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어느 여름날. 차를 타고 부지런히 달리던 길에 마주한 연꽃밭. 그 수려한 풍경에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는 짧은 산책을 했다. "엄마 엄마 여기 봐봐, 어떻게 연꽃은 물에 젖지도 않고 썩지도 않아? 쪼글쪼글해져야 되는 거 아니야?우와 신기해"
그날의, 그 순간. 순수한 내 아이의 물음은 마흔에 접어든 나에게 선명하고 긴 여운을 새긴다.연꽃이 진흙이나 물속에서도 뿌리가 썩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 그건 바로 잎자루나 연근에 여러 개의 터널 같은 공기 통로를 만들어 공기가 드나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지그시 연꽃을 바라보며 지금의 일상을 돌아본다.
우리는 과연 제대로 숨 쉬며 살고 있는 걸까? 방향을 잃은 채 쉼 없이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매 순간의 일상을 살아내느라 내 일생의 방향을 혹시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쫓기듯 지치고 힘들다면.감당 못 할 버거움에 숨이 차오른다면.앞만 보고 달려온 나 자신이 안쓰럽다면. 알면서도 외면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미안하다면. 아주 가끔씩일지라도 좋으니 부디 잠시 속도를 멈추고 찬찬히 나를 돌아봐 주자.
들이마시고 내뱉을 수 있는 쉼이 있는 삶. 그것은 마치 내 작은 공기 통로가 되어 다시금 밝은 생각과 좋은 에너지 속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 우리는 진흙 속에서도 고귀하게 빛나는 저 연꽃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크게 심호흡하고 나의 속도로 곧은 방향으로 한 발씩 조금씩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