓인다


다글다글 구수한 향이 집안 가득 퍼지면

보리 알갱이 건져내고 작은 머그컵을 꺼내

한잔 따끈하게 마시고 잠이 든다

이 루틴도 꽤 편안하고 매력적이다


갓 끓인 따끈함 대신 바로 마시기에 좋은

적당히 시원한 보리차를 담는 매일의 아침


오늘 더 사랑해 내일도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물병 가득 보리차를 채우며

내 마음도 꾹꾹 눌러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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