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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39, 1부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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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다흔넷 Oct 13. 2022

D-Day

Y said

[D-Day -2]

   오늘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전날 심하게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와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 때문에 밤새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다. 체크 아웃을 하며 나오는 길에 한 마리의 용이 양각으로 새겨진 매력적인 나무 대문을 닫는다. 영화 해리포터에나 등장할 법만 신비로운  마법의 문. 어제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우리들은 얼마나 설레었던가. 이제 다시 현실로 귀환해야 할 때다.


아침 9시 45분에 숙소 앞으로 빈 셔틀이 도착했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극도의 피곤함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반면 9는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린 채 세상 편안하게 잘도 잔다. 너의 예민함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니? 국경을 넘자마자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린 유럽의 봄을 만끽할 줄 알았는데, 4월 말인데도 줄기차게 봄을 기다리고만 있다.



빈에 도착했다. 대충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후다닥 정리를 한 후 누웠다. 정확히 표현하면, 쏟아져 내리는 눈꺼풀을 주체할 수 없어 거의 쓰러진 거다. 이내 잠이 들었다.


         꿈을 꾼다. 내 꿈을 꾼다. 꿈에서 난 또 꿈을 꾼다. 아홉 개의 붉은 달이 나를 비춘다.

         시린 달에서 불어오는 핏빛 바람이 스쳐간다. 뚜렷한 해답이 없는 질문들이 샘처럼 솟아난다.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 나는 진정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가시밭길을 걸으며 응어리진 피를 토하면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될까.

         피보다 더 붉은 피를 토하는 저 보름달은 내 마음을 알까.

         저 달빛이 이울 때쯤이면 나는 드디어 아홉수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창백한 호수에 작은 파문이 인다.

         수없이 많은 파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더 큰 파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소용돌이가 되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날 빨아들인다.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9가 날 흔들어 깨웠다.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이런 걸 악몽이라고 하는구나. 좀처럼 꿈을 잘 꾸지 않는 나인데 이런 악몽은 더더군다나 오랜만이다.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 터가 안 좋나? 수맥이 흐르나? 침대 방향에 문제가 있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면 9에게 내내 숨기고 있는 이 비밀이 탄로 날까 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다행히 9는 아직 전혀 눈치를 못 챈 것 같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오늘은 디데이 2일 전이다. 역시나 오늘도 자기 전에 캐리어 안에 그것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9에게 들키지 않았으니까.

 



[D-Day -1]

   상쾌한 기분에 절로 잠이 깼다. 쇤부른 궁전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우리는 그곳에서 짧은 시간에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했다. 눈이 내렸다가, 갑자기 흐리고, 비가 내렸다가 갑자기 해가 비춘다. 마치 압축된 인생의 사계절을 경험한 듯했다. 궁전 뒤쪽 언덕을 오를 때는 비바람 때문에 울었지만, 내려올 땐 환상적인 풍경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이 기분 그대로 살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등장했던 기대 만땅 프라터 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Praterstern 역에  도착했다. 바람은 불고 언제든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을씨*년스러운 빈티지 놀이공원.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관람차를 위한 줄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왜냐하면 바로 이 관람차가 영화에 나왔으니까. 그것도 아주 인상적으로 나왔으니까. 관람차를 탔다가 온갖 국적의 인간들 관람만 실컷 했다. 영화 속에서는 정말 로맨틱했는데... 대. 실. 망. 피곤해하는 9를 억지로 끌고 왔는데 미안하고 민망했다. 그래서 나는 실망하지 않은 척했다. 일부러 신나는 척하며 예쁘다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만족스러운 척 웃었다.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이 기분은 그대로 살리고 싶지 않았다. 야무지게 맥주 2캔이랑 칩스를 사들고 숙소로 컴백했다.


빈의 맥주를 마시면서 왜 2캔밖에 안 사 왔는가를 후회하면서, 맥주캔은 왜 벌써 빈 거냐면서, 언제 또 빈 맥주를 마시겠냐면서, 주정 아닌 주정을 하면서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시원하게 빈 맥주캔을 구겨 버렸다. 내일이면 비엔나도 안녕이구나.  오늘은 디데이 1일 전이다. 역시나 오늘도 자기 전에 캐리어 안에 그것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9에게 들키지 않았으니까.




[D-Day -9]

   오늘은 4월 17일, 오늘부터 정확히 9일 후면 9의 생일인 4월 26일이다. 여행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그때쯤이면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첫날이 된다. 9는 생일을 매우 싫어한다. 나 역시 그렇다. 각자의 생일을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현재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친밀함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가 왜 생일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나의 생일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으려나 하고 대충 짐작만 할 뿐이다. 9는 생일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도 구리냐면서  심지어 자신이 저주받은 것 같다고 종종 얘기했다.


10년 전쯤인가,  9의 생일 트라우마 극복 프로젝트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술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혹시 생일의 숫자들이 원인인가 싶어서 4월 26의 생일은 버리고 9월 9일을 진짜 생일처럼 보내보자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9는 지금도 여전히 생일이 싫기 때문이다.


나는 10년 전 실패했던 그 9의 생일 트라우마 극복 프로젝트를 이번에야말로 성공시키고 싶었다. 특별한 곳에서 보내게 되는 생일은 그 자체로 특별할 수밖에 없으니. 더군다나 이번엔 9 Project로 명명된 더욱더 특별한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생일 아닌가. 그러니 절호의 기회인 듯싶었다.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집중 못하는 9는 지금 여행 준비에 빠져있느라,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효율적인 동선들이 그려낼 황홀함에 미리 도취되어 있느라 여행 중에 맞게 될 자신의 생일은 안중에 있을 리 만무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9와 나는 근본적으로 여행을 접근하는 관점이 매우 달랐다. 해보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들을 먼저 구상한 후 그것들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나와는 달리, 9는 자로 잰 듯 합리적이고 각이 딱딱 떨어지는 동선을 먼저 세우고 그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지를 즐길 수 있는 세부적인 루트들을 찾아 냄으로써 추구할 수 있는 여행경로를 선호했다. 9에게 있어 길이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수학 문제의 답과 같았고, 이를 위해 그녀는 지금 구글 스트릿뷰까지 미리 섭렵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의 흐름이었고,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어쨌든 9의 이러한 특성이 지금의 나로서는 아주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생일 하면 미역국이 빠질 수 없다. 부피도 작고 간편한 인스턴트 오뚜기 미역국을 샀다. 원래는 제대로 된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는 욕심에 미역을 직접 싸가려고 했다. 하지만 멕시멀리스트인 나의 캐리어가 콘셉트별 옷가지와 신발에, 그와 어울리는 다양한 액세서리에, 여행 때마다 나와 동행하는 귀여운 피규어들에, 말 그대로 잡다한 잡동사니들에, 거기다가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겨우 최종 간택된 두 양념인 말린 다시마 가루와 청양 고춧가루에 이미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생일선물. 선물을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본인도 모르게 얼마 전부터 자주 지나가는 말로 좋다고 했었던 최신형 이어폰. 온라인 면세점에서 멤버십 혜택과 약 2주간에 걸친 쿠폰 신공을 발휘하여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는 가격으로 구매 성공. 여행을 떠나던 날, 나는 인천 공항에서 이 깜짝 선물과 함께 9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다. 사실 이 선물도 캐리어에 숨겨서 들고 다니다가 생일에 주고 싶었으나, 여기에는 나의 전략적인 판단이 치밀하게 작용했다. 즉, 왠지 9가 이 선물 하나로 내가 준비한 생일은 다한 듯한 느낌이 들면, 진짜 생일에 있을 2차 서프라이즈에 대한 의심과 긴장은 더 느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날 나는 9에게 앞선 생일 선물을 준 대가로 온갖 생색을 다 내면서, 이제 더 이상의 생일 이벤트는 없는 척했다. 하하하.  




[D-Day]

    오늘은 드디어 거사일이다. 드디어 결전의 장소인 잘츠부르크로 이동한다. 날씨가 미친 듯이 좋았다. 꼭 떠나는 날은 날씨가 좋더라. 역까지 가는 길은 이제는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다만 사람들 가득한 인도를 뚫고 크고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가는 것은 말 그대로 힘겨운 노동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결전의 날이라 내 예민함도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캐리어 안에는 니들이 모르는 엄청 소중한 것이 들어있단 말이다. 그러니 홍해가 갈라지듯 저리들 좀 비켜서서 내 앞길을 가로막지 말란 말이다.

 

   1시 9분.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정확히 도착했다. 비엔나에서는 그렇게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지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니콜라이네 집은 정말로 역에서 엎어지면 코도 닿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일주일 정도 머물 예정이므로 캐리어의 짐을 다 빼서 수납장에 정리하였다. 아직 세상의 빛을 보면 안 되는 것들만 빼고. ‘너희들은 아직 아니야. 때를 기다려.’


그리곤 곧바로 주변 산책을 나갔는데, 어느새 여행 목록에 있던 장소인 미라벨 정원에 와버렸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었던 장소라고 한다. 아담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정원이었다. 잠시 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에 묻혀 가이드의 설명을 훔쳐 듣기도 하고, 신기하게 잘 정돈된 나무들을 구경하면서 하릴없이 정원을 거닐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9의 컨디션이 심상치가 않다. 간밤에 좀 추웠다더니 감기가 오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9는 하필 가만히 박혀있는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뻔도 했다. 9는 역시 내 생일은 구린 게 맞다면서, 여행을 떠나와서 맞는 생일도 역시 구리지 않냐면서 투덜댄다. 9야, 오늘 이러면 안 돼. 9야, 오늘은 꼭 성공해야 해. 9야, 9야, 힘을 내렴.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디데이에 완벽한 방점을 찍을 준비를 한다. 오차 없는 계획과 눈물 나는 연기 혼으로 9를 놀라게 해 주기 일보직전이다. 9에게 방에서 좀 쉬라고 하고 나는 홀로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몰래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그리고 일주일이 넘게 캐리어에 꽁꽁 숨겨놨던 미역국을 꺼냈다. 이제야 네가 빛을 볼 순간이 왔구나. 혼자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미안한지 9가 누워서도 연신 내게 도와줄 건 없냐고 묻는다. 나는 괜찮으니 눈 좀 붙이라고 응수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조급 해지는 마음에 나의 손도 빨라진다. 미역국은 정체가 탄로 날까 싶어 랩으로 수십 번을 감아왔는데, 물은 다 끓고 있는데, 넣기만 하면 되는데, 왜 가위는 없는 건데, 아직도 나는 발을 동동거리면서 미역을 감싸 안은 랩을 풀어내고 있다. 드디어 나왔다. 9가 나와 버렸다. 다행히 미역도 나와서 급하게 포장을 뜯어 끓는 물에 풍덩 넣었다. 그리고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재빠르게 뚜껑을 꽉 닫았다. 이제 좀 괜찮다면서 어슬렁거리는 9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다시 방으로 들여보냈다.


내가 생각해도 치밀한 나는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방안에 향초를 켜 놓았었다. 9의 후각은 나의 아군인 향초가 뿜어내는 향기로움에 점령되었고, 다행히 9는 아직 미역국 냄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인스턴트 미역국이라 내용물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금방 끓기 시작했다. 미역이 더 많이 있으면 좋으련만. 들깻가루도 있으면 좋으련만. 참기름도 있으면 좋으련만. 괜찮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스불을 끈 후 제일 예쁜 수프 그릇에 미역국을 담아냈다. 미역국을 들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갔다. 벙찐 얼굴의 9는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힌 채로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 9를 식탁에 앉히고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었다. 미역국을 한 스푼 떠넘기는 9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러했다. 살짝 촉촉해진 눈으로 계속 미역국을 음미하는 9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큰 희열을 느꼈다.


오늘 9의 생일은 내 서프라이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대단했다. 역시 나는 멋지다. 흔들리는 동공과 엉거주춤 어찌할 줄 모르던 9의 모습을 찍어 놨어야 했는데. 나도 경황이 없어서 그걸 못 했다. 평생 놀림감인데. 참 애석할 뿐이다. 9의 생일상은 와인과 볼로네즈 스파게티 그리고 (이날 이후 9의 소울푸드가 된) 씨위드 수프가 어우러져 더없이 풍성했다.

서프라이즈!

  


   

  어이없게도 9가 그렇게 싫어하던 생일은 오히려 나에겐 완벽히 신나고 즐거운 시간들로 점철되었다. 모든 동화가 ‘왕자와 공주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영원히.’라는 해피함과 달달함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엔딩으로 끝나듯이, 이 프로젝트도  ‘이제 9는 자신의 생일을 좋아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영원히.’라고 끝나면 어떨까? 그저 나는 아홉수를 떨쳐내기 위해 떠난 나의 여정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부적 같은 9 역시 이 여행을 통해서 다시 태어났으면 했다. 그래서 진정한 9로 부활했으면 했다. 어쩌면 나는 9의 생일 트라우마 극복 프로젝트를 통해 이 여행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를 점쳐 보았던 것 같다. 9가 일평생 자신을 괴롭히던 그 생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면, 나 역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이 아홉수 떨쳐내기 프로젝트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테니까. 9의 생일 서프라이즈를 완수하며 나는 여행 내내 스멀스멀 올라오곤 했던 진득진득한 망상과 끈적끈적한 의심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다시 태어난 듯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9의 생일은 내가 새로운 나로 부활한 특별한 날이 될 터이다.

  


  그렇다면 9는 어떨까. 이제 자신의 생일을 좋아하게 될까. 아니 최소한 생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을까. 그리하여 9는 진정한 9로 부활하게 될까. 9가 자신에게 부여된 특별한 9림을 이해하고 사랑하길. 그리고 이 여행이 끝나갈 즈음에는 9에게 이런 결말이 허락되길.

 “이제 9는 자신이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그저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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