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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보다 붉은 마음의 계절

단풍잎보다 붉은 마음의 계절

by 황성민


단풍잎보다 붉은 마음의 계절

하늘이 높아져 투명한 유리알 같고

햇살이 깊어져 모든 것을 붉게 칠하는 날.


어느새 여름의 뜨거움은 저만치 가고

바람 끝에는 서늘한 약속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산은 하루아침에 화가로 변하여

초록을 걷어내고 붓 가는 대로 물들이니,


수줍은 주홍빛에서 터질 듯한 진홍색까지

온 산이 피처럼 붉은 고백으로 타오릅니다.

그리고

나는 그 불타는 단풍잎을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가장 화려한 순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놓아주는

저 노란 잎새의 숭고한 침묵을 읽어냅니다.

마치 일 년을 견뎌낸 가슴속 뜨거운 사랑처럼.


낙엽은 떨어져 발밑에 수북이 쌓여도

그 색깔의 깊이만은 쉬이 사라지지 않아

내 마음의 창을 두드리며 조용히 속삭입니다.


단풍잎보다 더 붉게 타오르는 것은

쉽게 꺼지지 않는 그리움의 한 불꽃이요,

모든 것을 품어 안으려는 헌신의 깊이입니다.


이 계절, 가장 아름다운 절정에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마음은

가장 붉고, 가장 뜨겁고, 가장 진실합니다.


떨어지기 전 마지막까지 빛나는 영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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