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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Mar 18. 2024

사소한 습관을 바꾸면 생기는 변화

시작이 반이다


월모닝


월요병은 엄마 사람도 극복해야만 하는 힘든 요일이다.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등교하고 나도 출근을 한다. 나는 주부이고 집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무슨 출근이냐 싶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전에는 집안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오롯이 내 시간으로 정해놓고 쓴다. 일명, 홈 오피스 홈 라이브러리로 나름 비장하게 매일 출근을 하는 것이다. 오전 근무는 거실 식탁에서 시작한다. 근무라 쓰고 성장이라 읽는다. 입었던 잠옷은 벗어놓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언제라도 바로 외출이 가능한 상태로 말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나 스스로가 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침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샤워하고 물 마시고 책상에 앉는 일은 이제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나만의 고요한 아침을 짧게 보내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나면 엄마로 사는 아침을 다시 시작한다. 텀블러에 보리차를 채우고 식탁 앞에 잘 보이도록 올려둔다. 툭탁툭탁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깬 아이들이 반쯤 감은 눈으로 어기적어기적 소리 없이 걸어와 내 품에 안긴다. 오구 잘 잤어 하며 엉덩이 톡톡 인사를 건네면 마저 눈을 뜨며 씨익 웃는다. 녀석들이 욕실로 쪼르르 달려간 사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사과 바나나 서너 조각에 갓 구운 토스트나 삶은 계란 아니면 김 주먹밥이다.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각자 텀블러를 가방에 챙긴다. 아이들이 양치를 하는 동안 빠르게 설거지를 마치고 창문 활짝 열고 이방 저방 가볍게 청소기를 밀어준다. 다녀오겠습니다 우렁찬 인사를 하며 1호가 현관문을 나선다. 곧이어 2호 차례다. 얼굴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고 자꾸만 도망치는 녀석을 따라다니며 겨우 로션 바르기를 끝낸다. 옷 갈아입는 동안에도 흔들고 노래하고 엄마 봐봐 엄마 봐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작은 거인. 유치원 버스에 올라 타 서로를 향해 신나게 손 흔들며 인사를 나눈다. 뜨겁게 잠시 안녕. 버스는 산뜻하게 출발하고 엄마 모드도 일시 종료다.


매일 이렇게 두 번의 아침을 맞이하고 아이들 등교 준비와 함께 집안 살림도 동시에 마무리가 된다. 가족들 모두 집 밖으로 출근 시킨 후 다시 고요해진 집안에서 나는 나의 일을 시작한다. 아침마다 미리 부지런을 떨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시간을 위해서이다. 나누고 쪼개서 빠르게 움직이면 그만큼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일정 시간 동안 집안일에서 나를 해방시키고 시간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출근이라는 이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덧붙이자면 대표에서 신입사원까지 그날그날 마음대로 직급을 옮겨가는 꿀 재미도 누려볼 수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오늘은 만년 부장님 모드로 노련한 듯 여유 있게 읽던 책을 마저 보려고 한다. 제대로 집중해서 읽고 깊이 사색하는 시간 또한 중요하면서도 꼭 필요한 공부 중 하나이다.


편하자고 마음먹고 몸을 방치하면 한 없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게으른 몸은 생각을 산만하게 한다. 어디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해야 할 일들을 자꾸만 미루게 되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거나 불필요하고 사소한 행동들이 반복되기 쉽다. 의미 없이 흘려버린 하루의 끝은 언제나 마음이 헛헛하다. 남는 것은 그만큼 낮아지는 자존감과 짜증 섞인 예민함뿐이다. 주어진 하루를, 내 소중한 시간을 오늘도 아낌없이 잘 챙겨야 하는 이유는 결국 나를 위해서다. 세상에 던져진 나라는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고 잘 살아보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와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좀 더 성숙한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노력이라는 말이다.




커피 대신 물 마시기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그만큼 물 마실 기회를 잊어버리고 놓치다 보면 하루 동안 내가 마신 물이 정말 몇 컵 안될 때도 있다. 눈에 바로 보이게 물병을 곁에 두고 자주 수시로 커피 대신 마시기 시작했다. 물 중독 전해질 불균형 어려운 주의사항 다 빼고 과하지 않게 필요한 만큼 챙기면 될 것이다. 내 몸무게의 3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니 이 정도면 되려나.




그렇다고 즐겨 마시던 커피를 갑자기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을 챙기면서 오후에는 가급적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할 일을 끝내고 자리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고 그 양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안 그랬는데 자다가도 자주 깨고 피로감이 계속되니 몸이 주는 신호를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오늘도 출출함에 무심코 머그잔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 둔다. 커피를 줄이고 종일 맹물로만 배 채우자는 게 아니니 대신 요거트와 견과류를 꺼냈다. 얼마 전 마트에서 산 메이플 시럽도 살짝 뿌렸다. 달달하고 건강하게 씹히는 맛이 커피향만큼이나 기분을 좋게 한다.


억지스럽고 극단적인 변화는 결국 쉽게 변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습관부터 하나씩 바꾸는 작은 변화가 나는 좋다. 내 생각에 집중하게 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게 되고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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