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마음
소가 미웠다. 좁은 시골집 내 방보다 넓은 집을 가진 소가 뭐가 예쁘다고 계속 밥을 주고, 추워서 이불을 싸매던 나보다 따뜻한 온열기를 대주고는 멀리멀리 나가 잔뜩 풀을 쟁여두시는 아버지. 그 모습이 마치 아버지의 사랑이 내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밥을 조금이라도 늦게 주면 연신 울어대는 소 소리가 마치 나에게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그 넓은 집도 답답했는지 묶었던 줄을 끊고 갈 곳도 없으면서 집 주변을 맴돌며 아버지를 고생시키는 소가 밉고 또 미웠다. 그래도 매일 마주치며 눈을 맞추던 그 순한 눈빛에, 어느새 정이 들어버렸다. 어미가 되어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부탁하는 듯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미웠다. 정이 들어버린 내가 싫고, 그런 소를 여전히 챙기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소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꽤 과하게 방황하던 형이 사고를 치고, 친구들과 싸우고 시간도 많이 뺐기시고, 결국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아버지는 애지중지하던 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마지막 소가 떠난 날, 텅 빈 외양간 앞에 앉아 담배만 피우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는 형이 미웠다. 우리를 위해 사랑을 내줬던 소를 우리를 위해 팔아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힘들게하는 형이 미웠다. 사랑을 질투하고 소를 미워했던 어린 나는 그저 아버지의 안녕과 사랑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