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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 Dec 16. 2023

배우지 못해 용감한 무식은 안타깝기라도 하던데

“선생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자리를 옮기죠. 나가거나."

"그게 끝이에요?"

"다음엔 안 갈 확률도 높구요."

"아... ..."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는 그녀는 며칠 전 커피숍에서 있었던 적반하장 어이출타 썰을 풀어놓았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부부가 이리저리 튀는 손톱을 돌아가며 깎더니 귀까지 파서 후후 불어 날렸단다. 테이블이며 바닥이며 드러워 죽겠는데 사장은 힐끔힐끔 쳐다만 볼 뿐 나서서 제지하지도 않았다는 것.


성질 같아서는 손님과 대판 하고 싶었으나 사장에게로 가서 아는 사람이냐, 여기서 저래도 되는 것이냐, 음식 파는 곳인데 못하게 해야지 왜 보고만 있는 것이냐, 드럽고 기분 나빠서 도저히 못 있겠다며 급기야 환불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그제야 사장은 그 부부에게로 가서 다른 손님이 불편해한다며 그만할 것을 부탁했단다. 매장에 있는 손님이라고는 그녀와 그 부부 두 테이블뿐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부부는 그녀에게 눈을 흘기고 펄럭펄럭 옷을 털어내며 밖으로 나갔다고.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너무 어이없지 않아요? 사장은 괜찮다는 거잖아요? 그게 더 화가 나더라구요."

"흠... 그 부부 차림새는 어땠어요?"

"멀쩡하던데요? 멀쩡하게 생겨서 그런 무식한 짓을 하더라니깐요. 아니 사과를 해야지. 얻다 대고! 와 나 까딱했으면 싸움 났어요. 경찰 불렀다니깐요."


말을 어찌나 리얼리티 하게 잘하던지 마치 생중계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년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나? 그때까지 자주 다니던 카페가 있었는데 나도 거기서 그녀처럼 몰상식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거를 네일아트 가방이라고 해야 하나, 메이크업 가방이라고 해야 하나. 계단식이고 양쪽으로 쫙 펼쳐지는 하드 캐리어 같은 백이었는데 두 여자가 그 가방을 사이에 두고 네일아트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과 바닥에는 화장솜과 큐티클, 손톱 가루들이 비위생적으로 흩어져 있었고. 나보다 먼저 본 사람들이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저걸 한다고?' 코도 막힐 상황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후 종업원이 올라와 "손님 죄송하지만 (어쩌고저쩌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왜 그럴까?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으면 그냥 인정하고 시정하면 될 일인데. 뭘 잘했다고 그렇게 화부터 내는 건지 모르겠다. 나 같으면 애초에 그러지도 않았겠지만, 했다손 치더라도 부끄럽고 창피하기 그지없어 얼굴도 못 들었을 텐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다 치우고 가면 될 거 아니에요. 공짜로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그래서 뭐 (손톱, 큐티클 집어 보이며) 이게 이게 뭐 어디로 날아가기라도 했어요? 어디로 뭐 들어가기라도 했대요? (어쩌고저쩌고 씨불씨불...)" 한 여자가 눈을 모로 뜨고 종업원에게 따져 물으며 주변 손님들을 꼬나봤다.


그사이 다른 여자는 가방 정리를 끝마쳤다. "아 됐어요! 가면 될 거 아니에요!"라더니 가방만 챙겨 두 여자는 후다닥 나가버렸다. 치우고 간다더니 부끄러웠겠지. 제 정신 박힌 인간들이었다면. 그래도 치우고는 갔어야지. 결국 뒤처리는 고스란히 종업원의 몫으로 남았다. 배우지 않아도 알만한 상식들을 파괴하는 자들은 어떤 자아를 가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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